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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4 (목)

이슈 미얀마 민주화 시위

부상자에 확인 사살...미얀마 군부 무차별 총격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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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살 목격' 인근 주민 1만여명 밀림 대피
적반하장 군부, "테러리스트가 먼저 공격"
한국일보

2일 미얀마 쿠데타 군부에 의해 사살된 사가잉주 디파잉 시민군의 모습. 이라와디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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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군부가 시민방위군(PDF)을 잡기 위해 민간인 마을에 들어가 무차별 총격을 가하고 있다. 정부군은 부상한 시민군의 머리에 확인 사살까지 하는 등 만행을 서슴지 않았다.

5일 미얀마 나우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사가잉주(州) 주둔 정부군은 지난 2일 오전 6시 150명의 병력을 같은 주 디파잉 마을에 급파했다. 지난달 '마을정보원'으로 불리는 디파잉의 친(親)군부 인사와 그의 가족들이 정체불명의 괴한에게 습격당한 사건에 대한 응징 차원이었다. 독이 오른 정부군은 마을에 진입하자마자 "움직이는 모든 것을 사격하라"는 지시에 따라 무차별 총격을 난사했다. 일부 마을 시민군이 도심에서 재래식 소총으로 반격했으나 중포에 수류탄까지 중화기로 무장한 정부군에 대항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정부군의 기습에 사망한 디파잉 시민군은 이날 오후 기준 최소 27명에 달한다. 이들 중 도심 내 한 수도원에서 발견된 시신은 근거리에서 머리 부분에 총격을 가한 흔적이 뚜렷했다. 현장을 목격한 한 주민은 "정부군이 다리에 총을 맞고 도망치는 시민군들을 붙잡아 수도원에 모은 뒤 재차 사격을 한 뒤 떠났다"고 진술했다. 주민들은 군부의 만행에 살던 집을 버리고 밀림으로 도망쳤다. 소달구지에 노약자를 싣고 대피한 시민은 현재 1만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일보

2일 미얀마 쿠데타군의 공격을 피해 사가잉주 디파잉 주민들이 밀림으로 대피하고 있다. 미얀마 나우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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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부는 이번에도 책임을 회피했다. 군정의 입장을 전하는 글로벌 뉴라이트 미얀마는 "디파잉 마을 등을 순찰하던 정부군이 매복한 무장 테러리스트에게 공격받아 병사 한 명이 사망했다"고만 강조했다. 그리고 출처 불명의 허름한 무기 사진을 제시하며 "이것이 테러의 증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군부는 지난달 중순 샨주 켕툰 지역에서 발생한 생후 14개월 된 영아 사망 사건 역시 은폐하고 있다. 앞서 군부 차량은 복통을 호소하는 아기를 안고 병원으로 가던 아버지 딴 소 아웅이 검문에 불응했다는 이유로 그의 오토바이를 들이받았다. 큰 충격을 받고 바닥에 떨어진 아기는 중상을 입어 사망했다.

군은 이후 아웅을 "살인을 유발한 운전을 했다"며 역으로 체포했다. 아웅은 현재 모처에 구금된 채 사건의 진실을 말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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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중순 사망한 미얀마 샨주의 생후 14개월 된 아기의 생전 모습. 미얀마 나우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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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호 특파원 next8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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