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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긴급재난지원금

재난지원금 80∼100% 사이 '방황'…당정 고무줄 당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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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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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협의를 거쳐 확정한 재난지원금(상생국민지원금) 지급 방안이 '오리무중'으로 빠져들었습니다.

정부는 정책의 신뢰가 걸린 만큼 소득 하위 80%에게 지급하기로 한 원안을 고수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커트라인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면서 여당은 정치 권 주도로 지급 범위를 확대하겠다는 태세입니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어제(8일) 이번 추경과 관련한 국회 시정연설에서 "작은 차이로 지원금을 받지 못하시는 분들도 계실 것"이라면서 "기여만 하고 혜택은 받지 못한다고 섭섭하게 생각하실 분도 계실 것이다. 이해를 구합니다"라고 했습니다.

김 총리는 오늘 아침 라디오 인터뷰에서도 "예산은 총액이 정해져 있다. 전국민에게 지원금을 주게 되면 다른 부분에는 예산을 사용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김 총리는 "추경에서 가장 우선으로 도움을 받아야 할 사람들은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이며, 백신이나 방역에 대한 투자도 필요하다. 여지가 별로 없다"며 "그렇다고 빚을 내는 것은 국민들이 동의하겠느냐"라고 했습니다.

당정이 합의해 국회에 제출한 추경안을 정부 스스로 다시 손질할 수 없는 데다 재난지원금을 선별 지급하는 한 어떻게 기준을 정해도 불만이 없을 수 없는 만큼 애초 방침대로 밀고 가겠다는 뜻으로 읽힙니다.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도 라디오에서 "당정 간에 충분히 논의해 합의한 것"이라며 "국회의원들은 이런저런 생각을 밝힐 수 있지만, 현재로서는 당정 간 합의안에 충실하려고 한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여당의 내부 기류는 청와대나 정부의 생각과 차이가 큽니다.

민주당은 지난 7일 이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의원총회를 열어 난상토론을 했는데 전국민 지급 의견이 우세했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민주당 의원 50여 명이 소속된 을지로위원회는 의원총회 전 기자회견에서 "전 국민 재난위로금 100% 지급과 소상공인 희망회복자금의 1조 원 증액 방안이 적극 검토되길 바란다"며 "소득을 기준으로 차등을 두는 재난지원금으로 불필요한 형평성 논란에 휘말릴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일각에서는 건강보험료의 직장·지역가입자 문제, 맞벌이 부부 문제 등의 형평성을 맞추는 과정에서 지급 범위가 90% 안팎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습니다.

따라서 야당과의 협의를 포함한 국회 심의 과정에서 재난지원금이 소득 상위 80∼100% 사이에서 어떻게 교통정리될 지는 불투명합니다.

선별 지급을 위한 건강보험료 기준 소득 하위 80%라는 커트라인에 대한 불평과 불만이 빗발치자 전문가들은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최현수 사회보장재정정책 연구실장은 지급 기준이 1∼2인 가구에 불리하게 설정됐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건보료 기준 중위소득 180%를 적용할 경우 1인 가구는 월 329만 원, 2인 가구는 월 556만 원입니다.

하지만 대기업 신입사원의 초봉이 350만 원을 넘는 현실을 감안할 때 기준이 너무 가혹하다는 불만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최 실장은 "건보료 기준 중위소득 180%라는 기준은 저소득층을 지원하기 위한 최저생계비를 좀 더 발전시킨 것으로 통계청이 발표하는 중위소득과는 달라 1∼2인 가구에 엄청 불리하게 돼 있다"면서 "만약 통계청 중위소득을 적용하면 1인 가구의 경우 커트라인이 월 500만 원 정도까지 올라간다"고 했습니다.

우석진 명지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소득 하위 80%라는 기준 자체도 추상적인데 여기에 자산 기준까지 집어넣으려다 보니 욕먹을 부분이 커졌다"면서 "미국은 자산 기준 없이 단순히 소득 기준으로만 지급해 오히려 문제를 최소화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도 "다소 부작용이 있더라도 지급 기준은 개인의 소득 기준 하나로 단순하게 설계해 자산이 많든 적든 소득이 기준 이하라면 가구가 아닌 개인 기준으로 지급해야 한다"면서 "여기에 자산 기준을 끼워 넣으면 문제가 더욱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최 실장은 "현 상황에서 가장 부작용을 줄이는 방법은 전국민에게 재난지원금을 보편 지급한 뒤 연말정산(직장인)이나 종합소득신고(자영업자, 프리랜서 등) 결과를 갖고 커트라인을 확정해 고소득층 지급분을 환수하는 것이 합리적으로 판단된다"고 했습니다.

전 국민 지급이 타당하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 소장은 "지급에서 배제된 국민의 불만이 커지면서 못 받는 사람은 억울해하고 받는 사람도 마음은 찜찜할 것"이라면서 "위기 극복을 위해 국민 모두가 고생한 만큼 액수를 줄여서라도 전 국민에게 지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유영규 기자(sbsnewmedi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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