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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104주 연속 오른 전셋값…전문가 "더 오른다"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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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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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전세난이 갈수록 고착화하는 모습이다. 아파트 전셋값이 100주 넘게 상승하고 있는 데다 전세 시장에 악재로 작용할 요인까지 추가되면서 세입자들의 시름이 더욱 가중될 것이란 우려섞인 전망이 나온다.

20일 한국부동산원의 아파트 가격 동향 시계열 자료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2019년 7월 첫째 주부터 지난주까지 102주 동안 단 한주도 쉬지 않고 내달리고 있다. 2019년 6월 2주 -0.01%에서 3∼4주 보합(0.00%)으로 전환한 것까지 포함하면 104주(2년) 동안 오름세를 이어왔다.

부동산114 자료로는 서울 전셋값 상승률(0.11%)이 매매가 상승률(0.10%)을 추월했다. 매매와 전세 가격이 모두 0.10% 이상을 나타낸 시기는 올해 3월 이후 약 3개월 만이고, 전세가격이 매매가격 대비 높은 변동률을 나타낸 시기는 올해 2월 이후 약 4개월 만이다. 여름 휴가철을 앞둔 이사 비수기에도 불구하고 강남 일대의 정비사업 이주수요 여파와 전반적인 매물량 감소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2019년 12월 주간 기준으로 0.23%까지 올랐던 서울 전셋값은 지난해 초부터 상승 폭을 줄이기 시작해 작년 2∼5월 0.05∼0.01% 수준으로 오름폭이 둔화하며 안정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작년 재건축 아파트에 대한 2년 실거주 의무를 골자로 한 정부의 '6·17 대책' 발표 이후 매물이 감소하기 시작했다. 같은 해 7월 말 임대차 2법(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상한제)까지 시행되면서 전세값 상승률은 0.17%까지 치솟았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6억1451만원으로, 1년 전 가격인 4억8655만원에 비해 1억2000여만원(26%) 가량 상승했다. 또 상대적으로 저렴한 강북 지역 아파트의 평균 전셋값이 5억원을 돌파하는 등 전셋값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계약갱신청구권을 활용해 기존 주택에 2년 더 눌러앉는 세입자가 늘면서 물건이 급감했다"면서 "2년에 5% 안에서 보증금을 올릴 수 있게 된 집주인들이 보증금을 미리 올려 받으면서 전셋값도 급등했다"고 진단했다. 박 위원은 이어 "임대차 3법의 마지막 퍼즐인 '전월세신고제'가 지난 1일부터 본격 시행되면서 수급불균형은 더욱 심화하고 있다"며 "보유세 부담 강화와 재건축 이주 수요 증가, 아파트 실거주 요건 강화 등도 한몫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셋값 뛰자 추격 매수 움직임 감지


최근 전셋값 상승폭이 커진 건 강남권 재건축 단지 이주 수요의 영향이 크다. 서초구에서는 반포동 '반포주공1단지' 등 재건축 단지의 이주가 본격화하면서 아파트 전셋값이 가파르게 올랐다. 0.01%였던 5월 초 주간 상승률은 지난주는 0.39%까지 치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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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치동 은마아파트 상가 내 부동산중개업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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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근 전세시장도 들썩이고 있다. 같은 기간 강남구(0.00→0.05%), 송파구(0.02→0.15%), 강동구(0.01→0.10%) 동작구(0.00→0.13%) 등의 상승폭도 커졌다. 일례로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퍼스티지 전용 84.93㎡는 지난달 14일 보증금 20억원(2층)에 전세 계약서를 썼는데 이 가격은 2년 전(12억5000만원 수준)보다 7억5000만원가량 오른 수준이다. 성동구 옥수동 래미안옥수리버젠 전용 84.51㎡도 2019년 3월 보증금 6억5000만∼6억6000만원(16층·12층)에서 이달 11일 12억원(12층)으로 2년여 만에 2배 가까이 뛰었다.

영등포구 아크로타워스퀘어(전용 59㎡)는 지난달 8억2300만원에 거래되면서 종전 신고가(7억5000만원)를 넘어섰다. 또 동작구 사당자이(전용 84㎡)도 직전 신고가인 6억2000만원보다 3000만원 오른 6억5000만원에 거래가 성사됐다.

