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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소영 기자] 새우튀김 1개 환불을 요구하며 막말을 쏟아낸 악성 고객과 배달 앱 '쿠팡이츠' 측의 압박에 시달리다 뇌출혈로 쓰러져 결국 사망한 김밥가게 업주의 유족이 "손님과 업체 둘 다 나 몰라라 하고 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숨진 50대 점주의 딸 A씨는 23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어머니가 쓰러진 뒤 법적 대응 한다고 했을 땐 별말 없었던 쿠팡이츠가 언론에 보도되니 그제야 뒷수습하기 바쁘더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최근 쿠팡이츠 관계자가 가게로 찾아왔지만 "'할 말 없다'고 돌려보냈다"며 "(어머니는 이미) 돌아가셨고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인데 이제 와서 뭐 어떻게 하느냐. 정말 어이가 없었다. 초반에 대처를 잘했더라면 저희도 이렇게까지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A씨는 어머니가 병원에 누워 계실 때 쿠팡이 제대로 대응을 하지 않아 공론화를 결심했다고 설명했다.
A씨는 "근래에 건강검진을 하셨는데 이상 없고 건강하셨는데, (쓰러지고 나서) 뇌사상태로 병원에서 계속 의식 없이 계시다가 3주 뒤에 돌아가셨다”며 “쿠팡이츠와 고객과 그렇게 전화하다가 마지막을 보내셨다는 게 억울하고 답답하다"고 전했다.
새우튀김 환불을 요구하는 막말 고객과 배달 앱 쿠팡이츠와의 압박에 시달리던 점주는 뇌출혈로 쓰러진지 3주만에 사망했다. 사진=MBC '뉴스데스크' 방송화면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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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지난달 8일 이 가게 점주는 고객으로부터 전날 쿠팡이츠를 통해 주문한 음식 중 새우튀김 1개를 남겨 냉장고에 넣어뒀는데 색깔이 이상하다면서 환불 요구를 받았다. 그는 고객의 요구에 새우튀김 1개를 환불해 줬다.
해당 점주는 쿠팡이츠와의 통화에서 "(고객이) '세상 그따위로 살지 마, 부모가 그렇게 가르쳤어'라고 계속 말했다"면서 "내가 나이가 몇인데 아무리 장사를 하고 있어도 그건 아니잖아요"라고 답답함을 호소한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어머니가 이 같은 폭언을 듣고 힘들어했다면서 "그때 그 자리에 없어서 몰랐는데 같이 일하시는 직원이 화장실에서 (어머니가) 우시고 나오시는 걸 봤다고 한다"고 전했다.
A씨에 따르면 환불을 마친 어머니는 쿠팡이츠로부터 온 연락을 받고 이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뒷목을 잡고 쓰러진 뒤 일어나지 못했다. 손님으로부터 3통, 쿠팡이츠로부터 4통의 전화가 왔으며 이중 한 통의 쿠팡이츠 전화는 어머니가 쓰러진 다음이었다고 했다.
또 사망한 어머니는 손님이 환불을 받은 다음 앱에 쓴 별점 테러를 보기도 전에 쓰러지셨다고 설명했다. 어머니가 쓰러지고 나서 손님은 ‘개념을 상실한 가게’라는 식의 글과 함께 별점 5점 중 1점을 줬고 이를 가족들이 나중에 확인했다고 했다.
이어 "그때 어머니 쓰러지시고 난 이후에 이제 저희 아버지가 (손님) 개인적으로 연락을 하셨는데, 이제 그분은 인정을 안 하신다. 왜 자기한테 그렇게 말을 하냐. 그쪽이 뭐 잘못해서 쓰러진 건데 왜 나한테 책임을 묻냐, 이런 식으로 말씀하시더라. 그냥 회피하셨다. 인정도 안 하시고 자기, 그 고객 기준에서도 억울하다고 하셨다"고 말했다.
'환불도 다 받았는데 억울한 점이 있을 수 있냐'는 진행자의 질문에는 "저도 모르겠다. 뭐가 그렇게 억울하신지, 돌아가신 분보다 억울하실까. 그게 이해가 안 간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그는 "아버지가 어머니와 식당에서 같이 일하셨는데 충격 때문에 일도 못하시고 저만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먹고 살려면 가게를 계속 운영해야 된다"고 덧붙였다.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와 경제민주화실현전국네트워크, 전국가맹점주협의회 등 회원들이 22일 오전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쿠팡이츠 등 음식 배달앱의 리뷰·별점 제도가 블랙컨슈머(악의적 소비자)를 양산하고 있다며 이를 규탄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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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22일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경제민주화실현전국네트워크, 전국가맹점주협의회,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는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앞에서 "쿠팡이츠의 후기(리뷰)·별점 평가 제도가 블랙컨슈머의 갑질을 방치·양산하고 있다"며 "자영업자의 대응권을 강화하고 객관적인 매장 평가 기준 및 환불 규정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허석준 전국가맹점주협의회 공동의장은 "단지 갑질 소비자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후기와 별점을 절대적 기준으로 삼아 매장을 평가하는 쿠팡이츠의 시스템이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김소영 기자 sozero81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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