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대선 경선준비위원회 첫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1.7.7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이 대표는 지난 9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여성가족부에 이어 통일부 폐지론을 펼쳤다. “실질적인 역할과 실적이 모호”하고 “외교와 통일 업무를 분리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라는 주장이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이를 두고 10일 “부족한 역사인식과 사회인식에 대한 과시”라고 지적하자, 이 대표는 11일 “통일부 장관이 부처 공부원에게 (여성의날 기념)꽃 선물하고 유튜브 찍는 사이 오히려 북한 여성인권 실태를 챙긴 건 탈북 여성과 UN”이라고 반박했다. 이에 이 장관은 “이 대표야말로 총기난사를 하고 있다”면서도 “더 이상 이 무의미한 논란을 반복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여권에선 이 대표의 주장을 놓고 “남북관계 특수성을 이해하지 못한 주장”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통일부 폐지를 거론하는 것만으로도 우리의 한반도 정책에 대한 국내외 의문을 야기하고, 남북관계와 대외관계에 불편을 초래한다”며 “(이 대표의 주장은)어리석고 무책임한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윤건영 민주당 의원도 ‘평화적 통일’과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는 내용을 담은 헌법 조문을 들며 “제1야당 대표가 (헌법의)의미를 아무 생각없이 지나친 것”이라며 “그야말로 무식한 소리”라고 말했다. “해경 해체 박근혜 키즈답다”(정청래 의원), “정부 조직이 밀가루 반죽이냐”(강병원 최고위원) 등 비난도 나왔다.
비판이 거세지자 이 대표는 정부의 행정영역을 축소해야한다는 취지의 ‘작은 정부론’으로 논점을 확대했다. 그는 10일 “작은정부론은 가벼운 정책이 아니고, 반박하려면 ‘큰 정부론’이나 ‘공공영역이 커지기를 바란다’는 입장이라도 들고 오라”고 한 데 이어 11일에도 “작은정부론은 앞으로 보수진영내에서도 대선을 앞두고 주요하게 다뤄질 과제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국민의힘 내에서도 신중론이 나왔다. 대선 출마를 선언한 윤희숙 의원은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부처가 ‘낄끼빠빠(낄 때 끼고 빠질 때 빠진다는 의미)’ 할 수 있게 정부효율화는 꼭 필요하다”면서도 “통일부가 문제가 있다고 폐지로 바로 넘어갈 주장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당 대외협력위원장인 권영세 의원도 페이스북을 통해 “국정은 수학이 아니다. 쓸데없이 반통일세력의 오명을 뒤집어 쓸 필요가 없다”며 “통일부는 존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권 의원은 “검찰 마음에 안 든다고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하는 저들을 따라 해서야 되겠나. 언행을 신중히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지난달 29일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정치권에선 이 대표의 주장이 대선을 앞둔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민주당 주요 대선주자들이 기본소득 등 ‘큰 정부’를 기초로 한 공약을 제시한 상황에서 여권과 각을 세운다는 분석이다. 김도읍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이날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기본적으로 보수 정당이 작은정부론을 지향하는 게 맞다. 국가조직의 효율을 극대화하고 혈세를 절감하기 위해서라도 필요한 논의”라며 “다음 정권에서 정부조직 개편은 고민해볼 문제”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명박 정부는 2008년 초 통일부·여성부·해양수산부를 폐지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하지만 당시 야당이던 통합민주당의 극렬한 저항 때문에 통일부·여성부는 살아남고 해양수산부는 국토해양부와 농림수산식품부로 기능을 이관하는 선에서 정리됐다.
한편 이 대표의 ‘작은정부론’을 둘러싼 논쟁이 “최근 범야권 대선주자들의 어젠다 부족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는 지적도 나온다. 범야권 대선주자들이 뚜렷한 어젠다 선점을 하지 못한 상황에서 이 대표가 논쟁적 주장을 펼치면서 이슈를 흡수하고 있다는 것이다.
▶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