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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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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란 문양 공주 예복에 왜 과거시험 답안지가…국립고궁박물관 ‘안녕 모란’ 전 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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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국립고궁박물관은 2018년 조선 시대 공주·옹주의 예복인 활옷 한 벌을 두고 보존 처리에 들어갔다. 창덕궁에서 보관하던 옷이다. 직원들은 처리 과정에서 옷 겉감과 안감 사이에서 뜻밖의 물질을 발견했다. 활옷 몸판과 소매 전체에 들어간 종이 심에 한자가 적혔던 것이다. 적외선과 내시경으로 종이 심에 적힌 글자를 판독하니 1880년(고종17년) 효정대왕비(헌종 비 효정왕후)의 50세 생일을 축하하는 특별 과거 시험 답안지였다.

박물관 임경희 학예연구관은 “당시 종이가 귀했다. 국가가 과거 시험 떨어진 사람의 글장인 낙복지(落幅紙)를 체계적으로 관리했다. 이 종이를 관청에 지급하거나 국경 지대 군인의 군복 제작에 사용했다는 기록은 여럿인데, 활옷에도 사용했다는 사실은 처음 확인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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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시험 답안지인 낙복지를 옷 겉감과 안감에 넣은 활옷이다. 국립고궁박물관의 ‘안녕, 모란’ 특별전에서 최초 공개한다. 김종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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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활옷은 7일부터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열리는 <안녕, 모란> 특별전에 나온다. 일반 첫 공개다. 모란꽃을 담은 궁궐의 옷, 그릇, 가구, 병풍 등 120여 점을 전시한다.

모란은 풍요와 영화로움을 상징한다. 민간으로 퍼져 현실적인 부귀를 바라는 행복의 가치를 상징하는 꽃이 됐다. 민화에서도 모란을 자주 다뤘다.

왕실의 모란 유물은 화려하다. 낙복지를 재활용한 활옷만 해도 최고급 비단으로 만들었다. 임 연구관은 “옷 앞·뒷면과 소매에는 금사(金絲)와 비단색실로 연꽃·모란·봉황 무늬 등의 자수를 놓았다”고 했다. <안녕, 모란> 전엔 순조의 둘째딸 복온공주(1818~1832)가 혼례 때 입은 활옷도 공개한다. 활옷 중 제작 시기와 착용자가 명확한 유일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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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창에 모란을 그린 가마. 김종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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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시에서 최초 공개하는 또 다른 유물은 ‘유리창에 모란을 그린 가마’이다. 네 면에 판유리로 창을 만들고, 그 창에 모란꽃을 그렸다. 20세기 초 만든 것이다. 박물관은 순종과 순정효황후의 가례 때 제작한 가마의 창을 유리로 만든 예를 들며 대한제국 시기 전후 제작된 것으로 본다.

전시는 1부 ‘가꾸고 즐기다’, 2부 ‘무늬로 피어나다’, 3부 ‘왕실의 안녕과 나라의 번영을 빌다’로 구성된다. 왕실의 모란 애용 규모는 3부 전시장에 나온 병풍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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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명연이 그린 산수화훼도첩 중 모란.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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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련의 모란 그림을 모은 화첩 ‘소치묵묘첩(小癡墨妙帖)’.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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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왕실은 흉례 때도 모란을 사용했다. 망자의 관이나 신주 주위에 둘러쳤다. “사망한 국왕과 왕비가 나라에 영원한 안녕과 번영을 가져와줄 것을 기원했다”고 박물관 측은 설명했다. 꽃송이를 반복적으로 그린 게 특징이다. 전시장 3면을 모두 모란도 병풍으로 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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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란도 병풍. 문화재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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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가꾸고 즐기다’에서는 모란을 감상하며 그림으로 그려 즐기던 전통에 관한 유물을 전시한다. 2부 ‘무늬로 피어나다’는 나전 가구, 화각함, 청화 백자, 자수물품 등 왕실 생활용품에 나타난 모란을 내놓는다.

박물관은 올봄 창덕궁 낙선재 화계(花階, 계단식 화단)에 핀 모란에서 향을 포집했다. 전시장에 특별 제작한 모란향을 뿌리기로 했다. 전시는 10월31일까지. 코로나19 때문에 사전예약과 현장접수를 합쳐 시간당 100명, 일일 최대 1000명만 받는다.

김종목 기자 j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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