강북 지역에서는 강북구(0.13%)가 미아동 신축 위주로, 노원구(0.10%)는 월계·상계동 대단지 위주로 올랐다. 또 중랑구(0.09%)는 묵·중화동 위주로, 성동구(0.08%)는 주거환경 양호한 하왕십리·옥수동 신축 대단지 위주로 상승했다.

앞서 국토부는 지난달 올해 강남4구 전체 정비사업 이주 물량이 작년보다 적다며 전세시장 불안을 일축했다. 하지만,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주 수요를 흡수할 전세 물량이 충분치 않은 상황에서 '전년대비 이주물량 감소'는 의미가 없다고 입을 모았다. 실제 지난달 중순부터 서초구의 아파트 전셋값 상승률은 매주 0.10%포인트씩 확대됐다.

매매의 선행지표 성격을 가지고 있는 전월세시장의 불안감이 가중되면서 무주택 임차인들이 매매로 이동하며 추격 매수하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5월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이 4월 대비 20% 가량 늘어났고 이달 들어서는 기존 매물이 빠르게 소진되는 분위기다.

정성진 어반에셋매니지먼트 대표는 "서울 전셋값은 그동안의 급등 피로감과 계절적 비수기 등 영향으로 대체로 안정세를 보였다"면서도 "반포동 등의 정비사업 이주 수요 등으로 전체적으로 상승 폭이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입주물량 신규 공급 줄어 전세난 지속될 듯


서울 주택 임대차 거래에서 월세가 차지하는 비율도 늘었다. 올해 서울 주택 임대차거래 가운데 월세가 차지하는 비율이 40%를 넘어섰다. 국토부가 내놓은 지난 4월 부동산 거래현황에 따르면 올해 1∼4월 확정일자 신고일을 기준으로 집계한 서울 아파트 임대차거래 중 월세 거래 비율은 40.4%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연간 월세 비율(29.8%)보다 10% 포인트 이상 증가한 수치다.

입주물량 감소부터 임대사업자제도 폐지 등 전세시장을 흔들 수 있는 요소들도 추가되고 있다. 저부가 예상한 올해 입주 물량은 46만 가구이지만, 이 가운데 아파트는 34만 가구에 그친다. 신축 매입 약정과 공공전세주택, 상가, 호텔 등 비주택 공실 리모델링을 통한 3만6000가구도 포함된 물량이다. 입주 물량의 상당수가 다세대·연립 임대주택이다. 새 아파트와 재건축 중심으로 가격이 뛰는 주택시장을 안정시키기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민간 조사업체의 예상 일주물량은 정부와 큰 차이를 보인다. 부동산114가 조사한 올해 입주물량은 3만1000가구에 그친다. 민간 통계는 입주자모집공고를 기준으로 입주가 확정된 물량만 통계로 잡지만, 정부는 인허가를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후분양과 임대까지 포함해 1만 가구 이상 차이가 났다.

또 하나의 변수인 신규 공급 물량은 하반기에 더욱 줄어든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 입주 예정인 서울 아파트는 1만3023가구다. 이는 2019년 하반기(2만3989가구), 2020년 하반기(2만2786가구)와 비교하면 1만 가구 이상 감소한 물량이다.

또 공급 부족에 따른 수급불균형으로 전세 시장의 불안이 갈수록 커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임대차 3법의 본격적인 시행과 사실상 제로금리에 가까운 저금리 장기화와 공시가격 인상에 따른 보유세 부담 강화, 3기 신도시 청약 대기수요 증가 등이 악재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전·월세 가격 상승은 결국 매매가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권대중 명지대 교수는 "임대차보호 3법과 실거주 의무 강화 등 전세난을 부추기는 정부의 정책들이 전셋값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현재 전세난은 매물 부족에 따른 수급불균형에 기인한 것으로 실제 신규 주택 공급까지 일정기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한 만큼 단기적으로 해소하기는 어렵다"고 내다봤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 원장은 "재건축 기대감과 이주 수요 증가에 3기 신도시 청약 대기 수요까지 겹치면서 시장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며 "보유세 강화 등으로 세금 부담이 늘어난 집주인들이 세입자에게 부담을 전가해 전월세 시장 가격이 오르고 덩달아 집값도 상승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양상이 특단이 대책이 없는 한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성신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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