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러코스터 장세 보이는 국제 유가
WTI, 77달러 넘봤다 74달러대로 급락
원유 증산 규모 놓고 사우디-UAE 갈등
"90달러 넘으면 美셰일업체 나설 수도"
압둘아지즈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에너지장관이 지난 2019년 아랍에미리트에서 열린 세계에너지총회(WEC)에 참석한 모습(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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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국제유가가 롤러코스터 장세를 보이고 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리더격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오랜 동맹인 아랍에미리트(UAE)가 원유 증산을 둘러싸고 의견을 좁히지 못한 탓이다.
다만 현재의 불확실성이 오래 가진 않을 것이란 전망도 만만치 않다. 유가가 일정 수준 이상 오를 때까지 미국 셰일업체들이 손놓고 지켜보기만 하지는 않을 것이란 기대다.
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에서 8월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2.4% 하락한 74.53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전날 76.98달러까지 거래되며 6년만에 장중 최고치를 찍었지만, 차익 실현 매물이 쏟아지며 가격이 떨어졌다.
원유 생산량 1위 사우디와 3위 UAE가 증산 여부를 놓고 의견충돌을 일으키면서 국제유가 불확실성을 키우는 모양새다. 사우디와 비(非) OECD 주요 산유국들의 협의체인 OPEC 플러스(OPEC+)의 공통된 입장은 작년부터 줄여온 원유 생산을 조금씩 늘리자는 것이다. 지난해 세계 생산량의 10%에 해당하는 1000만배럴을 줄였으니 올해 12월까지 매달 하루 평균 40만배럴씩 원유를 증산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다.
그러나 UAE가 반기를 들면서 합의는 무산됐다. 원유를 더 생산해 수출로 번 돈을 경제 개발에 쓰고 싶은데 지금 할당량은 지나치게 적다는 게 UAE 주장이다. UAE는 증산 할당량을 하루 310만배럴에서 380만배럴로 늘려달라고 요구했지만 사우디가 반대하는 상황이다.
전 세계가 원유를 필요로 하는 시점에 과거 OPEC 동맹국이었던 사우디와 UAE가 의견 충돌을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시장에선 하루 200만배럴 넘게 원유 공급이 모자랄 것으로 보고 있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에 힘입어 세계 경제가 회복하며 원유 수요는 늘고 있지만, 공급이 충분치 않은 탓이다. 이에 따라 안 그래도 커지는 인플레이션 공포에 기름을 끼얹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77달러 안팎에서 9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제프리 커리 골드만삭스 원자재 리서치 담당은 이날 CNBC에 “3분기 유가는 배럴당 80달러까지 오를 것”이라며 OPEC+ 합의가 늦어질수록 가격이 더 뛸 것이라 내다봤다. 그는 올 여름 배럴당 85~9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도 예측했다.
다만 그 전에 OPEC+가 증산 규모를 둘러싸고 합의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원자재 투자 전문회사 어게인캐피탈의 존 킬더프는 “원유 생산은 늘어날 것”이라며 “(감산한) 현 상태를 이어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러시아가 원유 증산을 주도할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골드만삭스도 투자노트에 “사우디와 UAE의 의견 차이는 극복가능한 것 같다”며 “양국이 모두 연말까지 증산에는 동의했다”고 적었다. 올 하반기와 내년 1분기에는 원유 생산이 점점 늘어 내년 말에는 공급과잉이 줄어들 것이라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하기도 했다.
OPEC+가 원유 생산을 늘리지 않는다면 미국이 나설 가능성도 있다. 컨설팅 업체인 리포 오일 어소시에이츠의 앤드루 리포 대표는 “유가가 90달러가 된다면 페르미안뿐 아니라 바켄과 로키에서의 시추가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들 지역은 미국의 거대 셰일오일 개발 지역이다. OPEC+가 원유 증산에 실패해 유가가 오르면 경쟁국이 그 틈을 타 셰일오일 생산을 늘릴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미 텍사스주 페르미안의 석유탱크(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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