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주인은 되고 우린 맞벌이라 못받는다 ?"…소득 80% 재난지원금에 와글와글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 두 번째)이 2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2021 제2차 추가경정예산안 당정협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한주형 기자]

"맞벌이 부부라 월 소득 700만원 넘는데 그럼 재난지원금 못 받나요?"

29일 더불어민주당과 정부가 제5차 코로나 상생 국민지원금, 이른바 국민 재난지원금을 소득 하위 80% 가구에만 지급하기로 하면서 온라인 커뮤니티가 들끓고 있다. 아직 구체적인 안이 나오지 않았지만 소득 하위 80%만 재난지원금을 받게 되면서 자신은 재난지원금을 받을 수 있는지 묻는 글도 늘었다.

이날 당정은 국회에서 열린 협의회에서 세수 증가분을 활용해 재원을 조달, 총 33조원 규모의 추경안을 편성하기로 했다. 3조원의 기정예산이 추가로 투입된다.

당정은 이중 코로나19 피해지원을 위해 재난지원금·소상공인 지원·카드 캐시백 등 3종 패키지에 15조~16조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가장 관심이 높았던 5차 재난지원금은 중산층을 포괄하는 의미로 소득 하위 80%를 대상으로 지원하기로 했다. 나머지 소득 상위 20%는 소비를 늘리면 일부를 신용카드 캐시백 등으로 돌려받는 상생소비지원금을 받는다. 기초수급자, 차상위계층, 한부모가족 등 저소득층 약 300만명은 두텁게 지원하기 위해 재난지원금에 추가 지원금이 붙는다.

당정은 가구가 아닌 1인당 25만~30만원선에서 재난지원금을 지급할 계획이다.

박완주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건강보험료 체계 등을 통해 추측할 때 소득 상위 20%는 1억원 정도"라며 "우리나라 전체 가구 수가 2000만 가구 정도면 400여만 가구가 (재난지원금에 배제되는) 20%에 해당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25일 국회에서 열린 `2021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당정협의`에 참석해 회의 도중 김성환 원내수석부대표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승환 기자]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우려하고 있다. "열심히 일한 고소득층은 세금만 내고 혜택은 못 받는다", "재산이 아닌 소득 기준이면 자산가는 받고 월급쟁이는 못 받는다"란 볼멘소리가 나온다.

당정은 아직 소득 하위 80% 기준을 발표하지 않았다. 다만 중위소득 건강보험료 등을 참고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기획재정부가 1차 긴급재난지원금을 소득 하위 70%에 지급하는 초안을 냈을 때도 건보료를 기준으로 했기 때문이다.

올해 중위소득 건강보험료 기준에 따르면 소득 하위 80% 범위는 ▲1인 가구 월 365만5662원 ▲2인 가구 617만6158원 ▲3인 가구 796만7900원 ▲4인 가구 975만2580원 ▲5인 가구 1151만4746원 ▲6인 가구 1325만7206원이다. 이보다 월 소득이 아래인 경우 재난지원금을 받을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월 건보료 본인부담금을 기준으로 하면 소득 하위 80%는 4인 가족 기준 직장가입자 37만6159원, 지역가입자 41만6108원이다.

벌써부터 여권에서도 차별이란 비판이 나온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이날 "80%, 81% 차이를 반영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지난 22일 서울 중구 명동의 한 점포에 재난지원금 사용 가능함을 알리는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 [김호영 기자]

하지만 이 경우 월급과 이자 등은 소득 기준에 포함되는 반면 아파트나 상가 등 자산이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형평성 논란이 불거질 수밖에 없다.

소득이 없는 고액 자산가는 건강보험료가 낮다. 이 때문에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전세 사는데 집주인은 받고 맞벌이 부부인 난 못 받는 거 아니냐"는 댓글도 있다.

게다가 건강보험료를 기준으로 할 경우 지역가입자인 음식업, 숙박업을 하는 자영업자는 2년 전 소득을 기초로 할 가능성이 높아 지원 대상에서 배제될 우려도 크다. 박 의장은 "(구체적인 수치는) 정확하게 뽑아봐야 한다"며 즉답은 피했다.

정부는 다음달 1일 국무회의를 거쳐 2일에 2차 추경안을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배윤경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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