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900만원' 재난지원금에도 소상공인 뿔난 이유

[머니투데이 이재윤 기자]

서울 종로구 종각 먹자골목 전경./사진=이재윤 기자

정부의 영업제한으로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들에 최대 900만원을 일시금으로 지급하는 '제5차 재난지원금' 방안이 발표됐지만 소상공인들은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소상공인들은 국회를 통과한 손실보상법에 따라 실질적인 손실 규모에 준하는 보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지만, 정부에선 일시적인 피해지원 명목의 재난지원금을 들고 나왔기 때문이다.

지난 2일 머니투데이가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에서 만난 소상공인들은 이번 추경에 대해 '뺨 때리고 달래주는 격'이라며 불편한 속내를 감추지 못했다. 특히 지난 1일 소급적용이 반영되지 않은 손실보상법(소상공인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되는 날, 정부의 5차 재난지원금 지원계획이 발표되면서 더욱 불만을 키웠다.

손실보상법은 감염병 방역조치로 인해 피해를 본 소상공인 손실을 정부가 보상하는 법안으로 논란 끝에 소급적용 조항은 포함되지 않았다. 정부에선 업종별 형평성 등을 이유로 소급적용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따라 손실보상에 대한 법적 근거는 마련됐지만 지난해 코로나19로 인해 발생한 영업금지·제한 피해보상은 지원받을 수 없게 됐다. 다만 정부는 33조원 규모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안에 100만~900만원 규모 소상공인 지원대책을 내놨다.

지난해 약 10개월 가량 영업제한을 받은 A노래방 점주는 "1년 임대료만 수천만원이 나갔는데 지금까지 몇백만원 받은 게 고작"이라고 말했다. 경기석 한국코인노래방협회 회장도 "두툼한 지원을 하겠다고 큰 소리를 치더니 실망스럽다"며 "임대료와 고정비만해도 평균 수백만원씩 깨지는 데 이번에도 찔끔 지원에 그쳤다. 정부가 감당해야 할 비용을 소상공인에게 떠넘기고 있다"고 말했다.

PC방 점주들로 구성된 한국인터넷콘텐츠 서비스협동조합 최윤식 고문은 "직격타를 입은 업종으로서 받아들이기 힘든 결정"이라며 "손실보상 소급적용은 빼뜨리고 재난지원금으로 달래려는 것 같다. 이제 더이상 회복이 어려운 상황에 이르렀으니 소상공인들에게 폐업하기 전에 위로금을 주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고 비꼬았다.

소상공인은 특히 주요 대기업과 IT(정보통신) 업체들이 성과급 잔치를 벌이고 있는 가운데, 직접적인 피해를 입을 소상공인들을 외면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소상공인 업계 관계자는 "장사는 못하게 해 놓고 책임도 지지 않으면서, 월급에 성과급까지 받는 사람들한테 선심성으로 돈을 뿌리는 것이다. 방역책임만 있고 소외받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소상공인연합회(소공연)는 입장문을 통해 국회 논의과정에서 증액을 요구했다. 이들은 "코로나19(COVID-19)로 인해 직격탄을 맞고 있는 소상공인들의 피해를 실질적으로 복구하기에 여전히 못미치는 상황"이라며 "국회에서 논의·보완돼 이번 추경안이 소상공인에 대한 실질적인 피해지원을 이뤄내며 민생회복의 전기를 여는 효과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일부 소상공인들은 전국민 재난지원금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전국민을 대상으로 한 재난지원금이 전반적인 소비진작으로 이어져 낙수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란 기대다. 서울 종로에서 한식점을 운영하는 B씨는 "돈을 쓰는 사람이 없으니까 문을 열어놔도 장사는 여전히 안된다. 코로나19 백신 이후에 나아지고는 있지만 재난지원금이 풀리면 더 빠르게 경기가 살아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재윤 기자 mt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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