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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이슈 혼돈의 가상화폐

[광장] ‘가상화폐’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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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한상준 법무법인 대건 변호사


2017년에 가상화폐 광풍이 일어났다. 너도 나도 비트코인을 포함한 가상화폐에 종잣돈을 투자했고 상한가도,하한가도 없는 도박판 같은 가상화폐 거래소에는 매일 수조, 수십조원의 거래량이 쌓였다. 1년 365일 24시간 거래가 가능하고 가격제한폭도 없이 하루에 100%도 넘게 오르는 가상화폐 종목들을 찾는게 그리 어렵지 않았다. 주식처럼 자본시장법이 적용되지도 않고,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가상화폐를 불특정 다수로부터 투자받는 행위도 ‘자금’을 수신하는 행위로 평가하기 어려워 유사수신으로 처벌하기도 어려웠다.


이렇게 거의 만 4년이 지났지만 지금도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특금법’이다 ‘업권법’이다 가상화폐 관련 규제법률들이 생겨나고 있지만 실상 현장에서 사건을 다루는 입장에서는 ‘뭣이 중헌디?’라는 생각이 든다. 정작 중요하고 반드시 필요한 부분에 대한 내용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는 사이에 대한민국 다단계의 성지 테헤란로에는 가상화폐를 이용한 다단계 폰지사기가 끊이질 않고 있다. 금융다단계를 일삼던 사기꾼들은 계좌이체나 현금으로 투자를 받던 때와는 달리 유사수신관련 법규를 피해갈 수 있는 가상화폐를 만난 이후 마치 날개를 단 듯 대놓고 폰지 사기범행을 벌이고 있다. 그들은 가상화폐를 다단계 방식으로 팔거나, 투자를 받는 행위들을 통해 큰 돈을 벌었고 지금도 벌어들이고 있다. 그들이 돈을 번다는 것은 누군가는 큰 피해를 본다는 것과도 같은 말이다. 시기마다 가상화폐를 이용한 폰지 사기도 유행(?)을 좀 탔는데 2017~2018년도에는 가상화폐판매,구매대행 방식의 사기가, 2019년도에는 가상화폐 결제시스템을 이용한 페이(PAY)류의 폰지사기가, 2020년에는 스테이킹(적금식),채굴투자,300%수익보장 순환마케팅 등의 사기가 유행이었다. 이 모든 유형의 사기가 저 테헤란로 다단계꾼들로부터 시작됐다.


필자는 2017년도부터 가상화폐 관련 사건들을 다뤄왔다. 대부분 위에서 말한 폰지사기 피해자들을 대리하여 고소를 진행한 사건들인데 가상화폐를 이용한 사기사건의 경우 검·경 수사관들이 사건을 진행해본 경험이 대부분 없어 사건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다보니 가상화폐 관련 사기, 유사수신 고소장에는 ‘들어가기에 앞서’라는 목차가 별도로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 가상화폐 사건은 용어나 이동경로 등을 이해하기 쉽지 않다보니 약간의 이해를 돕기 위한 설명을 담은 목차인데, ‘모르면 불기소’라는 암묵적인 공식을 피해가기 위한 나름의 노력이랄까.


가상화폐를 이용한 사기, 유사수신이 이렇게 오래도록 판을 치고 있는데 이에 대한 전담부서라든지 수사 메뉴얼이라든지 이런게 왜 부재한 것일까라는 생각을 많이 했고 나름 건의도 해보았는데 아직까지 정비가 안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수사관들 사이에서 가상화폐 관련 사건은 ‘어려운’, ‘다루기 싫은’ 애물단지 같은 사건일 뿐이어서 사건담당 변호사로서 겪는 고충은 정말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다.


가상화폐는 왜 존재하는 것일까. 이것이 블록체인 기술과 필연적으로 결합되어야 하기 때문에 존재하는 것인지 아니면 그저 다단계 사기꾼들이 처벌을 피해가기 위한, 범죄수익을 은닉하기 위한 수단으로 존재하는 것인지 의문이 들 때가 많다. 아직 가상화폐 관련 규제는 걸음마 단계에 불과하고 앞으로 갈길이 멀기에 과연 또 어떤 폰지 사기가 유행할지(?) 걱정이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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