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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1 (금)

이슈 성착취물 실태와 수사

'성폭력 퇴치' 고삐죈 유럽… '비동의강간죄' 도입에, 아동성착취물 감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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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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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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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정부가 비동의강간죄를 도입한 유럽연합(EU) 국가들의 대열에 동참했다. EU 의회는 개인정보 노출 논란까지 감수하며 온라인 기업들의 아동성착취 감시를 허용하는 규정을 마련했다. 여성과 아동에 대한 성폭력을 퇴치하려는 유럽의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

로이터 등 유럽 현지매체들은 6일(현지시간) 스페인 정부가 합의되지 않은 성관계를 강간으로 인정하는 내용의 법안을 승인했다고 보도했다. ‘예스만이 동의를 의미한다’는 이름으로 알려진 이번 법안은 성 관련 사건 발생시 피해자가 자유로운 상태에서 자신의 의사를 분명히 표현한 경우에만 동의한 것으로 간주하고 있다. 그 이외에는 성폭력과 동일한 것으로 인정돼 최대 징역 15년에 처해질 수 있다.

스페인 정부는 이번 법안으로 성폭력 피해자들이 가해자의 폭력이나 협박을 입증하는 부담을 덜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같은 입증 책임이 과거 솜방망이 처벌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2016년에는 5명의 남성이 한 축제에서 18세 여성을 집단성폭행한 것으로 추정되는 사건이 발생했으나, 물리적 폭력을 사용했다는 증거를 확보하지 못해 성적학대로만 처벌됐다. ‘울프팩(이리떼) 사건’으로 알려진 이 사건은 논란을 일으키며 이번 법안 추진의 발단이 됐다.

법안은 9월쯤 스페인 의회의 표결에 부쳐질 전망이며 빠르면 연말까지 확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스페인 정부는 대변인 성명에서 “이번 법안은 여성 보호를 위한 결정적인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비동의강간죄 신설은 유럽에서 확산되는 추세다. 국제 엠네스티에 따르면 지난해말 이 법안을 도입한 덴마크를 비롯해 독일, 벨기에 등 12개국이 비동의강간죄를 도입했다. 스페인이 법안 도입을 확정하면 13개국으로 늘어난다.

유럽은 여성들에 대한 성폭력 뿐 아니라 아동성착취 예방책 마련에도 분주하게 나서고 있다. EU 의회는 이날 온라인 업체들로 하여금 아동성착취 방지를 위한 기술을 사용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의 온라인개인정보보호(ePrivacy) 임시 규정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번 규정은 사회관계망서비스 등 온라인 커뮤니케이션을 관리하는 업체들이 아동성착취와 관련된 메시지들을 능동적으로 감시하고 신고할 수 있게 했다.

EU는 최근 아동성착취 급증 조짐에 고심해왔다. EU 집행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약 400만건에 달하는 아동성착취 이미지와 동영상이 보고됐으며, 그루밍 범죄(친밀한 관계 형성을 통한 성적 가해행위)로 의심되는 행위도 1500여건 접수된 것으로 전해졌다. 유로폴은 코로나19 기간 동안 사람들의 온라인 활동이 잦아지면서 아동성착취 문제가 악화된 것으로 보고 있다. 아동인권에 관심이 많은 배우 애쉬튼 커쳐는 이번 법안의 통과를 유럽의회에 촉구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규정은 EU 내에서 논란을 불렀다. 개별 기업에 온라인 감시권한을 전폭적으로 허용하면 성인들간의 사적인 대화가 감시망에 노출되는 등 개인정보 피해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국제비영리단체 유럽디지털권리(EDRi)의 디에고 나란호 정책책임자는 폴리티코와의 인터뷰에서 “개인정보를 보호받아야 할 권리와 온라인상에서의 아동 보호 필요성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지 못한 것”이라며 “유럽의회가 너무 서둘렀다”고 지적했다.

EU가 이날 마련한 개인정보보호 규정은 2025년 12월까지 시행될 예정이다. EU 회원국들은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추가적인 조치를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박용하 기자 yong14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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