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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이슈 불법촬영 등 젠더 폭력

[The W]"그냥 사진 찍는 것도 겁나요" 몰카 피해자의 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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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임소연 기자, 김지현 기자] [The Weekend]'몰카'-누군가 당신을 찍고 있다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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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혜 디자인기자 /사진=이지혜 디자인기자


#20대 여성 A씨는 사진 찍는 것을 꺼린다. 지난해 헤어진 남자친구와 여행을 갔다가 '불법촬영'을 당한 기억때문이다. 전 남자친구 B씨는 A씨를 몰래 촬영한 사진을 SNS 등에 공유했다. 지인 등을 통해 자신의 사진이 온라인상에 돌아다니는 걸 알게 된 A씨는 처음엔 B씨에 대한 분노를 느꼈다.

시간이 지날수록 분노는 불안감으로 바뀌었다. B씨가 재판에 넘겨져 처벌을 받았음에도 어딘가 자신의 사진이 남아있을 것 같아 불안했다. 자신은 피해자임에도 창피함과 수치심을 느꼈다.

불법촬영 피해자들은 극도의 심리적 불안을 호소한다. 미처 파악하지 못한 경로로 본인 사진이 유포돼 불특정 다수가 볼 수 있다는 두려움에 일상을 잃어버리기도 한다. 온라인에 유포된 피해영상물을 통한 '2차 피해'도 피해자들의 트라우마를 짙게 한다.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에 불법촬영물 삭제 지원을 요청한 C씨는 유포 피해로 인해 심한 불안감에 시달리며 자살 충동을 호소했고, D씨는 성인사이트에 올라온 자신의 피해영상물을 찾는 일을 반복하느라 일상이 망가졌다.


모르는 사람·친밀한 관계 가리지 않고 일어나는 불법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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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내 화장실 등 불법 촬영 취약장소 카메라 설치 여부 합동 점검을 하고 있다/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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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의 일상 전체를 흔드는 불법촬영 범죄는 나이와 직업을 불문한다. 2019년 방송국 앵커는 지하철역에서 피해자의 하체를 촬영하다가 현행범으로 붙잡혔다. 최근엔 공군 군사경찰 소속 부사관이 부하 여군을 성추행하고 불법촬영했다. 전북의 한 중학교에선 남학생 10여명이 또래 여학생의 신체를 몰래 찍어 SNS 단체 대화방에 공유한 일도 발생했다.

한국여성진흥원 산하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센터'에 따르면 가해자 유형 중엔 미상(31.1%)이 가장 많았고 (전) 부부 및 연인 등 '친밀한 관계'가 24%로 다음으로 큰 비중을 차지했다. 그 뒤를 모르는 사람 (17.9%), 일시적 관계(15.9%)가 이었다. 불법촬영이 일어난 장소를 보면 사적공간이 63.4%로 가장 많았고 공공장소가 26.5%로 뒤를 이었다.

불법촬영 범죄가 늘면서 초소형 카메라 등 몰래 설치된 녹화장치 탐지 의뢰도 증가했다. 불법촬영 기기 탐지를 전문으로 하는 업체 프로정보통신의 이정직 대표는 "10년전과 비교하면 '몰카' 탐지 의뢰가 비교할 수 없을만큼 늘었다"면서 "공공기관 등이나 경찰, 불안을 호소하는 개인들의 의뢰를 받아 불법촬영 장치들을 찾아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본인 집에서조차 불법촬영을 두려워 하는 의뢰자들이 있다"고 했다.

일부 지자체에선 불법촬영 기기 탐지기를 무료로 대여한다. 강남구청 등에선 불법촬영 피해자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등 피해 정도가 심각하다고 보고 구청 예산으로 탐지기를 구매해 개인이나 숙박협회, 지구대 등에 대여하고 있다.

경찰도 다중시설 화장실이나 탈의실 등에 불법카메라 간이점검카드를 비치했다. 카드는 신용카드 크기의 붉은색 셀로판지 재질로, 스마트폰 카메라 뒤에 부착해 플래시를 켜고 의심 가는 장소를 비추면 된다. 비췄을 때 반짝이는 물체가 몰래 설치된 카메라일 가능성이 크다.


"영상이 지구에서 영영 사라지길"...트라우마 만드는 불법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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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촬영 OUT 기자회견-불법촬영으로부터 안전하지 않아도 괜찮은 곳은 어디에도 없다'/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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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촬영 기기 탐지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긴 어렵다. 불법촬영 피해를 당한 피해자, 당할 뻔한 이들에겐 '트라우마'가 남는다. 20대 박모씨는 현재 다니는 회사의 한 남직원이 여자화장실에 카메라를 설치했다가 적발된 일이 있었다.

박씨는 "최소한 아는 얼굴들이 많은 회사는 안전할 줄 알았다"고 했다. 그는 "회사, 숙박업소, 공중화장실 어디도 마음 편히 갈 수가 없다"며 "벽에 뚫린 구멍은 휴지로 막을 수나 있지, 알 수 없는 곳에 숨긴 카메라엔 당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불법촬영 피해자들을 변호해 온 이재희 변호사(법무법인 명재)는 "불법촬영 피해자들을 변호하다보면 이들이 가장 원하는 건 자신이 찍힌 영상이 지구상에서 사라지는 것"이라며 "경찰이 (영상이 없다고) 확인해준들 가해자가 휴대전화를 한 개 이상 가지고 있을 수 있단 생각에 마음을 놓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이어 "2차 피해 역시 트라우마를 남긴다"고 지적했다. 그는 "운전강사 불법촬영 건의 경우 온라인 공간에서 '왜 치마를 입고 운전 연수를 받느냐'는 식의 댓글이 달렸다"며 "카메라를 몰래 설치한 사람이 문제지 왜 피해자가 그런 말을 들어야 하나"고 지적했다.

임소연 기자 goatlim@mt.co.kr, 김지현 기자 flow@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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