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7 (토)

"김동식 대장님 안녕히 가세요"…동료들의 거수경례는 이어졌다

댓글 5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팀장은 대원들을 앞에 두지 말고 이끌어야 한다고 매번 말씀하셨던 대장님. 구조대원은 체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며 사무실에서도 수건을 목에 두르고 스텝 기를 밟으시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

21일 오전 경기도 광주시 광주시민체육관. 조사를 읽는 광주소방서 구조대 팀장 함재철 소방위의 목소리가 가늘게 떨렸다.

"그날이 원망스럽고, 그 현장이 원망스럽습니다. 무시무시한 화마 속에서 바로 구조하지 못하고 며칠을 더 홀로 둘 수밖에 없었던 그 일분일초가 두려웠습니다. 대장님을 홀로 남겨둔 그곳에서 벌겋게 뿜어져 나오는 거대한 화마를 멍하니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우리가 초라하게 느껴졌습니다. 지켜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함 소방위가 A4 용지 4장 분량의 조사를 한 문장씩 읽을 때마다 분위기는 숙연해졌다. 유가족들도 고개를 숙이며 조용히 흐느꼈다.

중앙일보

이천 쿠팡 물류센터 화재현장에서 진화 작업 중 순직한 고(故) 김동식 구조대장(52·경기 광주소방서)의 영결식이 21일 오전 경기 광주시민체육관에서 경기도청장(葬)으로 엄수된 가운데 동료 소방관들이 헌화.분향 후 자리로 이동하고 있다. 경기도는 고인에게 소방경에서 소방령으로 1계급 특진과 녹조근정훈장을 추서했다.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먼저 현장에 들어가고 맨 나중에야 나오던 사람"



이천 쿠팡 물류센터 화재 현장에서 순직한 경기 광주소방서 119구조대 김동식 구조대장(52·소방령)의 영결식이 이날 경기도청장(葬)으로 엄수됐다.

중앙일보

21일 오전 경기도 광주시민체육관에서 화마와 사투를 벌이다 화재현장에서 순직한 경기 광주소방서 소속 고(故) 김동식 구조대장(소방령)의 영결식을 위해 운구가 영결식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김 소방령의 운구는 대전시 유성구 소재 대전현충원에 안장된다. 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그는 지난 17일 발생한 쿠팡의 이천 덕평물류센터 화재현장에 출동해 연소 확대 저지와 인명 수색을 위해 현장에 투입됐다가 실종돼 48시간 만인 19일 오전 숨진 채 발견됐다. "대피하라"는 지휘부의 명령에 동료들을 먼저 내보내고 맨 뒤에 나오다 고립된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했다.

영결식에는 유족과 장의위원장을 맡은 이재명 경기도지사, 서영교 행정안전위원장, 더불어민주당 소병훈·임종성·임호선·오영환 의원, 국민의힘 이명수·최춘식·김형동 의원, 동료 소방관 등 90여 명이 참석해 고인의 명복을 기렸다.

영결식은 운구 행렬 입장을 시작으로 묵념과 고인에 대한 약력 보고, 1계급 특진·훈장 추서, 조전 낭독, 영결사, 조사, 헌화 및 분향 순으로 진행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영결식 참석 인원과 행사 규모를 최소화했다고 경기도는 설명했다.

중앙일보

21일 오전 경기도 광주시민체육관에서 엄수된 화마와 사투를 벌이다 화재현장에서 순직한 경기 광주소방서 소속 고(故) 김동식 구조대장(소방령)의 영결식에서 유족이 묵념하고 있다. 김 소방령의 운구는 대전시 유성구 소재 대전현충원에 안장된다. 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신열우 소방청장이 대독한 조전을 통해 "대한민국은 고인의 열정과 헌신을 절대 잊지 않을 것"이라고 애도했다.

장례위원장인 이 지사는 영결사에서 "(고인은) 가장 먼저 현장에 들어가서 길을 열고, 가장 나중에서야 나오던 사람이었다"며 "긴박했던 그 날 그 순간에도 그는 어김없이 동료들을 먼저 내보냈다. 제발 무사히 돌아오기를 애타게 빌고 또 빌었지만, 끝끝내 우리 곁을 떠났다는 사실이 지금도 믿기지 않는다"며 눈물을 훔쳤다.



운구차 보이지 않을 때까지 거수경례한 동료들



영결식이 진행되는 동안 유족들은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전날 입관식에서 실신하기도 했던 김 대장의 어머니는 아들을 실은 운구차를 떠나보내기 싫은 듯 계속 어루만지며 오열했다.

김 대장의 마지막 현장에 함께 투입됐던 대원들은 참석하지 못했다. 이들은 당시 화재 현장에서 탈출한 뒤 김 대장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다시 현장으로 들어갔지만, 화염이 거세 찾지 못하고 나왔다. 김 대장의 순직 소식에 누구보다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소방 관계자는 "김 대장과 함께 현장에 투입됐던 동료들은 김 대장을 잃은 충격과 트라우마가 커 영결식에 오지 못했다"며 "계속 '우리만 빠져나와 유가족에게 죄송하다'며 힘들어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21일 오전 경기도 광주시민체육관에서 진행된 경기 광주소방서 구조대장 고(故) 김동식 소방령 영결식에서 동료 소방관들이 고인의 운구차에 경례하고 있다. 김 소방령의 유해는 이날 오후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될 예정이다.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동료 소방관들은 운구차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거수경례로 고인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김 대장의 유해는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된다.

앞서 행정안전부는 지난 18일 자로 김 대장을 소방경에서 소방령으로 1계급 특진과 녹조근정훈장을 추서했다. 경기도소방재난본부는 국가보훈처에 김 대장을 국가유공자 지정해 달라고 요구할 예정이다.

김 대장은 1994년 4월 고양소방서에서 소방조직에 투신했다. 지난해 1월부터 광주소방서 구조대장으로 근무했다. 27년 경력의 베테랑 소방관으로 소방서장 소방행정유공상과 재해예방유공 경기도지사 표창장 등을 받았다.

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