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오늘(7일) 국회 상황실은 야권 대선 주자들 소식, 정확히 말하면 국민의힘 밖에 있는 주자들이죠. 그 소식을 다루겠습니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오늘 정치에 참여하겠단 입장을 언론에 밝혔습니다.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내놓지 않았는데요. 윤석열 전 총장이 '탈원전' 이슈를 강조하고 있는 중이라, 그 시점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윤 전 총장은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 점심을 함께 했는데요. 이 소식까지 류정화 상황실장이 정리했습니다.
[기자]
[최재형/전 감사원장 (지난달 28일) : 오늘 대통령님께 사의를 표명하였습니다. 우리 대한민국의 앞날을 위해 제가 어떤 역할을 해야 되는지에 대해서 숙고하는 시간을 가지려고 합니다.]
유난히 시계가 빨리 가는 것 같은 날이 있죠. 오늘이 그런 날입니다. 다름아닌 '대선 시계' 얘긴데요.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오늘 정치 참여를 선언했습니다. 감사원장 직을 사퇴한지 9일만입니다.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사퇴 후 여러 숙고를 했고, 정치에 참여하는 생각을 갖게 됐다"고 했습니다. 다만 공식 선언은 시간이 좀 걸릴 거라고 했습니다. 사퇴 당일엔 대선 출마 관련 질문에 '차차' 말씀드린다고 했는데, 이제 '차차'의 반 정도는 온 걸까요.
[최재형/전 감사원장 (지난달 28일) : (대선 출마 의사가 있으실까요?) '차차' 말씀드릴 기회가 있을 겁니다. (출마 가능성을 열어두고 계시는 건 맞다고 생각하면 될까요?) 그건 '차차' 말씀드리겠습니다.]
최 전 원장은 사퇴 이후 전화기를 끄고 강원도에서 생활했다고 하는데요. 부친인 최영섭 예비역 해군 대령의 병세가 위중해 어제 서울로 돌아왔다고 합니다. 그리고 기자들과 통화에서 '정치 참여' 입장을 밝힌 겁니다. 부친의 병세 때문에, 출마 "시점은 고려 중"이라고 하는데요. 최 전 원장, 야권에선 윤석열 전 총장의 플랜 B로 꼽히죠. 윤 전 총장은 오늘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를 만났는데요. 윤 전 총장 출마선언 하루 전, 감사원장을 사퇴한 최 전 원장, 정치참여 선언은 윤 전 총장이 안 대표를 만난 날 했습니다. 야권 대선 레이스의 중요 변곡점마다 최 전 원장이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 셈입니다. 특히 윤 전 총장, 지난 이틀 간 '탈 원전'을 강조했죠. 검찰총장에서 물러난 것도 탈 원전 때문이라고 했는데요.
[윤석열/전 검찰총장 (지난 5일) : 졸속의 탈원전 방향이라고 하는 것은 반드시 이것은 수정이 돼야 된다. 총장직을 그만두게 된 것 자체가 이 월성원전 사건의 처리와 저는 직접 관련이 있습니다. 굉장한 그 이런 압력이라면 압력, 제가 거기에 넘어가지는 않았습니다만은 그런 것들이 들어왔고…]
'탈 원전' 문제, 감사원장 임기 내내 최 전 원장이 정부와 각을 세웠던 문젭니다. 탈원전 관련 '감사 방해'가 있었다고 공개 석상에서 논쟁하기도 했습니다.
[최재형/당시 감사원장 (지난해 10월 15일) : 이렇게 감사 저항이 심한 감사는, 뭐 제가 재임하는 동안에 처음 있는 겁니다. 자료 삭제는 물론이고 와서 사실대로 얘기 안 합니다. 사실을 감추거나 허위진술을 하면 또 다른 자료를 가지고 와가지고서 '야, 이 자료에 의하면 이런데, 너 왜 그때 그렇게 이야기했냐'…]
윤 전 총장이 '탈원전'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최 전 원장도 조급해졌던 걸까요. 30년 넘게 법관 생활을 해온 최 전 원장, 어렸을 적 소아마비를 앓던 친구를 업어서 등교시키고, 두 아들을 입양한 휴먼스토리는 있지만, 어떤 '정치'를 펼칠지에 대해선 구체적인 힌트는 아직 없죠. '반 문재인' 정서는 있지만 구체적인 정책 비전을 보여주진 못하고 있단 점도 윤 전 총장과 캐릭터가 겹치는 대목입니다. 재임시절 법사위에서 정부 여당 인사들과 각을 세웠단 점도 비슷하죠.
[박범계/당시 더불어민주당 의원 (지난해 7월 29일) : 원장께서 '대선에서 41%의 지지밖에 받지 못한 정부의 국정과제가 국민의 동의를 얻었다고 할 수 있겠느냐' 이런 발언 하신 적 있습니까?]
[최재형/당시 감사원장 (지난해 7월 29일) : 문 대통령께서 41% 정도의 지지를 받으신 걸로 알고 있는데 과연 국민의 대다수라고 말씀할 수 있겠느냐. 이게 전체적인 관련된 내용의 전부입니다. 다만 이것을 어떻게 해석하시느냐, 라는 것은 각자의 보시는 견해에 따라서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야권 주자들의 행보를 가장 유심히 지켜보고 있을 사람,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겠죠. 일단 '탈원전'을 고리로 한 당 밖 주자들의 행보에 힘을 실었습니다.
