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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긴급재난지원금

[연합시론] 거센 논란 부른 여야 대표의 '전국민 재난지원금' 합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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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여야 대표의 전 국민 재난지원금 합의를 둘러싼 논란이 거세다. 여러 의견이 갈리는 현안을 일도양단하듯 전격적으로 타개한 모양새가 시원스러워도 보였으나, 이내 야당 중심으로 이견이 잇따르면서 합의한 내용이 퇴색한 탓이다. 모처럼 여야 대표가 허심탄회한 논의 끝에 의기투합한 사안이 맥없이 흔들리는 것 같아 실망을 금할 수 없다. 여야 대표는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 짚고 양당이 주도할 국회 추가경정예산안 심사를 통해 합의 정신을 최적으로 살리는 것이 최선임을 새겨야 할 때다. 종래와 같이 새털보다 가벼운 합의에 그쳐서는 정당정치의 설 땅은 더 비좁아지리란 경계심도 마땅히 가져야 한다.

33조 원 규모의 이번 추경안에서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과 크기는 가장 민감한 이슈라 하겠다. 국민 대다수가 해당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볼 때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와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의 어제 합의는 애당초 불안했다. 앞서 당정 협의에서 재난지원금은 소득 하위 80% 가구에 1인당 25만 원씩 주는 것으로 방향이 잡혔지만, 여당 내에서조차 이에 더해 지급 규모를 줄이거나 고소득 캐시백 지원분을 헐어 90% 또는 100%(전 국민)로 하자는 견해가 잇따라 물길이 변화할 조짐이다. 반면 국힘은 피해 본 소상공인 지원 우선 원칙을 앞세운 채 여당의 재난지원금 지급을 현금 살포 포퓰리즘으로 견제는 하되 강력하게 반대는 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여기에 대선 국면을 맞아 스피커를 키우는 여야의 무수한 대선주자들까지 갑론을박하는 현실을 고려했다면, 두 대표는 좀 더 신중했어야 하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물론 제1, 2당의 대표가 이 정도 합의도 못 하냐는 반문은 곱씹어볼 여지가 많다. 선출직 대표는 당의 최고 권한을 가진 리더로서 얼마든지 그럴 수 있어서다. 더러 정국 교착을 뚫고 대결 의제를 풀어야 할 땐 그 이상의 유력한 수단도 별로 없는 게 사실이다. 다만 대전제는 어디까지나 당내 컨센서스 확보 또는 팔로십 견인일 것이다. 이것이 부족해 보이는 이번 합의가 후폭풍을 일으키는 건 그래서 자연스럽다고 하겠다. 일이 이렇게 된 데 대해 더 되돌아봐야 할 쪽은 취임 한 달을 맞은 30대 0선 이 대표다. 그가 당내 반발에 따라 100분 만에 재난지원금 합의 발표를 재정리하고 나선 것은 좋아 보일 리 없었다. 최근 여가부와 통일부 폐지론을 띄우고 김재원 최고위원의 민주당 대선 경선 역선택을 거든 것도 논란을 부른다. 설익은 화두 제시는 왕왕 참사를 부른다는 점을 이 대표는 알아야 한다. 역선택이 정당정치를 우습게 만드는 것임을 그가 모를 리 없다. 바람직스럽지 않은 행위를 두둔해선 안 된다. 일각에선 작은정부론이 그의 철학인 양 분석하며 대선 쟁점이 될 거란 전망을 하는데, 만일 논쟁한다면 그것을 판별할 잣대라는 것은 도무지 있을 수 없는 작은정부론이니 큰정부론이니 하는 허깨비보다 좋은 정부론이라는 실질을 두고 다투길 권고한다.

두 대표의 합의를 둘러싼 잡음이 이틀째 여전한 가운데 송 대표는 국힘이 이 대표의 결단을 뒷받침해주길 바란다며 전 국민 지급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국힘과의 합의 기정사실화로 당내 이견까지 해소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그러나 이 대표는 소상공인 지원을 대폭 늘리자는 자당의 원칙에다 민주당의 전 국민 지급 희망을 반영한 정도라고 설명한다. 재정 지출 규모는 한정돼 있건만 서로 아전인수로 풀이하며 하고 싶고 듣기 좋은 이야기는 다 하고 있다. 대화와 타협은 더 절실해졌다. 국회에 제출된 추경안은 소상공인 피해 지원, 국민 재난지원, 저소득 취약층 추가 지원, 백신 대응 등 중층 패키지로 엮여 있다. 일부에선 4차 대유행이 반영되지 않은 이 안을 원점 재검토해야 한다고 하지만, 그건 만날 신중해야 한다는 말만 되뇌며 아무것도 결정하지 않는 정치의 무능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도 간과해선 안 될 것이다. 본래 완벽하기 어려운 정치와 행정에서 가장 중요한 고려 요소 중 하나는 시간이다. 양당은 국회 정밀 심사와 여·야·정 협의까지 고려한 타협으로 실효 있는 추경안을 다듬어야 한다. 또한 연동형 선거제 손질, 지구당 부활 같은 대표 간 합의를 정치 개혁을 위한 기폭제 삼아 위성정당 창당 등 지난 총선에서 저지른 씻을 수 없는 잘못을 만회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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