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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연광의 디지털프리즘]빅테크 무임승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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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성연광 에디터]
머니투데이

이미지 출처=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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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테크들은 무임승차를 끝내야 한다."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 브렌든 카 위원은 지난달 뉴스위크 기고에서 이같이 지적했다. 그는 칼럼에서 빅테크들은 미국 공공부문(교외 및 저소득층) 광대역인터넷 인프라 구축자금을 조달하는 보편적서비스기금(USF)을 분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카 위원이 인용한 현지 조사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넷플릭스·구글 유튜브·아마존 프라임·디즈니플러스·마이크로소프트(MS) 등 5개 빅테크가 미국 교외 광대역통신망 전체 트래픽의 75%를 점유했다. 그는 "빅테크들이 공짜로 광대역망 수혜를 누리면서 작년에만 1조달러 넘는 매출을 창출했다"고 꼬집었다.

코로나19(COVID-19) 경기부양 정책이나 네트워크 인프라에 무임승차해 막대한 이윤을 창출하는 빅테크들을 겨냥한 비판이 자국에서도 쏟아진다. 미국 방송사업자로 구성된 전미방송협회(NAB)는 최근 빅테크들이 규제수수료(Regulatory Fee)도 내야 한다고 연일 날을 세운다. 규제수수료란 방송·통신사업 면허권자들에게 받는 일종의 특별세다. 정부가 올해 광대역데이터법 시행에 따른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수수료 인상을 추진하는 데 대한 이해당사자들의 입장표명이지만 사회적 기여나 책임 없이 정책적 과실만 따먹는 프리라이더들에 대한 반감이 극에 달했음을 보여준다.

#'빅테크 무임승차' 논란은 우리에게도 뜨거운 감자다. 오는 25일 망 사용대가를 두고 분쟁 중인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에 대한 1심 선고가 예정돼 있다. 핵심 쟁점은 '넷플릭스가 망 투자비용을 분담할 책임이 있느냐'다. 국내 인터넷망에서 글로벌 빅테크가 과도한 트래픽을 유발한다는 건 주지의 사실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집계한 일평균 트래픽 점유율 자료(2020년 4분기 기준)에 따르면 구글(유튜브) 25.89%, 넷플릭스 4.81%로 각각 1, 2위를 차지했다. 이들과 비교해 국내 CP(콘텐츠사업자)들의 트래픽은 '새 발의 피'다. 네이버, 카카오 양사 트래픽 합산이 3%를 갓 넘긴 수준이다.

글로벌 빅테크 중에서도 넷플릭스의 기세가 심상치 않다. 한국 서비스 개시 3년 만에 트래픽이 30배 늘었다. 정해진 고속도로(네트워크)에 트래픽이 몰리면 도로(대역폭)를 넓히거나 새로 깔아야 한다. 이를 위해선 막대한 재원(돈)이 필요하다. 통신사들은 넷플릭스 등 대규모 트래픽을 유발하는 CP가 그에 걸맞은 망 사용대가를 내는 게 합당하다고 주장한다. 빅테크들은 인터넷회선 가입자들이 이미 요금을 내는 구조에서 CP들로부터 또다시 돈을 받는 건 부당하다고 맞선다. 소송 변론 과정에서 접속료·전송료 등 기술적 용어를 들먹이며 "돈을 못 내겠다"던 넷플릭스 주장도 따지고 보면 이런 근거다.

#이용자 입장에서 보면 어떨까. 통신사 투자재원은 결국 소비자들의 주머니에서 나온다. 빅테크 주장대로라면 인터넷 이용자로부터 요금을 더 받거나 데이터를 쓴 만큼 내는 데이터종량제로 요금체계를 바꾸란 것인데, 이는 소비자들에게 부담을 떠넘기란 얘기나 다를 바 없다. 요즘 세대의 '공정 가치' 기준과도 맞지 않는다. 엄밀히 따져보면 고작 174만명(2020년 4분기 기준)이 쓰는 넷플릭스 때문에 나머지 전체 이용자가 알게 모르게 손해를 보는 구조다. 넷플릭스가 유발한 과다 트래픽 탓에 인터넷회선 속도가 느려지거나 늘어난 증설·관리비용 탓에 통신사 혜택이 줄어드니 말이다.

앞으로가 더 문제다. 넷플릭스에 이어 디즈니플러스(디즈니+), 아마존 프라임비디오 등 다른 글로벌 OTT(동영상스트리밍서비스)들도 조만간 한국에 상륙한다. 글로벌 OTT발 트래픽이 지금보다 훨씬 폭증할 공산이 크다. 빅테크 무임승차 문제가 제대로 해결되지 않을 경우 넷플릭스나 디즈니플러스 유료서비스에 가입하지 않은 이용자들은 대거 '미디어판 호구'로 전락할 판이다. 이미 통신사에 망 사용료를 지불하는 국내 CP들 역시 또다른 호구다. 미국 사회가 왜 그렇게 빅테크 무임승차에 비판적인지 곱씹어야 할 때다.

성연광 에디터 saint@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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