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양도세 줄여준다더니…장기보유 고가 1주택자 되레 '세금폭탄'

댓글 4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 부동산세 완화 ◆

매일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여당이 1가구 1주택자의 양도소득세 비과세 기준을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높여 거주 목적으로 주택을 소유하는 이들의 세금 부담을 줄여주겠다는 방침을 세웠지만 시장 반응은 회의적이다. 장기보유특별공제를 양도차익에 비례해 줄이기로 하면서 일부 주택은 양도세가 늘어나는 상황이 벌어지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이번 방안의 수혜를 보는 9억~12억원 주택은 가격이 오르고, 더 높은 가격대 주택은 '매물 잠김'이 오히려 심해지는 등 시장 혼란이 더 심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현행 세법에 따르면 1가구 1주택자는 2년 이상 거주하면 보유·거주 기간에 따라 최대 80%까지 양도세 장기보유특별공제를 받을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에 대해 양도차익에 따라 공제율을 차등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양도차익 △5억원 미만은 최대 80% △5억~10억원은 최대 70% △10억~20억원은 최대 60% △20억원 초과는 최대 50%를 차등 적용하는 방안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진다.

문제는 1주택자라도 보유 기간이 길고 양도차익이 클수록 양도세가 더 증가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고가 주택에 거주하는 사람은 사실상 양도세 '중과' 조치를 받은 셈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김종필 세무사가 민주당 부동산특위 개편안을 적용해 양도세를 모의 계산한 결과에 따르면, 서울 반포동 래미안퍼스티지 전용면적 84.93㎡를 10년간 보유·거주한 1주택자가 아파트를 팔 때 내야 하는 양도세는 7676만원에서 1억5246만원으로 98.6% 증가할 전망이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을 바탕으로 이 단지의 양도차익을 추정하면 16억5000만원이다. 현재는 공제율 80%를 적용받지만, 바뀐 규정에 따르면 60%로 내려간다. 비과세 기준 상향으로 과세 대상 양도차익은 1억5469만원 줄지만, 장기보유공제혜택 축소로 공제액이 3억3000만원 감소하면서 양도세가 증가하는 것이다.

양도차익이 클수록 세액은 더 큰 폭으로 늘어난다. 10년간 양도차익이 22억원일 것으로 추정되는 서울 대치동 한보미도맨션1차 전용 161.36㎡는 양도세가 1억2100만원에서 3억1566만원으로 160.9%나 뛴다. 고덕동 고덕아이파크 전용 115.45㎡는 양도차익을 10억6000만원으로 가정하면 양도세가 64.6%(2499만원→4113만원) 오른다.

전문가들은 최근 서울 아파트값이 급등한 상황에서 여당의 양도세 완화 조치가 큰 효과를 보지 못할 것이라고 진단한다. 비과세 기준이 바뀐 것보다 공제 혜택이 축소된 후폭풍을 받는 주택이 더 많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경영학과 교수)은 "가격과 보유 기간에 따라 누구는 양도세를 절감받고, 누구는 올라가면 어떻게 하느냐"며 "지금 세금 체계로는 비과세 가격 기준에서 멀고 보유 기간이 긴 주택일수록 매물 잠김 현상이 더 심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양도세 완화 대상에 다주택자가 빠진 부분도 시장에 매물을 내보내기 어렵다는 전망을 뒷받침한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다주택자가 집을 팔아야 시장에 매물이 늘어나면서 집값 안정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며 "다주택자들의 양도세가 중과되는 현 상황에서 그들이 집을 팔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했다.

일부에선 특위 개편안 수혜를 보는 시세 9억~12억원 주택 가격이 엉뚱하게 튈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15억원 초과 아파트 대출 금지에서 봤듯 일정 가격을 정해 규제하면 아래 가격대 주택값이 상승하는 사례가 있다"며 "양도세 혜택을 본 집주인들이 '갈아타기'를 위해 집을 팔고, 현재 전셋값 상승에 지친 무주택자들이 매물을 받으면 가격대가 올라갈 수 있다"고 진단했다.

1가구 1주택자 종합부동산세 부과 기준을 주택 가격 상위 2% 대상으로 변경하는 방안이 시장에 또 다른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부동산특위가 제시한 종부세 개편안은 현재 공시가격 9억원으로 설정된 1가구 1주택자 종부세 부과 기준선(기본공제는 6억원)을 '공시지가 상위 2%에 해당하는 인원'으로 바꾸는 내용을 담고 있다. 반면 부동산특위는 1주택 부부 공동 명의자의 적용 방안에 대해 결정하지 못해 논란이 예상된다. 현재 1주택 부부 공동 명의자는 6억원씩 총 12억원을 공제받는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이번 개편이 옳다 그르다를 따지기에 앞서 가장 큰 문제는 세법 규정을 즉흥적으로 바꾸고 있는 것"이라며 "즉흥적으로 만들면 그만큼 부작용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손동우 부동산전문기자 / 정석환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