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와 관련해서 "사실 과거엔 크게 문제 삼지 않았다"며 "정치적으로 볼 필요가 없다"는 발언을 했는데요. 윤 전 총장의 입장을 놓고 "일본 극우의 논리"라는 거센 비판이 여권에서 쏟아졌습니다. 논란이 커지자 윤 전 총장 측은 강경화 전 외교부 장관의 발언을 비판한 거라는 해명을 내놨는데요. 관련 내용, 조익신 멘토가 정리했습니다.
[기자]
'탈원전 행보'를 선보였던 윤석열 전 검찰총장. '탄소중심' 한 글자 차이로 도마에 올랐죠? 이걸 놓칠 정치권이 아닙니다. 민주당, 중심이란 단어를 그대로 패러디해 '윤석열 때리기'에 나섰습니다.
[윤호중/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 탄소중립을 토론하는 모임에 탄소 중심이라고 적힌 마스크 쓰셨습니다. 이걸 애교로 봐야 되는지 개그로 봐야 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정치 중립'을 금과옥조로 삼아서 검찰을 지휘하셔야 될 분이 '정치 중심'으로 일 처리를 해오셨던 건가요. 이제 그만 웃겨주시기 바랍니다.]
웃음기를 쏙 뺀 비판도 있었습니다. 윤 전 총장, 후쿠시마 원전수 문제와 관련해 이런 의견을 내놨었죠.
[윤석열/전 검찰총장 (지난 6일) : (후쿠시마 원전 방류 있잖아요. 그런 문제 같은 경우에는 한국 정부가 좀 어떻게 대응해야 한다고 생각하세요?) 사실은 과거에는 크게 문제를 안 삼았거든요. 그때그때 어떤 정치적인 차원에서 볼 문제가 아니고 일본 정부나 각국들과 협의를 해서 투명하게 사람들이 어떤 의문을 갖지 않도록 그렇게 진행되도록 국제 협력이 이뤄져야 한다고 봅니다.]
민주당의 대선주자 원투펀치가 윤 전 총장을 향해 스트레이트를 꽂았습니다. "일본 극우의 논리다", "자민당 총재에 도전하냐" 거세게 몰아붙였습니다. 윤 전 총장 측도 맞고만 있을 순 없겠죠? 회심의 '훅'을 날렸습니다. 윤 전 총장이 말한 '과거'. 지난해 10월 이때를 지적한 거다, 역공에 나선 겁니다.
[강경화/당시 외교부 장관 (지난해 10월 26일) : 일본 주권적인 영토 내에서 이루어진 사항이고, 물론 그 결정에 따라서는 우리 국민의 안전에 영향이 미칠 수 있는 사안이기 때문에 저희가 매일 주시를 하면서…]
당시 강경화 전 장관의 안일한 발언, 여당에서도 문제를 삼았었죠?
[이재정/더불어민주당 의원 (지난해 10월 26일) : 외교부 내무 문서에서 후쿠시마 원전수 오염수 처분 관련 동향 및 대응 경과 하면서 이 내용이 들어가 있는데, 일본 정부의 주권적 결정 사항이라는 글자에 빨간 줄이 그어져 있습니다.]
[강경화/당시 외교부 장관 (지난해 10월 26일) : 일본을 상대로 끊임없이 투명한 공개, 업데이트된 정보 공개를 요구하고 있고 그리고 어느 정도 갖고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주권사항'이라고 했다가 입장을 바꿔 다시 문제를 지적하며 검증을 요구하니, 일본 정부의 협조를 얻지 못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었다는 겁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현재 상황은 업데이트가 안된 모양입니다. IAEA를 중심으로 한 검증, 일본이 이미 받아들였습니다.
[가토 가쓰노부/일본 관방장관 (4월 15일) : IAEA의 과학적 조사를 환영합니다. 제3자 입장에서 처리수(오염수) 처분과 안전성을 확인받겠습니다.]
