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전 의원이 지난 4일 경북 포항시 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희망22 동해포럼 초청 특강에서 ‘정권 교체를 위한 야당의 변화’를 주제로 정권 재창출에 필요한 자신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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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대선 주자들이 남심(男心)을 잡기 위한 공약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4·7 재·보궐선거와 6·11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연이어 20대 남성, 이른바 ‘이남자’의 마음을 훔쳤던 이준석 대표와 가까운 후보들이란 점에서 실제 본선 공약으로까지 이어질지 관심을 끌고 있다.
유승민 전 의원은 6일 페이스북을 통해 “대통령이 되면 여성가족부를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2017년 대선 때도 같은 공약을 했던 그는 “인구의 절반이 여성이고, 정부의 모든 부처가 여성 이슈와 관계가 있다”며 “여가부라는 별도의 부처를 만들고 장관, 차관, 국장들을 둘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고는 “여가부 장관은 정치인이나 대선 캠프 인사에게 전리품으로 주는 자리에 불과하다”며 “문재인 정부의 어느 여가부 장관은 박원순·오거돈 전 시장의 권력형 성범죄에 대해 ‘국민들이 성인지를 집단 학습하는 기회’라고 말함으로써 여성의 권익보호도 못하고 있음을 보여줬다”고 꼬집었다. 유 전 의원은 여가부를 폐지하는 대신 대통령 직속 ‘양성평등위원회’를 설치하고 대통령이 직접 위원장을 맡는 방안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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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민·하태경,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
하태경 의원도 이날 국민의힘 의원과 청년 정치인이 함께 모이는 ‘요즘것들연구소’ 시즌2 출범식에서 여가부 폐지 공약을 제시했다. 그는 “현재 여가부는 사실상 젠더갈등조장부가 됐다”며 “여가부가 김대중 정부에서 만들어졌을 때와 다르게, 문재인 정부 들어 남녀평등이나 화합 쪽으로 가기보다 오히려 젠더 갈등을 부추겼다”고 비판했다. 하 의원은 대신 대통령 직속 젠더갈등해소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도 했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1일 국회 소통관에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해킹 사고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에 국가 사이버 테러 비상사태 선포를 촉구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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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전 의원은 전날에는 군 의무복무를 마치면 민간주택 청약 때 5점을 추가로 주는 공약도 내놨다. 제2차 세계대전 종전을 앞둔 1944년 프랭클린 루즈벨트 당시 미국 대통령이 제대 군인 지원을 위해 만든 법안(G.I. Bill·제대군인원호법)을 본뜬 정책이다. 유 전 의원은 “국가안보를 위해 희생한 젊은이들에게 적절한 보상을 드리는 것은 당연한 예우”라며 ▶민간주택 청약 5점 가점 ▶공공임대주택 분양 가점 ▶주택 자금 1억원 한도 무이자 융자 ▶기숙사·고시원 등 주거비용 등을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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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민, 군복무 마치면 주택청약 5점 가점
하 의원은 아직 구체적으로 군 복무 관련 대선 공약을 제시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해 1월 새로운보수당(자유한국당과 합당 뒤 미래통합당을 거쳐 현재 국민의힘) 책임대표 시절 새로운보수당의 1호 법안으로 ‘군 가산점 법안’을 낸 적 있다. 하 의원실 관계자는 “군 가산점에 더해 보다 발전된 공약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 전 의원과 하 의원은 모두 이준석 대표와 가깝다. 이 대표는 전당대회 과정에서 이른바 ‘유승민계’ 논란에 시달렸고, 이 대표와 하 의원은 2030세대 남성이 중요시하는 정책에 민첩하게 대응해 국민의힘이 청년층 지지를 얻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런 이 대표도 2019년 소설가 강희진씨의 질문에 답하는 방식으로 구성된 대담집『공정한 경쟁』에서 ‘군 가산점제’를 주장했다. 다만, 여성에게도 병사로서 군에서 복무할 기회를 열어줌으로써 젠더 문제로 흐를 수밖에 없는 군 가산점제 논쟁을 비(非)젠더화해야 한다는 논리를 폈다. 그는 전당대회를 앞둔 지난 5월 서울대 사회대 학생회가 개최한 토크콘서트에서도 ‘여성희망복무제’를 언급한 뒤 “남성 징병은 유지하면서 희망하는 여성에 한해 사병 복무를 허용하면 군 복무에 대한 보상 체계를 해결할 근거가 마련된다”고 강조했다.
야권의 유력 대선 주자인 윤석열 점 검찰총장의 경우 지난달 29일 정치 참여 선언 뒤 아직 구체적인 정책을 내놓은 게 없다. 하지만 천안함 장병을 만나거나 천안함 모자를 쓰고 다니는 등 안보 행보에 적극적인 걸로 봤을 때 제대 군인에 관한 공약을 제시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대남’을 잡기 위한 야권의 행보가 재빠른 데 비해 여권은 상대적으로 조심스럽다. ‘페미니스트 대통령’을 자처한 문재인 대통령의 영향력이 큰 데다가 진보 진영의 결에도 잘 맞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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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군복무 마치면 사회출발자금 3000만원 지급
다만,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는 “의무복무 사병들도 보훈의 대상이어야 한다”며 군 복무를 마치면 ‘사회출발자금 3000만원’을 지급하는 공약을 내걸었다. 박용진 의원은 모병제 전환과 함께 남녀 모두 40~100일 정도 군대를 다녀오는 ‘남녀평등복무제’를 내세웠다가 당내 반발을 부르기도 했다. 이 전 대표와 정세균 전 국무총리도 단계적 모병제에는 찬성하고 있다.
이처럼 남심, 그 중에서도 젊은 남성의 표심을 잡기 위한 정책은 대선이 가까워질수록 더욱 쏟아질 전망이다. 하지만 1999년 헌법재판소가 승진 혹은 채용 때 군 가산점을 주는 것은 위헌이라고 결정한 데다가 국가인권위원회도 군 가산점제가 헌법의 평등권을 침해한다고 일관되게 밝히고 있다. 실제 실효적 정책 대결로 이어질지는 여전히 불투명한 영역이다.
허진 기자 b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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