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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환영 못 받는 최저임금… 勞 “乙 대립만 키워” 使 “소상공인 외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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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회복 전망 고려 5.1% 인상

1만원 물거품… 민노총 “총파업”

5년간 최저임금 6470원서 9160원으로

첫해 큰 폭 인상 고용쇼크 부작용

최저임금위장도 “의욕 앞서” 인정

연평균 7.2% 인상… 朴정부때보다 ↓

고용 안한 자영업자 月 8만명 늘어

“경제 전반 불확실성만 안겨” 비판

“애초 1만원 공약 무리” 지적 일어

세계일보

박준식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장이 13일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 내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장에서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를 마친 뒤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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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도 최저임금이 올해 8720원보다 440원 많은 9160원으로 결정됐다. 인상률은 5.1%로 문재인정부 5년간 추이를 보면 세 번째로 높지만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은 물거품이 됐다.

당초 많은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처지와 우려 목소리를 외면한 채 공약을 무리하게 밀어붙이다 부작용과 후유증만 양산하고 공약도 못 지켰다는 비판 목소리가 높다. 내년 최저임금을 놓고도 노동계와 경영계가 강하게 반발하는 등 후폭풍이 거센 가운데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총파업을 예고했다.

최저임금을 심의·의결하는 사회적 대화 기구인 최저임금위원회는 13일 내년도 최저임금을 9160원으로 의결했다. 내년도 최저임금의 월 환산액(월 노동시간 209시간 기준)은 191만4440원이다.

전날부터 이어진 제9차 전원회의에서 노동계와 경영계가 이견을 좁히지 못하자 정부 측 공익위원들이 제출한 중재안을 표결에 부쳐 채택됐다. 민주노총 근로자위원 4명과 사용자위원 9명은 표결을 앞두고 항의의 표시로 퇴장했다. 이에 한국노동조합총연맹 근로자위원 5명과 공익위원 9명이 표결에 참여해 찬성 13표, 기권 1표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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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위원회 한국노총 소속 근로자위원들이 13일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 내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장에서 제9차 전원회의를 마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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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익위원 간사인 권순원 숙명여대 교수는 “올해 (코로나19 사태로)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 내년에는 경기가 회복될 가능성을 고려했다”고 결정 배경을 설명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최임위의 결정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올해도 어김없이 최임위가 노사 양측의 대립으로 심의에 진통을 겪고 상당수 위원이 퇴장하는 사례가 반복되는 등 실효성 논란이 끊이지 않는 만큼 최저임금 결정체계를 개편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최저임금법에 따라 고용노동부는 다음달 5일까지 내년도 최저임금을 고시하고 내년 1월 1일부터 효력이 발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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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식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장이 13일 제9차 전원회의에서 내년도 최저임금을 9160원으로 의결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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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정부 ‘소주성’ 집착에 임금 인상률 널뛰기… 민생 혼란 자초

결국 무리한 목표였다. 문재인정부가 사회 각계의 숱한 우려에도 밀어붙인 ‘최저임금 1만원’ 정책은 노동계도, 사용자도 불만을 터뜨리는 결과를 낳았다. 현 정부 경제정책의 근간인 소득주도성장에 집착해 밀어붙이다가 혼란과 부작용만 자초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최저임금위원회는 13일 새벽까지 심의한 끝에 내년도 최저임금을 올해(8720원)보다 5.1% 높은 9160원으로 결정했다. 월급으로 환산하면 191만4000원 수준이다.

현 정부 출범 첫해인 2017년 최저임금은 박근혜정부 마지막 해인 2016년 최임위가 의결한 6470원이었다. 현 정부가 이것을 9160원으로 2690원(41.6%) 끌어올린 것이다. 2020년까지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인상하겠다던 집권 초기 공약이 애초 무리였다는 지적이다.

현 정부 들어 최저임금 인상률은 급가동과 급제동을 오갔다. 첫해 최저임금위가 의결한 최저임금(2018년 적용)은 7530원으로, 인상률이 16.4%에 달했다. 이듬해 결정한 2019년도 최저임금은 8350원으로 인상률이 10.9%로 역시 두 자릿수였다.

2018년 들어 고용 지표 악화로 ‘고용 쇼크’ 우려가 확산하자 지난해 최저임금은 8590원으로 인상률이 2.9%에 그쳤다. 지난해에는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치면서 1.5%로 역대 최저 상승률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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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도 시간당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5.1% 오른 시간당 9160원으로 결정된 13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전원회의실에서 관계자가 모니터 앞에서 자료를 살피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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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정부 임기 내 연평균 인상률은 7.2%로, 박근혜정부 4년간 7.4%에 조금 못 미친다.

전문가들은 들쭉날쭉한 인상률이 경제 전반에 불확실성과 부담만 가중시켰다고 지적했다. 이한상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박근혜정부는 4년간 인상률이 7~8%대로 일정해 충격이 적었으나 현 정부는 시장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마구잡이로 추진했다”고 분석했다. 급격한 초반 인상으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등 지불능력을 갖추지 못한 영세사업자들이 도산과 폐업에 내몰렸다는 것이다. 박준식 최저임금위원장도 이번 심의가 끝난 직후 “냉정하게 평가하면 현 정부 초기 2년의 최저임금 인상은 의욕보다 현실이 뒷받침하지 못했다는 측면을 솔직하게 인정한다”고 밝혔다.

중소벤처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으로 직원을 고용하지 않은 자영업자는 427만명으로 나타났다. 올해 1월 404만3000명에서 매달 많게는 8만명씩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전체 자영업자 수는 지난 4월 기준 550만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4만명 줄었다. 근로자의 삶을 보장한다는 취지의 최저임금 정책이 영세사업자 경영악화와 저임금 근로자의 일자리 증발로 이어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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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서울시내 한 편의점에서 직원이 업무를 보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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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 양측에서 거센 반발이 나왔다. 노동계는 최저임금 인상을 위한 정부의 접근 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임대료와 가맹 수수료 인하 등 구조적인 문제를 먼저 해결한 뒤 인상을 추진했더라면 동력을 유지했을 것이란 주장이다. 소상공인과 저임금 노동자 갈등인 ‘을과 을의 대립’ 구도만 초래했다는 박한 평가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최저임금 인상 공약으로 시작한 문재인 정권의 ‘희망 고문’이 저임금 노동자에 대한 기만으로 마무리됐다”고 강도 높게 비판하면서 총파업을 예고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최근 4년간 최저임금은 연평균 7.7%로 급격히 인상돼 지난 4년간 연평균 경제성장률(2.7%)과 물가상승률(1.1%)을 크게 상회하고 있다”면서 “청년 체감실업률은 25%에 달하는 등 취약계층의 고용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안병수, 이도형, 백소용, 남혜정 기자 ra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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