우리 정부가 추천한 원자력안전기술원의 김홍석 박사가 검증단 초청장도 받았었죠? 어제 최종 확정이 됐습니다.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로 일본 정부와 강하게 부딪혔던 중국도 검증단에 합류하기로 했다는 소식입니다.
[자오리젠/중국 외교부 대변인 (4월 15일) : 일본의 일부 정치인들이 오염수가 깨끗하다는 것을 증명하려면 그들이 오염수를 마시고 밥이나 빨래를 하거나 농사를 지으라.]
후쿠시마 원전수 방류에 대한 윤 전 총장의 입장. 결국, 문재인 정부와 크게 다르지 않은 듯한데요.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는 잘못됐다" 한마디만 덧붙였다면, 논란은 없었겠죠. 불명확한 메시지를 내, 비판을 자초한 이유. 여기에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윤건영/더불어민주당 의원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 : 취지는 그게 아니었다. 일종의 사고가 터진 셈이죠. 사고가 자주 반복되고 있어요. 지금 메시지와 관련된 내용에 있어서. 그거는 뭔가 안 좋다는 거거든요. 그리고 문재인 정부 에너지 전환 정책에 대한 공격을 하고 계시던데 상대를 공격하려면 제대로 알아야 됩니다. 그런데 제가 볼 때는 공부 잘 안 하신 것 같아요. 오로지 그냥 반대만의 구호만 있는 것 같아요. 반대를 위한 구호.]
국민의힘에선 공부가 부족한 건 당연하다, 방어막을 쳤습니다.
[이준석/국민의힘 대표 (KBS '최경영의 최강시사') : 한 2년 전부터 저렇게 공부하고 이랬었구나. 그러면 저 사람 실제로 과거에 조국 장관 사태부터 해서 검찰총장으로 있을 때 일련의 어떤 행동들이 진짜 예전부터 기획된 거 아니냐? 이런 공격을 받을 수도 있거든요.]
부족한 건 당에서 채우면 된다는 생각이겠죠? 국민의힘 입당을 기대하면서 말입니다. 이준석 대표는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이 가르마를 타 줄 거다, 기대감을 표했는데요.
[이준석/국민의힘 대표 (KBS '최경영의 최강시사') : 윤 전 총장이 지금 주변에 다양한 분들이 모여 있는 것 같습니다. 제가 듣기로는 범야권의 인사와 더불어서 범여권에 포함되는 인사까지 이제 같이 계시다고 했는데 서로 간에 노선 경쟁이나 이런 게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김종인 위원장과 만약에 소통하는 관계로 가게 된다면 범야권에서는 이분이 선거 좌장으로서는 거의 탑티어(top-tier)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범야권과 함께 그 방향으로 행보한다는 것이 지난번 출마 선언에 이어서 한번 더 명확해지는 거 아니냐.]
윤 전 총장. 보수에서 합리적 진보까지 '큰 접시론'을 내걸었죠? 이 대표가 내세운 '샐러드볼'보다 포용 범위가 넓습니다.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 입당을 주저하는 이유기도 한데요. 이 대표가 기대감을 표시한 김종인 전 위원장의 역할. 그런데, 정작 김 전 위원장 본인은 생각이 영 딴판입니다.
[김종인/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음성대역) : 지지율을 유지하고 확장하는 게 대선 고지에 오를 가장 효과적인 길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죠. 굳이 지금 당에 들어가서 다른 후보들과 옥신각신하는 상황을 만들려고 하지는 않겠지. 요즘 민주당 대선 경선을 보면 서로 극렬하게 상대방 약점을 잡고 가는데, 그런 과정을 안 거쳐도 지지율을 유지하고 확장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지금 상태로 가는 수밖에 없지.]
극렬하게 상대방 약점을 잡는다, 민주당 경선 과정에서 불거진 '바지 발언'을 염두에 둔 듯싶습니다.
