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우튀김 1개 색깔 이상하다며 환불 요구한 손님
응대하던 점주, 뇌출혈로 쓰러진 후 3주 뒤 사망
'배달 앱 리뷰' 악용한 갑질 잇따라
수도권 자영업자 10명 중 6명 '별점 테러' 경험
압박에 시달린 점주는 뇌출혈로 쓰러진지 3주만에 사망했다. / 사진=MBC '뉴스데스크' 방송화면 캡처 |
[아시아경제 임주형 기자] "건강했던 어머니가 마지막을 그렇게 보내셨다는 게 억울하고 답답합니다."
새우튀김 1개를 환불해 달라는 고객의 항의에 시달리다 뇌출혈로 쓰러져 사망한 50대 점주의 딸이 분통을 터뜨렸다. 지나친 갑질로 인해 점주가 쓰러졌는데, 고객과 배달업체 모두 별다른 책임을 지지 않으려 한다는 주장이다.
배달 어플리케이션(앱) 플랫폼이 활성화되면서, 도를 넘은 갑질 사례가 잇따라 알려져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갑질을 하는 고객들은 플랫폼 내 리뷰 시스템을 악용, 별점 최하점을 주겠다면서 무리한 요구를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자영업자를 향한 일부 악성 고객들의 갑질 행태에 시민들은 분노를 쏟아내고 있다. 갑질에 취약한 배달 플랫폼 내 리뷰 체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환불 요구하고 별점 테러…갑질에 멍드는 점주들
일명 '새우튀김 환불 갑질' 사건으로 사망한 한 김밥짐 50대 점주의 딸 A 씨는 23일 CBS 라디오와 인터뷰에서 "아버지마저 충격을 받고 쓰러지셨다"며 "먹고 살기 위해 저 혼자 가게문을 열고 있지만 너무 답답하고 억울하다"라고 호소했다.
이 사건은 지난달 서울 동작구 한 김밥집에서 벌어졌다. 당시 배달 앱 '쿠팡이츠'를 통해 새우튀김 등을 받은 50대 남성 고객이 "새우튀김 색깔이 이상하다"며 항의해 2000원을 돌려받고, 쿠팡이츠 측에도 불만을 제기해 음식값 전액을 환불 받았다. 50대 고객은 배달 앱 내 김밥집 리뷰 란에 최하점을 남기는 '별점 테러'도 감행했다.
새우튀김 1개를 환불해 달라는 고객의 지속적 항의를 받던 중 뇌출혈로 쓰러져 숨진 점주 사건이 사회적 공분을 사고 있다. / 사진=MBC 뉴스데스크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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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이츠 측은 김밥집 점주에게 '주의해 달라'는 취지로 연락을 했다. 당시 점주는 "(남성 고객이) '세상 그 따위로 살지 마, 부모가 그렇게 가르쳤냐' 등을 계속 말하는 거예요. 부모까지 거기서 나오냐고...내가 나이가 몇인데"라며 억울함을 토로하던 중 두통을 호소하다가 쓰러져 숨을 거뒀다.
이 사건에 대해 A 씨는 "손님한테 전화가 3번, 쿠팡이츠한테는 4번 왔다"며 "어머니가 쓰러지고 난 후 아버지가 (고객에게) 개인적으로 연락을 하셨는데, 그 분은 '왜 자기한테 그런 말을 하냐, 그쪽이 잘못해서 쓰러진 건데 왜 내 책임을 묻냐'며 억울하다는 말을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머니는 올 봄 건강검진 때도 이상이 없었지만, 이 일 때문에 뇌사상태로 병원에 누워 계시다가 3주 뒤 돌아가셨다"며 "마지막을 그렇게 보내셨다는 게 너무 억울하다"고 울분을 터뜨렸다.
◆수도권 자영업자 10명 중 6명은 악성 갑질 경험
일부 악성 고객들의 도를 넘은 갑질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7일에는 경기 고양시 한 마라탕집 점주는 "음식에 문제가 있다"는 고객의 항의에 새 음식을 배달해 줬으나, 돌려 받은 배달 음식 용기가 거의 비워져 있는 소위 '배달 거지' 갑질을 당했다.
아이와 함께 먹을 거라며 메뉴에도 없는 추가 음식을 요구하거나, 음식 배달을 올 때 담배·술 심부름 등을 요구하는 손님도 있었다.
이같은 악성 갑질을 하는 고객들은 대부분 배달 앱의 별점 리뷰 시스템을 악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배달 앱은 등록된 음식점에 짧은 한줄 평과 별점을 게재하는 리뷰 란이 있는데, 이 리뷰 정보는 음식점의 실적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배달 앱으로 식당을 검색하는 소비자들이 업체의 질을 가장 직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기준이 별점 리뷰이기 때문이다.
지난 17일 정의당 6411민생특별위원회와 정의정책연구소가 발표한 '배달앱 이용 실태 조사'에 따르면, 서울·경기·인천 지역 배달앱 이용 자영업자 중 63.3%가 별점 최하점을 받는 별점 테러로 인한 피해를 입었다고 응답했다. 수도권 자영업자 10명 중 6명은 악성 갑질을 경험했다는 뜻이다.
◆"양심 없는 소비자들 늘었다", "평가 시스템 개선해야" 시민들 분노
점주들을 향한 일부 소비자들의 갑질 행태에 시민들은 분노를 쏟아내고 있다.
'새우튀김 환불 갑질' 고객이 음식점에 남긴 별점 최하점 리뷰 / 사진=JTBC 방송 캡처 |
20대 직장인 B 씨는 "음식점 매출이 별점 평가에 좌우된다는 걸 알고 일부러 갑질을 하는 소비자들이 늘었다"며 "뭐든 적당히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양심 없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 같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배달 앱의 리뷰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회사원 C(31) 씨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금방 등록 가능한 별점 리뷰가 음식점에 너무 큰 영향을 미치는 게 문제"라며 "플랫폼이 나서서 이런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시민단체들은 배달 앱의 별점 제도가 점주들을 압박하고 있다며 개선을 촉구했다.
지난 22일 경제민주화실현전국네트워크 등 시민단체들은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리뷰와 별점을 무기로 한 소비자의 과도한 요구, 허위 및 악의적 후기 등에 따른 피해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며 "자영업자의 방어권 보장을 제도적으로 강화하도록 해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한편 쿠팡이츠는 악성 갑질로부터 점주를 보호할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쿠팡이츠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일부 이용자의 갑질과 무리한 환불 요구, 악의적 리뷰 등으로 피해를 입은 점주 여러분께 적절한 지원을 해드리지 못한 점 진심으로 사과한다"면서 "앞으로 고객 상담을 비롯한 서비스 전반을 점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쿠팡이츠는 △점주 보호 전담 조직 신설 △악성 리뷰에 대해 점주가 직접 댓글을 달하 해명할 수 있는 기능 도입 △악성 리뷰 노출 방지 등 별점 리뷰 시스템을 개선할 예정이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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