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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7 (일)

이슈 미얀마 민주화 시위

총탄 피하다가 정들었다…쿠데타가 바꾼 미얀마 사랑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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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총에 맞을지 몰라 두렵지만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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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反) 군부 시위가 벌어진 미얀마의 한 도시의 모습.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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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 미얀마 청년 잔(가명)은 지난 2월 반(反) 군부 시위를 하던 중 지금의 여자친구를 만났다. 잔은 처음 만난 그에게 오렌지를 건네며 말을 붙였다. 시위 해산 후, 여자친구는 잔에게 페이스북 메신저로 연락해왔다. 둘은 그렇게 시작했다. 지난 5개월, 함께 총탄을 피하고 바리케이드 뒤에 숨었다. 군·경과의 충돌이 격화해 시위대가 흩어질 때면 안전을 확보한 뒤 전화를 걸어 서로의 생사를 물었다.

지난 2월 1일 군부 쿠데타가 발생한 뒤, 학교도 식당도 문을 닫았지만, 미얀마 청춘들은 시위 속에 사랑을 꽃피우고 있다고 1일(현지시간) AFP통신이 전했다. 연일 가두 시위와 유혈 진압이 벌어지는 미얀마에서 데이트를 하기는 어려워졌지만 시위가 만남의 장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얘기다.

잔은 AFP와의 인터뷰에서 “언제 총에 맞을지 언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몰라 두렵다”면서도 “시위에서 누군가를 만나는 것은 매우 색다르고, 내 생각에는 좀 더 흥분되는 일 같다”고 말했다. “내가 시위 중일 때 옆에는 여자친구가 있고, 내가 (진압을 피해) 달릴 때면 여자친구가 안전할 수 있도록 늘 신경 쓴다”고 덧붙였다.

미얀마 최대 도시 양곤에서는 시위 중 만난 20대 커플이 결혼한 사연도 전해졌다. 20세 여성 뗄 느지(가명)는 지난 2월 중순 페이스북 메신저로 지역 시위대를 조직하는 과정에서 남편 코 카웅을 처음 만났다. 이들은 양곤의 타오르는 태양 아래서 함께 가두 행진을 했다. 코 카웅은 느지에게 물이 충분한지, 안전한지 늘 보살폈다. 느지는 그와 사랑에 빠졌고, 혁명이 끝나면 그와 결혼하기로 마음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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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15일 양곤에서 벌어진 반(反) 쿠데타 시위 도중, 손을 잡고 있는 시위대의 모습.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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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시위 진압이 거세지면서 느지는 미얀마 남부 고향으로 돌아가려 했다. 그렇게 헤어지기보다 두 사람은 결혼을 결심했다. 양곤에 남은 이들의 신혼은 도망으로 점철됐다. 결국 남편 카웅은 악명 높은 정치범 수용소인 양곤 인세인 교도소에 수감됐다. 느지는 편지를 주고받으며 카웅의 생사를 확인하고 있다.

느지는 “(남편이) 체포되기 전에 함께 도망 다니던 연애 초기에 많은 추억을 쌓았다”며 “신혼부부가 떨어져 있어 너무 슬프다. 매일 그를 위해 기도한다”고 말했다.

AFP통신은 시위대의 사연들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미얀마 소셜미디어(SNS)에는 버마어로 '혁명 사랑'(Taw Lan Yay Puu Sar)이라는 말이 해시태그(#)를 달고 퍼지고 있다고 전했다.

미얀마에서는 지난 2월 1일 군부가 쿠데타로 실권을 잡은 이후 지금까지 883명(지난달 30일 기준)이 유혈 진압으로 사망했다. 6435명이 체포됐고 지난 달까지 5210명이 수감돼 있다 지난달 30일 오후 2000여명이 일시에 석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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