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의 세계·맑음, 때때로 소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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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는 정의를 구현하기 위해 거악과 싸우거나(드라마 '비밀의 숲'), 권력과 부를 위해 일탈 행위를 일삼는다(영화 '부당거래').
신문이나 방송과 같은 미디어에 비친 검사들도 대체로 차갑고, 논리적이며 조직 논리로 움직이는 듯한 인상을 준다.
하지만 이는 전체 검사의 10% 정도밖에 안 되는 특수부·공안부 검사들의 이미지일 뿐이라고 16년 차 여성 검사인 저자는 말한다. 저자는 현재 대구지방검찰청 서부지청 부부장으로 재직 중이다.
저자는 책에서 나머지 90%인 형사부·공판부 소속의, 야근 많고 재판 도중 울기도 하고 민원인과 좌충우돌하기도 하는 '비주류'이자 '회사원' 검사들의 일상을 포착한다.
피해자의 사연에 감정 이입되어 재판 때마다 우는 검사의 이야기, 곱창집에서 회식하다가 인간에 대한 이해를 논하는 검사들만의 진지한 농담 등 다양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검찰청에 조사를 받으러 오거나 민원 하러 오는 '단골'들의 이야기도 실렸다.
주거침입죄로 잡혀 왔지만, 배가 아파 화장실을 가려고 한 것이라 주장하며 혐의를 부인한 남자의 이야기, 매주 검사를 찾아와 각종 사회문제에 대한 답을 내놓으라고 민원을 하는 어느 영감님의 이야기는 소소한 웃음을 자아낸다.
저자는 책에서 세상이 지향해야 할 완전무결함이나, 거악 척결 등 거대한 무언가를 말하려 하지 않는다.
저자는 직접 만난 사람들에게는 유죄·무죄를 넘는 회색지대가 존재한다면서 공소장에 담지 못한 이야기가 많았다고 소개한다.
"살고, 사랑하고, 속이고, 일하고, 다투고, 찌르고, 외면하고, 울고, 탓하고, 쾌락하고, 절망하고, 그러고도 계속해서 무언가를 꿈꾸기를 멈추지 않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끊임없이 밀려왔지. 기록으로 인쇄되어 오는 삶들을 가르고 계량해서 그에 적합한 이름표를 붙여주는 일은 언제나 버거운 것이었어. 하물며 그것을 직업으로 밥 벌어 먹고사는 일이란 늘 고단하고도 두려운 것일 수밖에."(8쪽)
한겨레출판. 324쪽. 1만5천원.
정명원 검사 |
▲ 편집자의 세계 = 고정기 지음.
미국 '퍼트남사' 편집국장 윌리엄 타그는 무명의 소설가 마리오 푸조가 하는 이야기에 흠뻑 빠졌다. 타그는 푸조에게 마피아가 등장하는 이 이야기를 소설로 써 보라고 강하게 권했다. 푸조는 타그의 격려에 힘입어 소설 집필에 나섰고, 소설은 '대박'이 났다. 지금은 영화로 더 잘 알려진 '대부'의 탄생 비화다.
책은 이처럼 미국 문화의 황금기를 연 편집자 15명의 일화를 소개한다. 소설가 존 스타인벡과 편집자 파스칼 코비치의 우정, 소설가 윌리엄 포크너와 그의 편집자 삭스 커민스 등의 이야기가 담겼다.
책은 단행본뿐만 아니라 잡지 편집자의 일화도 소개한다.
피카소, 마티스, 고갱의 인터뷰를 실어 미국 대중들에게 알린 크라우닌 셸드, 플레이보이지를 창간한 휴 M. 헤프너 등 다양한 편집자의 이야기를 실었다.
저자는 '월간중앙' '주부생활'에서 편집자로, 을유문화사에서 편집주간과 상무이사로 재직한 편집 전문가다.
페이퍼로드. 408쪽. 1만8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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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맑음, 때때로 소나기 = 비온뒤 지음.
기상예보관들의 일상을 담은 에세이다. 24시간 교대근무를 하며 본인의 임무를 묵묵히 수행해 내는 대한민국 공공기관 소속 공무원 기상예보관의 생생한 목소리를 전한다.
대한민국에 강력한 지진이 발생한 날 기상청의 풍경은 어떠했는지, 화가 난 민원인의 전화는 기상예보관들이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지 등 기상청에서 벌어지는 일상의 풍경을 담았다.
어느 직장에서나 볼 수 있는 고달픈 워킹 맘의 애환과 그들을 바라보는 동료의 마음, 가족과 떨어져 전국을 돌아다니는 순환근무의 외로움 등도 고스란히 담겼다.
문학수첩에서 출간한 '일하는 사람들' 시리즈의 첫 주자다. 일하는 사람들의 일상 경험과 생각을 담아 그 속에서 삶의 의미를 생각해 보는 에세이 시리즈다.
일등항해사의 일상을 그린 '지구를 항해하는 초록배에 탑니다'(김연식 지음)와 라디오 피디의 삶을 그린 '당신과 나의 주파수를 찾습니다, 매일'(차현나 지음)도 함께 출간됐다.
문학수첩. 264쪽. 1만1천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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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ff2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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