[이준석/국민의힘 대표 : 특히나 탈원전 같은 경우에는 그 목표가 정당했느냐, 정확했느냐에 대한 부분도 있겠지만, 추진 과정에서 국가의 산업을 망가뜨리고 절차를 무시하는 어떤 그런 상황이었는지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렇게 봅니다. 그래서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나 윤석열 전 총장 같은 경우에도 그런 절차적 부당성 등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고 발언하시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또다른 당 밖의 야권 주자, 윤석열 전 총장은 오늘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를 만났습니다. 출마선언 직후 때보단 국민의힘 입당에 거리를 조금 두고 있죠. 기자들의 질문에 즉답을 피했는데요. 안 대표 역시 국민의힘과의 합당 논의가 지지부진한 상태죠. 두 사람의 만남을 계기로 야권의 '빅텐트'에 무게가 실리는 걸까요.
[윤석열/전 검찰총장 (어제) : (윤 총장님께서 국민의힘에 입당이 가시권에 접어들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여러 차례 말씀을 드렸는데 입당 여부와 시기 문제에 대해서는 지금 전혀 저한테는 아이디어가 전혀 없습니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지 않고요. 어떤 것이 가장 효과적으로 정권교체에 도움이 되는지 판단해서 결정하겠다는 말씀을 계속 드렸고 거기에는 전혀 변함이 없습니다.]
안 대표와는 종로에 있는 중국음식점에서 만났습니다. 9년 전 안 대표가 처음 정치를 시작했을 때 대선 캠프를 차렸던 그 장소인데요. '초심'을 떠올린다는 안 대표에게 윤 전 총장은 "정치의 대 선배"라고 추켜세웠습니다.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는데요. 여기서도 키워드는 '탈원전' 이었습니다.
[안철수/국민의당 대표 : (KAIST에서) 소형원전 프로젝트를 하는데 국가정책과 달라서 연구비가 굉장히 부족한 형편입니다.]
[윤석열/전 검찰총장 : SMR이 과거에는 군사적으로 핵탄두나 핵 추진 잠수함 이런 데 쓰이던 걸 민간 부문으로 전환이 잘 되면 송전 비용이라든가 이런 것도 많이 줄일 수 있고…]
[안철수/국민의당 대표 : 너무 정확하게 알고 계셔서 원자력 전문가와 대담하는거 같습니다.]
[윤석열/전 검찰총장 : 별말씀을요~ 신문에서 읽은 게 전부입니다~ 대표님 앞에서 제가 과학기술 얘기하면 안 되죠~]
식사를 마친 두 사람은 정권교체를 위한 선의의 경쟁자이자 협력자임을 확인했다는 입장을 내놨습니다. '중도 확장'과 '실용정치'에도 의견을 같이 했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말입니다. 안철수 대표와 윤석열 전 총장 공통점이 많죠. 류실장의 '알 파일'에서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정치참여 이유가 "국민이 불러서 나왔다"고 한 점이 비슷한데요. 이른바 '소명론'이죠. 출마선언 당일, 팬클럽과 지지자들이 주변을 가득 메웠던 것도 비슷한 풍경입니다.
[윤석열/전 검찰총장 (지난달 29일) : 국민들께서 사퇴의 불가피성을 이해해 주시고 끊임없는 지지와 성원을 보내주셨습니다. 저는 그 의미를 깊이 생각했습니다. ]
[안철수/당시 무소속 대선 후보 (2012년 9월 19일) : 많은 분들이 왜 제게 지지를 보내는지 설명해 주셨습니다. '이제 좀 정치를 다르게 해보자, 새롭게 출발해 보자'는 뜻이었습니다.]
출마 후 얼마 안 돼 카이스트를 방문해 학생들 강연을 한 점도 비슷하죠. 윤 전 총장은 탈원전을, 안 대표는 당시 융합을 키워드로 삼았는데, 충청과의 연고를 강조한 점은 같았습니다.
[윤석열/전 검찰총장 (어제) : 저희 집안이 논산군 노성면에서 집성촌을 이루면서 한 500년 살아오셨고 저의 부친은 500년 전부터 저의 부친, 또 사촌들까지 뿌리는 여기 대전, 아니 충남에 있기 때문에 아마…]
[안철수/당시 무소속 대선 후보 (2012년 10월 10일) : 제 첫 직장이 천안이었었고, 그리고 또 이제 회사 경영하다가 처음 다시 대학으로 돌아온 곳도 여기 대전 카이스트였었고, 3년간 대전시민으로 살았고, 강의, 굉장히 대전시민을 향해서 열심히 하다 보니 대전 명예시민도 이제 받았었고, 굉장히 저랑 마음이 따뜻해지는 그런 도시예요.]
야권의 '킹메이커'로 불리는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의 기대를 받았다가 사이가 벌어졌다는 점도 비슷한데요. 윤 전 총장의 '별의 순간'을 점지했던 김 전 비대위원장, 최근엔 만날 이유가 없다고 선을 긋고 있죠. 윤 전 총장도 구체적인 만남 계획에 대한 질문에 확답을 하지 않았습니다. 김 전 비대위원장과 안 대표는, 좀 더 사이가 좋지 않은 편이죠.
[안철수/국민의당 대표 (3월 17일) : 김종인 위원장님의 사모님이 제 아내와 이름이 같습니다. 혹시 그분과 착각해서 그러신 것 아닌가.]
[김종인/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3월 18일) : 그 사람(안철수 후보)은 내가 보기엔 정신이 좀 이상한 사람 같아.]
최재형 전 감사원장과 윤석열 전 검찰총장, 안철수 대표 모두 한때 여권과 같이 했다가, 지금은 야권 주자로 거론된다는 공통점이 있는데요. 다만 안 대표는 지난 보궐선거 당시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었습니다. 이 세사람이 모두 움직인 날, 관련 소식은 들어가서 더 얘기해보겠습니다.
오늘 발제 이렇게 정리합니다. < 최재형, 정치선언… 윤석열·안철수 "정권교체·중도확장 공감대" >
류정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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