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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6 (일)

[르포] "올해 농사는 기대 못 해요"…침수 피해 농가 '한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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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재민 돕는 세탁·청소 등 봉사 손길 이어져

연합뉴스

진흙만 남은 못자리
(장흥=연합뉴스) 천정인 기자 = 8일 오후 전남 장흥군 대덕읍 덕촌마을 한 농경지에서 폭우로 농경지 수해를 입은 농민이 급류에 쓸려가버린 모를 다시 심고 있다. 2021.7.8 iny@yna.co.kr


(광주=연합뉴스) 천정인 기자 = "논이 엉망이 됐는데 농부가 어떻게 손 놓고 있는답니까."

8일 오후 전남 장흥군 대덕읍 덕촌마을 한 논에서 우연히 마주친 박경철(65) 씨 부부는 손발에 진흙을 가득 묻힌 채로 모를 심고 있었다.

지난 6일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쏟아진 폭우로 인근 마을은 물론 박씨의 논도 함께 침수 피해를 봤다.

그때 갑자기 많은 양의 물이 박씨의 논으로 밀려든 듯 논두렁 경사면과 가깝게 있는 못자리는 진흙만 남은 채 텅 비어있었다.

모내기를 한 지 한 달도 되지 않은 어린 모가 빠른 물살에 휩쓸려간 것 같다고 박씨는 설명했다.

다행히 멀리 쓸려가지 않은 모들이 남아있어 박씨 부부는 서둘러 모를 다시 심고 있는 중이었다.

박씨가 경작하는 전체 농경지 면적에 비하면 휩쓸린 곳은 일부분에 불과하지만, 농부의 마음은 편치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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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우로 잠긴 농경지 괜찮나
(장흥=연합뉴스) 천정인 기자 = 8일 오후 전남 장흥군 대덕읍 덕촌마을 한 농경지에서 폭우로 농경지 수해를 입은 농민이 급류에 쓸려가버린 모를 다시 심고 있다. 2021.7.8 iny@yna.co.kr


박씨는 "이렇게 해봤자 얼마나 더 수확하겠느냐"며 "그래도 농부라서 그런지 논이 망가져 있는 모습을 볼 수가 없다"고 말했다.

오히려 박씨는 멀쩡히 서 있는 모들이 더 걱정이라고 했다.

겉보기엔 멀쩡하지만, 완전히 물에 잠겼다가 나온 모들이어서 병충해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고 박씨는 설명했다.

특히 한창 생장할 시기인데 물에 잠겼던 탓에 제대로 된 생장이 이뤄지지 않을 수도 있다고 했다.

박씨는 "사람으로 치면 사춘기 때 큰 사고를 당한 것과 마찬가지"라며 "지금 당장 해줄 수 있는 건 없어 손 놓고 바라만 봐야 해 답답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엔 태풍으로 피해를 보고 올해는 이번 폭우로 제대로 된 농사를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매년 자연재해 때문에 농사짓는 게 점점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박씨의 논 인근에 자리한 마을에서도 20여가구가 침수 피해를 봤다.

집 안에 허리 높이만큼 물이 차올라 값비싼 가전제품과 가구 등이 순식간에 폐기물이 돼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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젖은 장판 걷어내는 봉사자들
(장흥=연합뉴스) 천정인 기자 = 8일 오후 전남 장흥군 대덕읍 한 마을에서 군청 공무원들이 폭우로 침수된 주택을 정비하고 있다. 2021.7.8 iny@yna.co.kr


대부분 주민이 고령인 탓에 복구는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가 전날부터 자원봉사자들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대한적십자사 광주전남지사는 소식을 듣고 세탁 차량과 봉사원을 보내 손빨래하기 힘든 이불 등 대형 빨래를 할 수 있도록 도왔다.

한 봉사원은 자신이 침수 피해를 당한 당사자인데도 더 피해가 심한 사람들을 돕겠다며 봉사에 나서는 훈훈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장흥지역자활센터 역시 사무직원까지 총동원해 이불 빨래를 돕거나 침수 주택을 정리하는 데 손을 보탰다.

고된 육체노동이 익숙하지 않은 듯 서로 어깨를 주물러주면서도 도움을 줄 수 있어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장흥지역자활센터 관계자는 "처참한 집 내부 모습을 눈으로 보니 너무 안타깝다"며 "저희가 조금이나마 도움을 드릴 수 있어 다행"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른 시일 안에 일상으로 돌아가실 수 있으면 좋겠다"며 "저희도 최선을 다해 돕겠다"고 말했다.

장흥에는 지난 5일부터 7일까지 384㎜ 폭우가 내려 주민 1명이 급류에 휩쓸려 숨졌다.

또 하천 등이 갑자기 불어나면서 50여가구와 3천700여㏊의 농경지가 침수 피해를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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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해 지역 세탁 봉사
(장흥=연합뉴스) 천정인 기자 = 8일 오전 전남 장흥군 대덕읍 덕촌마을에서 대한적십자자 광주전남지사와 장흥지역자활센터 봉사자들이 침수 피해로 물에 젖은 이불 등을 세탁하고 있다. 2021.7.8 iny@yna.co.kr )끝)


in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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