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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0 (금)

네이버, 안드로이드 오토 출시 무기한 연기…“직원 극단적 선택 후폭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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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네이버가 지난 5월 블로그에 안드로이드 오토에서 내비게이션을 지원한다고 공지한 글. /네이버 블로그



네이버가 구글의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플랫폼 ‘안드로이드 오토’와 연동되는 지도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한 내비게이션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지난 5월 20일 공지한 후 하루 사이 돌연 연기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연기 공지 이후 서비스는 한 달째 감감무소식이다. 네이버 측은 ‘내부 문제’라고만 설명하지만, 안팎에선 지난달 극단적 선택을 했던 직원 사태의 후폭풍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해당 직원이 지도 관련 업무를 맡아왔던 것으로 파악되며, 사태 원인으로 지목된 팀 리더와 최인혁 네이버 최고운영책임자(COO) 등 핵심 인력들이 직무정지에 들어갔다.

네이버는 내부적으로 국내 내비게이션 ‘1위’ 목표를 세웠지만, 예기치 못한 사태로 경로를 이탈했다. 구글 안드로이드 오토로 점유율 확대를 꾀하려던 와중에 불거진 문제로, 당분간 이미지 타격은 물론 도덕적 비판도 피하기 힘들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네이버가 주춤하는 사이 T맵과 카카오는 물론, 기존 내비게이션 업계까지 시장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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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드로이드 오토 출시 발표 후 하루 새 돌연 연기

23일 네이버지도 블로그인 N지도에 따르면 네이버 측은 지난 5월 20일 지도 앱 업데이트와 소식을 전하며 구글 안드로이드 오토에서 내비게이션을 지원한다는 글을 공지했다.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내려받은 네이버지도 앱만 사용할 수 있다며 지원 방법도 함께 상세히 게재했다.

하지만 하루 만인 5월 21일 해당 공지글은 내비게이션 기능 개편 업데이트 소식으로 수정됐다. 공지글을 접한 일부 이용자들은 이미 네이버 측 설명에 따라 업데이트를 진행한 후 내비게이션을 실행했지만, 지원이 되지 않았다며 불만을 제기했다. 일부는 네이버 측이 이용자들에게 사실을 충분히 알리지 않은 채 글을 수정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네이버 측은 ‘안드로이드 오토 제공 지연 안내’ 공지를 통해 “구글 플레이스토어를 통해 지도 앱 업데이트와 함께 안드로이드 오토 신규 지원을 준비 중에 있었으나 ‘내부 문제’가 발견돼 조치 중에 있다”며 “빠른 시일 내 안드로이드 오토를 만나볼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내부 문제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다.

회사 안팎에선 ‘내부 문제’가 지난달 25일 업무 스트레스를 호소하며 자택 근처에서 숨진 채 발견된 직원 사태와 무관하지 않다는 얘기가 나온다. 네이버 노조 관계자는 “해당 직원은 네이버 지도 업무 등을 담당했으며 5월 초 내비게이션 출시 목표를 맞추려 5월 내내 고강도 업무를 했다”고 말했다. 업계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직원 사망 사고 관련 책임자가 업무 정지인 것으로 알고 있어 내비게이션 서비스가 늦어지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귀띔했다.

일각에선 기술적 문제를 거론하기도 한다. 정보통신기술(ICT) 업체 한 고위 관계자는 “최인혁 최고운영책임자(COO)가 자사 내비게이션을 국내 1위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내부적으로 설정해 여러 내비게이션 서비스를 추진했던 것으로 안다”며 “다만 내비게이션의 경우 지도와 또 다른 분야기 때문에 T맵, 카카오 등이 쌓아왔던 데이터 축적을 단기간 내 따라잡기는 힘들 것이다”라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구글이 앱 용도에 따라 제시하는 기준이 있는데 이걸 통과하고, 고객으로부터 받은 피드백 등으로 어느 정도 궤도에 올라와야 서비스를 할 수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안드로이드 오토 제공 지연 사유에 대해 네이버 관계자는 “기술적 문제로 인해 서비스 제공이 늦어지고 있는 것일뿐 최근 발생한 사고와 관련해서는 연관이 없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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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맵 이미지. /티맵모빌리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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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찾기 1위’ 네이버지도, 내비게이션 반전 꾀했지만

네이버지도는 지도 앱 가운데 순이용자 기준 국내 1위다. 하지만 이용자 대부분이 도보나 대중교통 등 길찾기를 이용할 뿐 내비게이션으로의 활용률은 저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내비게이션 시장은 T맵과 카카오내비 등의 양강구도다. T맵 누적 이용자 수는 1900만명, 카카오내비는 1600만명에 달한다. T맵은 지난 2002년부터 20년 동안 내비게이션 서비스를 제공해왔다. 내비게이션 외 주차, 대중교통 등 T맵 관련 서비스 이용자는 3000만명 이상이다. 카카오내비는 구글과 협업으로 국내 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워왔다. 2018년 구글과 독점 계약을 맺고 안드로이드 오토 출시를 통해 내비게이션 앱을 제공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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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소요시간 알려주는 카카오내비 미래운행정보.



하지만 구글의 정책 변화로 ‘무한경쟁’ 시대가 열렸다. 애초 구글은 한 국가당 하나의 내비게이션만 허용해왔지만, 최근 정책을 바꿔 다양한 내비게이션 앱을 허용했다. 기존 T맵은 지난해 12월 베타 서비스를 시작으로, 올해 4월 정식출시했으며, 팅크웨어의 자회사인 아이나비시스템즈도 올해 초부터 베타 서비스를 진행 중이다. 아이나비시스템즈는 하반기 중 정식 버전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네이버는 구글 안드로이드 오토를 통해 저조했던 내비게이션 이용률을 끌어올릴 계획이었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네이버가 고객이 원하는 서비스를 충분히 제공할 수 있고, 그동안 지도를 가지고 쌓아온 주변 정보를 활용할 수 있다는 강점은 있다”면서도 “내비게이션은 습관처럼 기존에 쓰던 것을 쓰지, 쓰지 않는 걸 이용자가 쓰지는 않는 경향을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이 교수는 “국내에서 내비게이션이 4~5개가 있다가 재편된 것을 보면 시장 진입이 쉬운 일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김양혁 기자(present@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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