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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이슈 미얀마 민주화 시위

軍 끄나풀 암살-마을 초토화 반복… 증오로 물드는 미얀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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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궤ㆍ사가잉州, 시민-軍 복수전 연속
전국 폭탄 테러, 한 달 새 4배 증가 추정
'학살 부인' 군부, "NLD가 혼란 배후" 주장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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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군부가 임명한 지방정부 관료 A씨는 마궤주(州) 디도떽윈 마을에서 가장 악명 높은 끄나풀, 이른바 '마을정보원'이었다. 주민들은 시위대 정보와 거주지, 그들의 동향을 소상히 군에 밀고하는 그를 항상 경멸했다. 결국 그는 지난 12일 오토바이를 탄 무장괴한들의 공격에 총상을 입었다. 쿠데타군은 즉시 버려진 괴한들의 오토바이를 추적, 이들이 인근 킨마 마을 주민임을 알아냈다.

A씨의 복수에 나선 쿠데타군은 15일 킨마 마을로 진입했다. 하지만 이들은 마을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던 시민방위군의 거센 공격을 받았다. 15명의 병력을 잃은 쿠데타군은 이후 이성을 잃었다. 이들은 보이는 민가마다 불을 질렀고 230여 채가 화염에 휩싸였다. 피해 주택 중에는 먀 마웅(85) 할아버지와 찌 메인(83) 할머니의 보금자리도 있었다. 건장한 마을 주민들은 모두 달아났으나 할머니는 그럴 수 없었다. 다리가 불편한 남편이 느린 걸음 때문에 불길에 갇혔기 때문이다. 팔순의 두 노인은 결국 함께 죽음을 맞았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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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저녁, A씨처럼 악명이 자자했던 사가잉주 전 군정 관리인 B씨는 마을 인근 쿠데타군 기지로 부리나케 뛰어갔다. 자신을 겨냥한 무장괴한들의 공격에 두 딸이 죽은 것을 막 확인한 터였다. 같은 날 그의 전임자도 머리에 총을 맞은 채 발견됐다. 쿠데타군은 어김없이 다음 날 16대의 트럭을 타고 마을을 공격했다. 이번에는 아무 영문도 모르고 마을을 걷고 있던 청년 아웅산(21)이 즉사했다. 반격에 나선 시민방위군은 쿠데타군 2명을 또다시 사살했다. 증오가 증오를 낳는 교전은 17일 현재도 계속되고 있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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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도시에선 원인 미상의 폭탄공격이 복수전의 핵심 고리다. 실제로 지난 14일 결혼식을 진행 중이던 양곤의 한 마을정보원은 식장에서 즉사했다. 결혼 선물인 줄 알고 친지들과 함께 연 상자가 폭탄이었기 때문이다. 전 세계 무력분쟁의 수치를 자체적으로 파악하는 미국의 비영리단체 '사건자료 프로젝트'(ACLED)팀은 지난달 미얀마 전역에서 총 297건의 폭탄공격을 확인했다. 이는 지난 4월 73건에 비해 4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증오의 시발점이자 재확산의 주체인 군부는 이 모든 혼란을 민주세력 탓으로 돌리고 있다. 조 민 툰 군부 대변인은 지난 12일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의 민주주의 민족동맹(NLD) 지지자들이 극단적인 파괴 및 폭력행위를 벌이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군부는 "킨마 마을 방화 사건 역시 NLD로 추정되는 테러리스트 40여명이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킨마 마을은 NLD 지지지역이 아닐 뿐더러 군병력을 제외한 외부인이 최근 마을에 출입한 흔적도 전무하다.


미얀마= 정재호 특파원 next8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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