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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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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지원금 배수진 친 홍남기, 믿는 구석은 ‘헌법 57조’ [뉴스원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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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해용 경제정책팀장의 픽: ‘해임론’ 직면한 홍남기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전 국민 보편지원’에 반대하며 배수진을 쳤다. 그간 여당과의 충돌 과정에서 번번이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던 홍 부총리가 이번에는 ‘소득 하위 80% 지급’이라는 소신을 끝까지 굽히지 않고 있다. 여당에선 ‘부총리 해임건의론’까지 나오는 등 당정 대립 수위는 높아지고 있다.

정부와 여당의 입장이 가장 첨예하게 엇갈리는 이슈는 바로 재난지원금 지급 범위다. 16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출석한 홍 부총리는 “정부는 소득 하위 80% 지급안을 제출했고 그렇게 유지됐으면 좋겠다”고 답변했다.

중앙일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홍남기 부총리 등이 참석한 가운데 16일 전체회의를 열고 세무사법 개정안 등을 의결했다. 김영진 민주당 기재위 간사가 홍부총리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임현동 기자/2021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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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정일영 민주당 의원이 “국회가 (전 국민을 대상으로) 결정하면 따르겠지”라고 발언하자, 홍 부총리는 즉각 “그건 그럴 것 같지 않다”고 맞받았다. 이는 만약 자신의 뜻과 달리 전 국민 지급으로 결정될 경우, 사표를 각오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이다.

홍 부총리는 이에 앞서 “재정 운용은 정치적 결정을 따라가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고민 끝에 제출한 정부 (추경안의) 틀이 국회에서 존중됐으면 한다”고 밝히면서 여당의 반발을 불러왔다.



'예스맨' 홍남기의 초강경 소신 행보



이뿐만이 아니다. 신용카드 캐시백(상생소비지원금) 폐지 주장에 홍 부총리는 반대로 “제한된 사용처를 온라인과 배달 앱 등으로 확대하는 것을 검토하겠다”고 맞섰다. 초과 세수 2조원을 국채 상환에 쓰는 것을 보류하자는 주장에는 국가재정법과 국제 신용평가사 의견을 내세워 불가하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이처럼 홍 부총리가 추경안 핵심 사안에 대해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자 여당의 감정은 격앙되고 있다. “당내에서 해임 건의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김용민 의원), “그냥 지나치기 어렵다. 재정 독재를 하자는 건가”(진성준 의원), “민생에 필요한 것은 과감하게 날치기해야 한다”(이재명 경기지사) 등의 거친 발언이 쏟아졌다.

취임 이후 청와대와 여당의 결정을 충실히 따라 ‘예스맨’이라는 비아냥이 따라붙던 홍 부총리가 갑자기 ‘투사’로 변신한 이유로는 여러 가지가 꼽힌다. 우선 코로나19 피해가 없었던 고소득층까지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는 건 부적절하다는 그의 판단에서다. 그는 "상위 20% 계층은 소득 감소가 거의 없었던 만큼, 하위계층에 줄 돈을 줄여서 상위 20%에 줘야 한다는 건 신중해야 한다"고 했다. 또 재난지원금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국가 재정이 더 나빠질 수 있다는 위기의식도 깔려 있다.



헌법상 기재부 동의 없인 예산안 증액 불가



여기에 ‘증액 거부권’이라는 칼자루를 쥐면서 유리한 입장에 섰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헌법 57조는 ‘국회는 정부의 동의 없이 정부가 제출한 지출예산 각항의 금액을 증가하거나 새 비목(費目, 비용 명세)을 설치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국회가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을 증액하려면 정부 동의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추경안이 국회에 제출되기 전에는 여당이 기재부를 압박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추경안을 증액하려면 기재부 동의를 구해야 하는 상황이 된 셈이다.

여당 내에서 재난지원금 추가 예산을 확보하기 위한 방법으로 국채상환 예산 2조원을 추경으로 돌리고, 1조1000억원 규모로 편성된 신용카드 캐시백 예산을 삭감하는 방안이 거론되는 배경이기도 하다.

홍 부총리와 여당의 정면충돌은 더 격화할 전망이다. 이번에는 홍 부총리의 소신이 워낙 강한데다, 문재인 정부 임기가 1년이 채 남지 않았다는 점에서다. 기재부 내에서도 이번 추경안은 당정이 충분한 조율을 거쳤던 만큼 여당의 일방적 요구에 손바닥 뒤집듯 물리는 것은 받아들 수 없다는 분위기가 강하다.

익명을 요구한 기재부 관계자는 “홍 부총리는 몇 개월 안 남은 부총리직에 미련을 두지 않고 있다”며 “이번에는 본인의 직을 걸고 자신의 목소리를 관철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고 전했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이런 당·정 갈등에 대해 “나랏빚을 외면한 채 정치적 셈법으로 재정을 운용하는 ‘재정의 정치화’의 산물”이라고 짚었다. 김소영 교수는 “재정을 많이 썼으면 이를 정상화해야 하는데, 이에 대한 논의는 전혀 없다”며 “6차ㆍ7차 재난지원금을 안 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데, 이런 논란은 계속 나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손해용 경제정책팀장 sohn.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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