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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이슈 5·18 민주화 운동 진상 규명

[단독]천안함 폭침 왜곡땐 처벌…야당판 '5·18 처벌법'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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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등 대상

PTSD 치료 돕고, 취업 시 가점 부여

'좌초설' 등 음모론에 벌칙 규정도

5년 이하 징역, 5000만원 이하 벌금

“그날 이후 정상적인 삶은 포기했습니다.”

제2연평해전(2002년 6월 29일) 당시 참수리 357호의 병기병이었던 김상영(40, 당시 일병)씨는 19년 전 북한군이 전우들의 목숨을 앗아간 그날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파편창으로 꿰맨 다리의 상처를 바라볼 때는 물론 시도 때도 없이 극심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가 그를 괴롭히고 있어서다.

중앙일보

지난 2002년 6월 29일 제2연평해전 당시 북한 경비정의 기습 공격에 격침된 해군 고속정 참수리 357호가 침몰 53일 만인 그해 8월 21일 해군 해난구조대(SSU)에 의해 인양되고 있다. 참수리 357호는 선체 오른쪽 바닷물과 선체가 만나는 부분의 흘수선에 포탄 구멍(원내)이 있었으며, 선체 곳곳에 포탄 자국이 보였다. 이 사건으로 윤영하 정장 등 6명이 전사하고 18명이 부상을 당했다.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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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김씨는 부상 정도가 경미하다는 이유로 국가유공자 심사에서 번번이 떨어졌다. 김씨는 “매달 주기적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느라 정상적인 직장 생활을 할 수 없었다”며 “생계를 위해 정말 닥치는 대로 일을 하다 보니 늘 비정규직으로 전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라를 위해 이런 일을 겪었는데도 계속 힘들게 사니 답답하고 좌절감만 든다”고 토로했다.

비단 김씨만의 얘기가 아니다. 제2연평해전 참전 장병 중 4명, 천안함 폭침 사건을 겪은 예비역 34명 중 21명은 꾸준히 피해를 호소하고 있지만, 국가유공자가 되지 못했다.

제2연평해전 19주기를 하루 앞둔 28일 한기호 등 국민의힘 의원 21명은 이들처럼 북한 도발로 피해를 봤으나 국가유공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의료나 취업 지원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던 장병들을 지원하기 위한 특별법안을 국회에 냈다.

당초 천안함 폭침 사건에 한해 지난해 7월 발의했던 내용을 고쳐 제1ㆍ2 연평해전과 연평도 포격 도발 등으로 지원 대상을 확대한 법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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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회 서해수호의 날을 10여일 앞둔 지난 3월14일 오후 국립대전현충원 제2연평해전 전사자 합동묘역에 고인들을 추모하는 국화가 놓여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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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안에는 지원 대상 장병이 보훈병원뿐 아니라 보훈처가 지정한 전국의 위탁병원에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대부분 참전 장병들이 PTSD를 겪고 있는데, 보훈병원 가운데 전문 치료가 가능한 곳은 서울의 중앙보훈병원뿐이기 때문이다.

또 피해 장병들에게 취업 가점을 주는 내용도 법안에 들어갔다. 이는 5ㆍ18 민주화운동 피해자의 경우 신체적 피해를 보지 않은 보훈 대상자도 취업 가점을 부여받는 것을 본떴다.

이번 법안에는 천안함 폭침 등 역사적인 사실을 왜곡하는 사람을 처벌하는 규정도 담았다. ‘좌초설’과 같은 음모론(허위 사실)을 유포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린다는 내용이다. 이 역시 지난 1월 시행에 들어간 ‘5ㆍ18 역사 왜곡 처벌법’의 처벌 기준을 준용했다.

이와 관련, 안종민 천안함 전우회 사무총장은 “음모론으로 ‘천안함 재조사’를 주장해온 신상철씨는 물론 민주당 전 부대변인, 휘문고 교사 등 다양한 인사들이 최근까지도 도가 지나친 발언으로 유가족과 생존 장병들을 모욕하고 있다”며 “특별법 통과로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기만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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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전쟁 71주년을 하루 앞둔 지난 24일 서울도서관 서편 외벽에 참전 용사 이름을 새긴 대형 현수막이 게시돼있다. 현수막에는 6·25 참전용사는 물론 제2연평해전,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도발 등에 참전한 서해수호 55용사의 이름이 담겼다. 임현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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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측은 이번 특별법과 별도로 피해 장병들이 군무원 경력경쟁 채용에 응시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군무원인사법 개정안’도 이날 함께 발의했다. 김상영씨처럼 적령기에 취업 기회를 상실한 장병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주기 위해서다.

두 법안을 대표 발의한 한기호 의원은 “수차례 국방부, 국가보훈처와 내용을 협의해 수정안을 마련한 것인 만큼 법안이 빨리 통과돼 국가를 위한 희생이 제대로 예우받길 바란다”며 “향후에도 북한의 도발로 인한 유사 사례가 발생하면 이 법에 따라 지원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상진ㆍ박용한 기자 kine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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