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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강남 전셋값 오판, 수요 감소만 보고 '공급 반토막' 놓친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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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구 전셋값 상승률 6년 3개월만 최고
이주 수요 줄었지만, 재고 물량도 급감
'전세난' 서울 전역 확산 우려도… "신규공급 필요"
한국일보

서울 서초구 반포동의 한 부동산중개업소 앞 시세표.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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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원동 쪽은 올해 3, 4월보다 전세가격이 10~15% 정도 오른 것 같아요. 10억 원 미만은 나왔다 하면 사라져요. 이 정도면 가을 이사철에는 난리 나죠."

서울 아파트 전세시장이 다시 끓어오르고 있다. 안정세를 찾는 듯했던 강남권 전세가격이 한 달여 만에 상승장에 재진입한 가운데 서초구 전셋값은 6년 3개월 만에 최고 상승률을 찍었다.

업계에서는 '정비사업 본격화로 예견된 결과'라는 반응이다. 하지만 정작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재건축발 전세난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전망을 내놓은 바 있어 정부의 안이한 인식이 전세난을 키웠다는 지적도 나온다.

재건축에서 시작된 전세난... 서울 전역 확산하나


22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주 서울 서초구 아파트의 전세가격 상승률은 전주 대비 0.17%포인트 오른 0.56%로 지난 2015년 3월(0.66%) 이후 6년 3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강남4구(서초·강남·송파·강동) 전세가격도 0.23% 올라 10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뛰었다. 지난 4월 넷째 주 강남4구 전세가격이 모두 보합 또는 하락(강남구 -0.01%)했던 것과 비교하면 한 달여 만에 분위기가 급변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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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아파트 전세가격 상승률. 그래픽=박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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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재건축 예정단지인 반포 1·2·4 주구에서 2,100가구 규모의 이주 수요가 한꺼번에 쏟아진 영향이 크다. 반포동 A공인중개소 대표는 "(이주 시기가 확정된) 4월말 5월초부터 전세를 찾는 손님이 늘었다"며 "이주가 진행되는 하반기 동안에는 전세가격 추가 상승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전세난 없을 것" 국토부, 공급 감소 간과


하지만 이런 실상과 달리, 지난달 14일 국토부는 "작년과 올해 이주 및 입주물량을 비교했을 때 향후 정비사업 이주로 서울에 전세 불안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기 어렵다"는 전망을 내놓았었다.

이주 수요가 줄어든 면만 주목하고, 임대차3법 시행 등으로 인한 '전세 재고물량' 급감은 고려하지 않은 탓이다. 실제 부동산 정보업체 '아실'에 따르면, 각각 5월 1일을 기준으로 서울의 전세 매물은 지난해 4만7,963건에서 올해 2만2,787건으로 급감했다. 서초구 전세 물량도 작년의 56% 수준에 불과하다. 그 결과 강남4구의 전세수급지수는 4월 넷째 주 102.0에서 지난주 112.8로 치솟았다. 이 지수는 200에 가까울수록 수요 대비 공급이 부족하다는 의미다.

현장에서는 정부의 오판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이주 수요가 줄어든 것은 사실이나 (2분기) 입주물량과 재고물량이 감소해 수급 불균형이 지속될 우려가 있는 것을 감안할 필요가 있었다"고 말했다.

서초구의 B공인중개사 대표는 "그나마 있던 전세도 반전세로 전환되는 추세라 노령 가구는 하남, 일산, 분당으로까지 빠지고 있다"며 "학군 때문에 멀리 이사하기 어려운 주민은 인근 흑석, 사당 등으로 향하는 중"이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당장 주간 상승률로 시장 상황을 단언하기는 이르다"며 "(전세불안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전망은) 추이를 면밀하게 지켜보겠다는 의미였다"라고 해명했다.

"전세 월세화 막고 전세공급 확대해야"


전문가들은 전셋값 안정을 위해서는 전세의 월세화 방지와 함께 신속한 주택 공급 확대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전세의 급속한 월세화를 막아 시장에 유통되는 전세 매물을 늘리고 신속한 장기전세주택 공급을 통해 신규 물량을 확대해야 전세시장 과열을 방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다원 기자 da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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