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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알츠하이머병 치료에 희망의 빛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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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의 칼럼 - 한설희 건국대병원 자문교수

중앙일보

한설희 건국대병원 자문교수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우여곡절 끝에 지난 8일 ‘아두카누맙’이라는 획기적인 알츠하이머병 치료제의 사용을 승인했다. 알츠하이머병의 발생 원인이며 증상 악화에 관여하는 불용성 단백질인 아밀로이드베타단백(Aβ)을 뇌 조직 내에서 효과적으로 제거하는 약이다. 병의 진행을 억제하거나 발생을 차단할 수 있는 ‘원인치료제’라는 점에서 알츠하이머병 치료의 신기원을 이룩한 것이다.

이 약은 근본적으로 Aβ에 대한 항체를 인위적으로 만들어 환자의 혈관에 주사하는 치료법이기 때문에 뇌 조직에 축적된 Aβ가 일시에 제거되면서 미세한 뇌혈관을 손상하는 부작용이 드물게 나타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부작용은 치료 도중 뇌 자기공명영상(MRI)상 변화가 나타나면 투약을 중단해 예방할 수 있다. 최근에는 아밀로이드 PET 검사로 살아 있는 환자에서 Aβ를 확인하는 것이 가능해졌고, 치매로 발전할 위험이 높은 사람을 선별해 내는 것도 가능하다. 알츠하이머병으로 진행하기 이전에 미리 치료제를 투여함으로써 알츠하이머병의 발생을 근원적으로 없앨 수 있게 된 것이다.

하지만 아직은 절반의 성공이라 할 수 밖에 없다. 알츠히이머병 환자의 뇌 안에는 Aβ 이외에도 또 다른 신경세포 독성 물질인 ‘신경섬유원다발’이라는 것이 있다. 이것이 신경세포를 죽이는 직접적인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이 물질까지 제거할 수 있는 약물이 개발돼야 비로소 알츠하이머병의 정복이 이뤄진다고 할 수 있다.

국내에서 이 약물을 사용할 수 있게 된다 하더라도 몇 가지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사항이 있다. 첫째, 이 약물은 뇌 안에 Aβ가 존재하며 치매 증상이 심하지 않은 사람만이 우선 치료 대상이 될 수 있다. 치료 시작 전 뇌 안에 Aβ가 침착돼 있고 뇌혈관 병변이 없음이 확인돼야 한다. 둘째, 치료가 시작돼도 일정 기간마다 뇌 MRI를 촬영해 부작용 발생 여부를 모니터링해야 한다. 증상 없이 부작용이 진행될 수 있어서다. 셋째, 새로운 약물을 투여하더라도 기존의 치료제 사용을 지속해야 하며 병의 진행 경과를 주기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새로운 치료제의 등장으로 알츠하이머병 환자들에게는 큰 희망의 빛이 비치기 시작했지만 결국 만만치 않은 진단·치료 비용의 문제가 떠오를 것이다. 경제적 불평등이 치료의 불평등으로 나타나지 않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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