[정세균/전 국무총리 (지난 5일) : 소위 말하는 스캔들에 대해서… 인제 그 이야기는 그만합시다. 이렇게 말씀하셨는데. (제가 혹시 바지 한번 더 내릴까요?) 아니 그거 하고는 다른… (뭐, 어떻게 하라는 겁니까.)]
윤 전 총장 입장에선 남의 일이 아닐 수 있습니다. 국민의힘에 입당한다면 일명 '홍감탱이'. 홍준표 의원이 윤 전 총장을 가만히 내버려두진 않겠죠? 그래서일까요? 김 전 위원장은 '11월 단일화론'을 제안했는데요. 국민의힘 후보가 확정되면, 여론조사를 통해 야권 단일후보를 선출하면 된다는 겁니다.
민주당에서도 윤 전 총장의 국민의힘 합류 가능성을 낮게 보는 목소리가 있는데요. 이유는 조금 달랐습니다.
[김영진/더불어민주당 의원 (JTBC '썰전 라이브' / 어제) : 안철수 중심으로 여의도가 돈다. 정치가 돈다. 그다음에 윤동설이에요. 마찬가지예요. 그래서 이분들은 자기를 중심으로 천상천하 철수독존, 천상천하 석열독존 이런 생각이 아주 강해요.]
그런데 말입니다. 입당을 미룬다고, 검증의 칼날을 피할 수 있을까요? 당장 민주당과 언론이 움직이기 시작했죠.
[송영길/더불어민주당 대표 (지난 5일) : 장모의 문제는 윤석열 검사 시절에, 특검 시절에 박근혜 전 대통령을 구속 기소했던 경제공동체 이론, 즉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돈을 받지 않았지만 최순실을 통해서 돈을 받은 것은 사실상 최순실이 박근혜 대통령의 재산을 공동 관리하는 경제공동체라는 논리로 같이 공범으로 기소가 된 것입니다. 이 논리가 본인에게도 그대로 부메랑이 될 수 있다.]
윤 전 총장의 부인 김건희 씨가, '쥴리'를 하고 싶어도 할 시간이 없게 만들었다던 박사 논문. 이 역시 도마에 올랐습니다.
[이낙연/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YTN '황보선의 출발 새아침') : 특히 국민대학의 논문 검증은 이미 보도가 되고 있는데요. 참 입에 올리기가 민망할 정도로 안 좋은 일이죠.]
민망하다는 박사 논문의 표지인데요. 영어 제목에 '회원 유지'를 'member Yuji'라고 적어 놨습니다. y, u, j, i. 유지를 음가 그대로 알파벳으로 바꿔 표현한 겁니다. 이 논문, 문제가 없는지 국민대가 본격적인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김씨가 학술지에 낸 또다른 논문도 표절 의혹에 휩싸였죠?
[윤근혁/오마이뉴스 교육전문기자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 : 출처 표기도 하지 않았는데 왜 언론사 기사가 이렇게 많이 학술지 게재 논문에 있는가 하고 해당 기사를 기사가 디지털타임즈 2006년 3월 기사였는데 그 기사 낱말 숫자를 세어봤어요. 그랬더니 733개였는데 똑같은 낱말이, 문장도 똑같고요. 낱말을 세어보니까 733개 기사 중에 549개를 김씨가 논문에다가 넣었더라고요. 그러니까 기사 표절률이 74.8%였다는 얘기죠.]
윤 전 총장과 그 가족을 향한 검증, 이제 시작입니다. 윤 전 총장 입장에선 정치권의 '현미경' 검증이 조금은 당황스러울 수도 있을 듯 싶은데요. 정치판 원래 이런 곳입니다. 각오는 하고 들어왔겠죠. 오늘의 톡쏘는 한마디, 드라마 보좌관 속 한 장면으로 마무리하겠습니다.
[JTBC '보좌관2' : 대통령이 된다고 해도 달라지는 건 없습니다. 어차피 계속 물어뜯고 싸울 거니까요. (좋습니다. 만신창이가 될 각오가 되셨다니…)]
조익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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