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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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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 우주] ‘지옥 행성’ 금성의 비밀을 밝혀라…차세대 탐사선 엔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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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신문 나우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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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와 금성, 그리고 금성 탐사선 엔비전. 사진=NASA/JAXA/ISAS/DARTS/Damia Bouic/VR2Plane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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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성은 태양계에 있는 모든 천체 가운데 물리적 특성이 지구와 가장 근접한 행성이다. 크기, 질량, 밀도, 공전 궤도까지 여러 가지 특징이 지구와 흡사하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표면 환경은 지구와 너무 다르다. 섭씨 464도에 달하는 초고온 환경에 지구 표면 기압의 90배 넘는 고압 환경이다. 이산화탄소가 대부분인 두꺼운 대기와 뿌연 구름 때문에 태양계의 다른 행성과 달리 광학 카메라로 표면을 관측할 수 없는 행성이 금성이다.

이런 지옥 같은 표면 환경과 관측의 어려움 때문에 금성 탐사는 화성 탐사보다 더디게 진행됐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금성에 관한 연구를 포기한 것은 아니다. 미 항공우주국(NASA)과 유럽우주국(ESA)은 10년 후 금성을 탐사할 새로운 우주선들을 발표했다. NASA는 금성 궤도를 돌면서 표면을 관측할 베리타스(VERITAS)와 반세기 만에 금성 표면에 착륙할 탐사선인 다반치 플러스(DAVINCI+)를 정식 프로젝트로 선정해 추진 중이고 ESA는 NASA와 협력해 엔비전(EnVision)이라는 금성 궤도 탐사선을 2031년 발사하겠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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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전의 탐사 가상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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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전의 목적은 금성의 표면 지형 및 대기 탐사다. 이 부분은 기존의 금성 탐사와 크게 다르지 않지만, 엔비전의 주요 목표 중 하나는 화산 활동을 포함한 금성 지질 활동의 증거를 확보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엔비전은 세 가지 중요한 탐사 장비를 탑재한다.

가장 핵심적인 장비는 금성 합성 개구 레이더(VenSAR, Venus Synthetic Aperture Radar)다. 금성의 두꺼운 구름을 뚫고 표면 지형을 관측할 수 있는 방법은 구름을 뚫을 수 있는 레이더를 사용하는 것이다. 그것이 합성 개구 레이더로 지구에서도 지형 관측에 널리 사용된다. 태양계 탐사에서는 금성과 목성의 위성 타이탄처럼 두꺼운 대기를 지닌 천체에서 주로 사용됐다. 엔비전에 탑재되는 금성 합성 개구 레이더는 역대 가장 정밀한 해상도로 지표를 확인해 화산 지형을 포함한 지질 활동의 증거를 포착한다. 참고로 개발은 NASA 제트추진연구소(JPL)와 협업해 진행한다.

엔비전은 금성의 두꺼운 대기뿐 아니라 지표까지 뚫을 수 있는 두 번째 레이더를 지니고 있다. 금성 지표 아래 레이더 사운더(Venus Subsurface Radar Sounder, SRS)는 지구에서 지질 탐사나 자원 탐사에 쓰이는 레이더 기술과 같은 원리로 금성 표면에 직접 로버나 탐사선 보내지 않고도 궤도에서 지질 탐사를 진행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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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전의 랜더링이미지. 사진= European Space Agency/Paris Observatory/VR2Plane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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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앞서 두 장비로 금성의 표면 지형과 지질 활동의 증거를 찾을 순 있어도 최근에 있었을지 모르는 화산 활동의 증거는 포착하기 어렵다. 엔비전의 세 번째 장비인 금성 분광기 수트(Venus Spectroscopy Suite, VenSpec)는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을 내놓을 장비로 금성 대기에서 화산 활동에 의해 분출되는 미량 원소 (주로 황산화물)의 농도를 측정할 수 있다.

이전 금성 탐사선들은 금성 표면에서 167개의 대형 화산을 확인했다. 금성은 내부 에너지의 상당 부분을 화산 활동을 통해 분출하는 것으로 보이며 이것이 금성이 지금 같은 지옥 행성이 된 이유 중 하나로 추정된다. 하지만 현재 화산이 얼마나 자주 분출하는지는 알 수 없다. 과학자들은 엔비전이 이 의문에 대한 해답을 내놓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만약 화산 가스의 농도가 수시로 변한다면 지금도 활발한 화산 활동이 일어난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다음 목표는 구체적으로 어디서 화산이 폭발했는지 확인하는 일이 될 것이다.

현재도 금성은 두꺼운 구름 아래 많은 비밀을 숨기고 있다. 하지만 차세대 금성 탐사선이 활약할 2030년대가 되면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금성의 진짜 모습이 우리 앞에 드러나게 될 것이다.

고든 정 칼럼니스트 jjy05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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