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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6 (목)

순식간에 토사 밀려와 참사… 남부지방엔 또 '물폭탄'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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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부지방 장마 피해 속출

전남 진산면 일대 4채 피해 입어

80대 숨져… 다른 주민들은 대피

해남선 계곡 범람으로 60대 사망

진도·장흥 등 이재민 120명 발생

7일까지 300㎜ ‘물폭탄’ 전망

제주선 2021년 첫 열대야·폭염주의보

세계일보

처참한 현장 6일 전남 광양시 진상면 산사태로 인한 주택 매몰 현장에서 소방당국이 포클레인 등을 이용해 실종자 수색·구조작업을 벌이고 있다. 이번 산사태로 실종됐던 80대 여성은 매몰 9시간 만인 오후 2시55분 숨진 채 발견됐다. 광양=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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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꽝’하는 굉음이 나면서 토사가 밀려와 집을 덮쳤어요. 천둥도 그런 소리는 없을 겁니다.”

6일 오전 6시4분쯤 전남 광양시 진산면 한 야산에서 흘러내린 토사가 주택 4채를 덮치면서 집안에 있던 주민 A(82·여)씨가 숨졌다. A씨는 흙더미에 매몰됐다 8시간 만인 이날 오후 2시55분쯤 소방당국에 구조됐으나 이미 숨진 상태였다. 같은 시각 토사에 매몰된 다른 주택에는 4명이 거주했으나, 1명은 출타 중이었고 3명은 긴급 대피해 목숨을 건졌다.

주민들은 최근 2년여 동안 마을 뒤쪽에 전원주택을 짓기 위해 진행된 토목공사로 인해 토사가 무너져내릴 위험이 크다며 4차례나 광양시에 진정을 냈으나 적절한 조처가 이뤄지지 않아 사고가 났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주민들은 또 “장마철을 대비해 예방대책을 세워 달라고 했는데 방치하다가 목숨을 잃었다며 이번 사고는 ‘전형적인 인재’”라고 주장했다.

뒤늦은 장맛비가 남부지방에 집중되면서 주택 침수와 산사태로 2명이 숨지고 120여명의 이재민이 발생하는 등 피해가 속출했다. 전남에서는 폭우와 산사태로 주택 12채가 침수 또는 매몰됐으며, 농경지 7572㏊가 물에 잠기고 축산농가 23곳이 침수돼 닭과 오리 최소 6만5000마리가 폐사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이날 오전 3시40분쯤 전남 해남군 삼산면 대흥사 인근 주택에서는 폭우로 갑자기 불어난 계곡물이 주택으로 범람해 주민 B(69·여)씨가 숨졌다. 당시 일가족 5명 중 4명은 119구조대에 의해 구조됐으나, A씨는 1시간여 뒤 집안에서 의식을 잃은 채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당시 해남을 비롯해 전남 전역에는 호우경보가 발효된 가운데 전날부터 이날 오전 7시까지 최고 300∼500㎜ 이상 많은 비가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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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우에 잠긴 농경지… 남부 장마 피해 속출 장마전선의 영향으로 남부 지방에 많은 비가 내린 6일 전남 장흥군 대덕읍 덕촌마을 일대의 농경지가 물에 잠겨 있다. 전남에서는 주택 침수와 산사태로 2명이 숨지고 120여명의 이재민이 발생하는 등 피해가 속출했다. 장흥=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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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남, 강진, 진도, 장흥 등에서는 주택 100여동이 물에 잠기면서 이재민 93세대 120명이 발생해 긴급 대피했다.

시설 피해도 잇따라 진도(5149㏊), 해남(1500㏊) 등 곳곳의 농경지 7572㏊가 침수됐다. 누적 강수량 104㎜로 전북에서 가장 많은 비가 내린 익산 중앙시장과 매일시장에서는 상가 35개동이 물에 잠겼고, 부산 수영구에서는 아파트 128세대가 한때 정전 피해를 겪었다. 장흥 일대 농가 11곳의 축사 41개동이 침수돼 닭과 오리 6만5000마리가 폐사했고, 해남 12개 축산농가도 침수돼 피해 규모를 파악 중이다.

폭우로 절개지에서 흘러내린 토사가 경전선 철로를 덮쳐 순천~광주송정역 간 1개 노선 2개 열차 운행을 전면 중단했다. 서울 용산역과 전북 익산역, 순천역을 연결하는 열차 운행도 차질을 빚었다. 김포와 울산 여수 등 3개 공항 11개 항공편과 24개 항로 여객선 40척도 통제됐다.

남부지방에는 이날 밤 다시 수증기가 유입되며 7일까지 많으면 300㎜ 이상의 ‘물폭탄’이 쏟아질 전망이다. 시간당 30㎜의 비는 자동차 와이퍼를 가장 빠르게 작동시켜도 앞을 깨끗이 볼 수 없는 정도의 양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전날부터 이날까지 남부지방에는 시간당 70㎜ 이상의 비가 내린 곳도 있다”며 “큰비가 내려 지반이 약해진 상태에서는 약한 비에도 산사태가 날 수 있으니 안전에 유의해 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제주에서는 이날 올해 첫 열대야가 나타나고 폭염주의보도 발효되는 등 올여름 불볕더위를 예고했다. 올해 첫 폭염주의보를 내렸는데 지난해 첫 폭염주의보가 7월28일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3주가량 빠른 무더위다.

익산=김동욱 기자, 해남=한승하 기자, 송민섭, 박유빈 기자 kdw7636@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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