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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케냐·짐바브웨 시동 거는데…한국엔 ‘우주 전담부서’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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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션'의 작가가 달의 도시 아르테미스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다룬 '아르테미스'를 펴냈다. [사진제공=RH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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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유인우주국(CMSA)은 17일 중국 간쑤성 주취안(酒泉) 위성발사센터에서 ‘창정(長征)-2F 야오(遼)-12’ 로켓 발사에 성공했다. ‘우주 굴기’를 선언한 중국이 또다시 우주탐사 역사에 한 획을 그은 것이다.

이번 로켓 발사는 중국이 추진 중인 우주정거장 건설 프로젝트 가운데 하나다. 이 로켓은 ‘선저우(神舟) 12호’를 싣고 있다. 선저우 12호에는 우주인 3명이 탑승하고 있다. 선저우 12호는 우주정거장 핵심모듈인 톈허(天和)와 도킹해 우주인 3명을 우주정거장으로 보낼 계획이다. 이들은 약 3개월 동안 우주에서 과학 실험과 우주선 수리·보수 임무를 진행할 예정이다.



중국·러시아 손잡고 미국 견제



러시아도 중국과 협력해 우주개척을 추진 중이다. 지난 15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는 “두 나라는 2024년에 소행성 탐사를 위해 협력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중국과 러시아는 2030년까지 달 남극에 연구기지를 건설하기 위한 프로그램에도 협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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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우주비행사가 지난 1월 수중 훈련을 진행하던 모습. 이들은 지난 17일 우주로 날아가 약 3개월 동안 우주에서 머무를 예정이다. [사진 신화통신=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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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나라가 손을 잡은 건 우주탐사에 적극적인 미국을 견제하기 위해서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미국 정부는 국제 유인 달 탐사 프로젝트인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다. 인류 최초로 여성 우주인을 달로 보내는 계획이다.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달의 여신’ 이름을 딴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은 2단계다. 1단계는 유인 달 착륙, 2단계는 심우주 탐사기지 구축이 목표다. 한국과 영국·일본·이탈리아·호주·캐나다·룩셈부르크 등이 프로그램에 합류했다.

내년엔 이스라엘우주국(ISA) 소속 우주인이 미국 스페이스X의 드래건 캡슐을 타고 ISS로 날아간다. 이들은 태양전지와 드론, 배터리를 가지고 우주로 올라가 다양한 실험을 진행한다. ▶[View & Review] 초파리·태양전지·드론·배터리…우주는 거대한 과학실험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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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세계 10여개국과 손잡고 우주인을 달로 보내는 아르테미스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사진 미국항공우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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쑥쑥 성장하는 우주산업…2040년 1244조



우주를 두고 각국이 갈수록 치열하게 경합하는 건 글로벌 우주산업 규모가 갈수록 커지고 있어서다. 지난해 3850억 달러(약 430조6000억원)였던 우주산업 규모는 2040년 1조1000억 달러(약 1244조7000억원)까지 증가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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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우주 산업 규모 전망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달 27일 정부는 미국 항공우주국(NASA)과 아르테미스 약정을 체결했다. 미국과 위성항법 시스템을 공동 개발하는 협정에 서명하고, 한국이 개발한 탄도미사일의 사거리(최대 800㎞)를 제한하는 규정을 종료하기도 했다. 우주기술 개발에 협력할 토대가 만들어지고, 우주기술을 개발할 제도적 규제가 사라졌다는 의미다.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부) 장관은 16일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NASA와의 우주탐사 협력은 우주 강국으로 도약하는 디딤돌”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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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별 우주 개발 예산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하지만 과제도 쌓여 있다. 우주산업과 관련한 조직·예산·인력·기술 경쟁력이 주요국 대비 최하위권이기 때문이다.

한국은 우주개발 업무를 과기부 거대 공공정책연구관 산하 부서가 담당한다. 이에 비해 우주 강국인 미국·영국·프랑스·독일·일본·중국·러시아는 하나같이 우주 분야를 전담하는 독립된 행정조직이 있다. 심지어 케냐·짐바브웨 등도 우주 전담 조직을 신설하는 분위기다.

예산 규모도 차원이 다르다. 지난해 우주개발 예산은 7억2000만 달러(약 8200억원)로 국내총생산(GDP)의 0.04% 수준이다. 같은 기간 주요 7개국 평균(101억 달러·약 11조4000억원)과 비교하면 새 발의 피다.

한국 우주개발 담당기관인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의 한해 예산은 4억8000만 달러(약 5400억원)로 미국(215억 달러)의 2% 수준이다. 이웃한 중국(200억 달러)이나 일본(145억9000만 달러)과 비교해도 한참 뒤진다(2019년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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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국 우주 개발 담당 기관의 전문 인력. 그래픽 김영옥 기자





조직·예산·인력, 주요국보다 떨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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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 최고경영자(CEO) 제프 베이조스가 설립한 미국의 우주탐사 기업 블루오리진이 공개한 우주관광 로켓 시연 장면. [사진 블루오리진 유튜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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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 투자를 유도하는 것도 과제다. 17일 비즈니스 인사이더 등 외신에 따르면, 일론 머스크 스페이스X 창업자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힐스버러에 위치한 부동산을 3750만 달러(약 425억원)에 매각하며 “스페이스X로 생명체를 다른 행성으로 보내 미래를 보호하겠다”고 말했다.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는 지난 7일 인스타그램에 “다섯 살 때부터 우주여행을 꿈꿨다”며 “다음 달 20일 동생과 함께 여행을 떠날 것, 가장 위대한 도전을 가장 친한 친구와 함께”라고 적었다. CNN에 따르면 베이조스는 지난 2000년 설립한 민간 우주탐사 기업 ‘블루 오리진’의 첫 유인 캡슐 ‘뉴 셰퍼드’에 탑승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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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국 민간 우주 산업 연구개발 투자 규모. 그래픽 김영옥 기자


한국은 민간 우주개발이 이제 걸음마 단계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국내 민간 우주산업 연구개발(R&D) 투자 규모는 4억 달러(약 4500억원) 수준이다. 미국(264억 달러)이나 프랑스(34억 달러) 등과 비교하면 크게 뒤진다.

김봉만 전국경제인연합회 국제협력실장은 “고부가가치의 선진국형 산업인 우주산업은 폭발적으로 성장할 전망”이라며 “이를 위해서 한국도 NASA와 같은 독립된 우주개발 전담 조직을 신설하고, 예산·인력·협력을 확충하고, 민간기업 참여 확대를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희철 기자 repor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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