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정책회의 결론 없이 종료
WTI, 올해 50% 이상 올라
유가 추종 ETP도 호조 가능성
전문가들 "지나친 낙관 금물
장기적 관점 하락 요인 충분"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국제유가의 추가 상승 전망이 지배적이어서 하락 가능성에 베팅했던 투자자에게 주의보가 발동됐다.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가 이끄는 산유국 모임 석유수출국기구(OPEC) 플러스(+)가 원유정책 회의를 아무런 결론 없이 종료하면서다. 이에 따라 유가를 추종하는 상장지수상품(ETP) 역시 당분간 호조세를 보일 가능성이 커진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지나친 낙관은 금물이란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장기적인 관점에선 하락 요인 역시 충분하다고 입을 모은다.
지난 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에서 8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배럴당 76.3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1일 2018년 10월 이후 처음으로 75달러를 돌파했고, 올해 들어서만 50% 이상 상승했다. 급기야 시간 외 선물에서 1% 이상 상승하며 76달러를 넘어섰다. 런던ICE선물거래소의 9월물 북해산 브렌트유도 2018년 10월 이후 처음으로 77달러를 넘어섰다.
시장의 예상을 뒤엎는 결과다. 유가가 수급 불균형 전망 속에 배럴당 70달러대의 안정적인 흐름을 이어가고 있는 데다 OPEC의 하반기 수요 회복에 대한 기대도 강했던 만큼 추가적인 감산량 축소에 나설 것이란 분석이 우세했기 때문이다.
이는 국내 원유 관련 상장지수펀드(ETF)와 상장지수증권(ETN) 에도 반영됐다.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대신 WTI원유선물ETN(H)'은 1.93% 상승했다. '신한 브렌트원유선물 ETN(H)', 'KODEX WTI원유선물(H)', '신한 WTI원유선물ETN(H)' 등도 1%대 오름세를 보였다.
하지만 그동안 개인투자자는 유가 하락 쪽에 조금 더 무게를 실은 것으로 해석된다. 이 같은 정황은 수급 동향을 보면 알 수 있다. 전 거래일 기준 최근 한 달 동안 개인은 134억원 어치의 'KODEX WTI원유선물(H)'을 순매도했다. 'TIGER원유선물Enhanced(H)'와 'KB STAR미국S&P원유생산기업(합성H)'를 각각 81억원, 38억원 규모로 팔아치웠다.
반면 기초자산인 WTI의 등락을 반대로 추종하는 'KODEX WTI원유선물 인버스(H)'는 17억원 어치를 사들였다. 타이트한 유가 수급 현상이 완화될 것이란 전망을 포트폴리오에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선 단기적인 유가 상승을 확신하는 분위기다. 증산 합의가 계속 지연되면 하반기 석유 수요 회복에도 불구하고 공급 부족에 대한 우려가 유가를 끌어올릴 수밖에 없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심수빈 키움증권 연구원은 "원유시장 내 타이트한 수급 여건에 변화가 없다는 점을 생각하면 하반기에도 유가 상승은 이어질 것"이라며 "이번 OPEC+ 회의에서 논의된 증산 규모를 고려하면 3분기 유가의 급등 가능성은 더 커졌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유가를 추종하는 미국 파생상품도 고공행진을 이어갈 가능성이 커졌다. 유가 움직임의 세 배 수익률을 내는 '마이크로섹터 US 빅오일 3X레버리지 ETN'(NRGU)은 올해 들어 202% 급등했다. 마찬가지로 유가 상승세 베팅하는 '디렉시온 데일리 S&P 오일&가스 불 2X'(GUSH), 프로셰어즈 울트라 블룸버그 크루드오일(UCO)과 프로셰어즈 울트라 오일&가스(DIG) 등 역시 같은 기간 2배 이상 상승한 상품들이다.
다만 무조건적인 상승을 예견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단기적 유가 상승을 전망하면서도 양방향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음을 염두에 두라고 조언한다.
황병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사우디아라비아와 대립각을 세운 아랍에미리트가 OPEC을 탈퇴한다면 지난해 5월부터 유가 하방경직성을 강화해온 OPEC+ 공조 체제의 와해 우려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며 "이는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 간 갈등 속 무분별한 증산 전쟁으로 초래된 지난해 유가 급락 이벤트를 재현할 수 있는 최악의 시나리오"라고 우려했다.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