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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이슈 자율형 사립고와 교육계

안산 동산고까지…자사고 10곳 모두 승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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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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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형사립고(자사고) 지정취소 무효 소송 1심이 시도교육청의 완패로 일단락됐다. 2년 전 교육당국에서 자사고 지위를 박탈당한 학교 10곳이 교육감들을 상대로 제기한 행정소송에서 '10전10승'을 거두면서 모두 자사고 지위를 회복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2025년을 기점으로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 계획은 변함없다는 게 교육부 방침이어서 교육당국과 사학 간 갈등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수원지법 행정4부(부장판사 송승우)는 8일 학교법인 동산학원이 경기교육감을 상대로 제기한 자사고 지정취소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2019년 자사고 지정·취소에 관한 심사 당시 기준에 많은 변경이 생겼는데 (피고는) 변경된 기준을 심사 대상 기간이 끝날 때쯤에야 통보하고 이를 이용해 심사한 것은 절차적 면에서 허용될 수 없다"며 학교 측 손을 들어줬다. 이어 "평가 결과가 기준 점수 70점에 미달함을 이유로 자사고 지정을 취소한 것은 처분 기준 사전 공표 제도의 입법 취지에 반하고, 갱신제의 본질과 적법절차원칙에서 도출되는 공정한 심사 요청에도 반해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이라고 판시했다.

그동안 교육당국은 5년 주기로 자사고 운영성과 평가를 통해 자사고 재지정 여부를 판단해왔다. 가장 최근 평가였던 2019년에는 기준 점수가 10점 높은 70점으로 상향 조정됐는데, 당시 자사고들은 평가 기준과 방법이 학교에 불리하게 변경된 것은 물론 바뀐 지표를 사전에 제대로 안내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번 재판부도 "자사고 평가 대상 기간이 이미 경과했거나 상당 부분 경과한 시점에 지정취소 여부를 좌우할 정도로 중대하게 평가 지표를 변경하는 것은 갱신제의 본질과 공정한 심사의 요청에 반한다"고 명시했다.

경기교육청은 이번 판결에 대해 강한 유감과 우려를 표하며 항소 의지를 밝혔다. 특히 경기교육청은 '자율학교 등에 대한 평가는 교육감이 정하는 바에 따라 실시한다'는 관련 규정 등을 근거로 내세워 안산 동산고에 대한 조치가 적법했음을 항소심에서 적극 주장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자사고 지정취소 무효 소송에서 패소한 서울·부산교육청도 현재 항소 절차를 밟고 있다. 지난해 12월 부산 해운대고를 시작으로 서울 배재고, 세화고, 숭문고, 신일고, 이대부고, 중앙고, 경희고, 한대부고가 잇따라 재판에서 승소해 자사고 지위를 회복했다.

이로써 자사고 존폐를 둘러싼 학교와 교육당국 간 법적 공방은 대법원까지 갈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자사고의 미래가 불확실하다는 점이다. 2025년 3월 모든 자사고와 외국어고, 국제고를 일반고로 전환하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이 개정된 만큼 이들 학교는 '시한부' 신분이다. 그러나 자사고 등이 개정 시행령의 부당함을 주장하며 헌법소원을 제기한 상태여서 헌법재판소 결과에 이들 학교 운명이 달려 있다. 헌재가 위헌 결정을 내리면 이들 학교는 지위를 계속 유지할 수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자사고 1심 판결은 평가 절차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나온 것"이라며 "2025년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 등 고교 체제 개편은 이와 별개로 변함없이 추진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한편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이날 판결 직후 입장문을 내고 "자사고 폐지에 매몰돼 억지로 공약을 밀어붙인 정권, 위법·불공정 평가로 폐지 수순만 밟은 교육청, 무기력한 편승과 동의로 줄소송 사태를 초래한 교육부는 지금이라도 사과하고 책임져야 한다"고 비판했다. 한국사립초중고등학교법인협의회도 "자사고가 모두 승소한 것은 조령모개(朝令暮改)식 교육정책과 다양하고 우수한 인재 육성을 막는 반(反)교육적 횡포에 경종을 울린 것"이라며 "사법부의 이번 판결을 계기로 학생·학부모가 더 이상 혼란을 겪지 않도록 일관성과 안정성을 갖춘 교육정책을 추진할 것을 교육당국에 강력히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지홍구 기자 / 고민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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