(서울=연합뉴스) 양정우 기자 = "매우 힘들겠지만, 악의 폭력, 폭력적 악을 이기는 길은 오로지 비폭력·평화의 정신으로 살신성인하려는 실천밖에 없음을 이 책으로 여러분께 호소하고 싶습니다."('돌 쥔 주먹을 풀게 하는 힘' 중 12쪽)
한완상 전 부총리 겸 통일원장관은 새 책 '돌 쥔 주먹을 풀게 하는 힘'에서 비폭력과 평화의 힘을 성경 속 예수 행적을 들어 강조한다. 요한복음에 나오는 '간음한 여자' 이야기를 통해서다.
당시 율법학자와 바리새인들은 눈엣가시였던 예수를 곤경에 빠뜨리고자 간음한 여인을 그 앞에 붙잡아 와 율법에 따라 돌로 쳐 죽일지를 공개적으로 묻는다.
예수가 처형에 반대하면 신성한 법을 어기는 것이고, 찬성하면 그가 역설했던 사랑의 정신을 스스로 져버리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예수는 답 대신 바닥에 무언가 쓰다 "당신들 가운데 죄없는 사람이 먼저 여자를 돌로 치시오"라고 답한다. 이 말을 들은 사람들은 눈치를 보며 하나둘씩 자리를 떠난다. 여인은 목숨을 건지고, 예수를 향했던 적대도 사라진다.
한 전 부총리는 주먹을 불끈 쥐었던 율법학자들 앞에서 조용히 바닥에 글을 썼던 예수의 행동에 주목한다. 그는 이를 발악(發惡)에 맞서 이겨낸 발선(發善)으로 해석한다. 거친 언사 한마디 없이 폭력을 사라지게 했던 평화의 힘이다.
그는 주먹을 풀어 평화를 만드는 일은 결코 증오와 격돌, 보복과 살생으로는 할 수 없다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예수의 정신을 따르는 기독교인들, '예수따르미'야 말로 부활한 예수의 능력에 힘입어 발선에 앞장서자고 당부한다.
신간 '돌 쥔 주먹을 풀게 하는 힘'과 함께 출간한 '예수, 숯불에 생선을 굽다'는 신앙고백서에 가깝다.
저자가 현대사를 살아내며 겪어온 수많은 고초와 역경의 순간, 예수의 선택과 그 마음을 알고자 했던 때를 돌아본다. 그러면서 예수따르미, 한국교회가 닮아가야 할 '예수다움'을 제 생각으로 풀어낸다.
두 권의 책을 통해서는 기독교인인 그가 현재의 한국교회를 바라보는 불편한 마음이 곳곳에서 드러난다. 일부 교회 지도자들을 두고 한반도 분단 상황을 이용해 이익을 취해온 수구 정치세력의 주구 노릇을 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기독교를 비난조로 언급할 때 사용하는 '개독교'라는 말도 나온다.
그가 생각하는 한국교회상, 예수따르미의 모습은 무엇일까. 예수 복음보다 교회의 양적 성장, 번영에 물 들어온 과거에 대한 참회와 회개다. 이런 기도를 통해 우리 안에 자리 잡은 나태와 교만을 성찰하자고 한다.
"썩어가는 세상에 소금이 되는 삶을, 어두워가는 세상에서 빛이 되는 삶을 몸으로 살면서 복음을 실천하는 그리스도인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래서 이 책을 세상과 교회에 내어놓습니다."('예수, 숯불에 생선을 굽다' 중 13쪽)
동연. 각 권 260·268쪽. 1만6천원.
eddie@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