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스트 자본주의, ESG'… ESG 철학·동향 및 투자 프로세스 등 한권으로 소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이슈가 봇물처럼 터져나오는 가운데 멀미를 느끼는 이들이 많다. 경영에서 투자에 이르기까지 경제 활동의 전 영역에서 주요 화두로 부상했지만 되레 너무 많은 정보들이 제대로 정제되지 않은 채 쏟아져 나오는 탓에 정작 해당 정보를 활용해야 할 기업과 투자자들이 혼란에 빠진 것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SK브로드밴드, SK커뮤니케이션즈 등 IT(정보기술) 기업 CEO(최고 경영자), 대학 교수, 정책 입안자 등을 지낸 조신 연세대학교 정보대학원 교수가 펴낸 '넥스트 자본주의, ESG'는 기업이나 경영 측 시각이 아니라 ESG 열풍을 실제로 가능하게 한 '투자' 관점에서 이슈를 깊이있게 다루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저자는 ESG를 '자본주의의 진화'로 평가한다. 자본주의 체제에 대한 불만과 불신이 커져가던 중 불거진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해 대기업 경영자와 투자자, 정치인 및 언론 등이 '지금과 같은 자본주의의 지속은 가능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않다'는 점을 깨닫기 시작했다는 게 조 교수의 진단이다.
조 교수는 "다른 이해관계자들의 희생을 바탕으로 하는 이윤 추구는 결코 장기적으로 용납될 수 없으며 가능하지도 않다"며 "지난 수십 년간 단기 실적주의 및 지나친 CEO 보상 체계가 주주와 경영자들의 이익만 챙기는 방향으로 흘러왔다는 것, 그리고 이로 인한 심각한 소득 불평등이 오늘날 자본주의의 위기를 낳았다는 것 역시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통렬히 지적한다.
'기업이 변화하지 않으면 공멸할 수 있다'는 절박한 위기감이 자본주의 진화의 필요성을 이끌어내고 투자자를 비롯한 정치인, 당국의 압박으로 ESG 경영과 ESG 투자가 확산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저자는 산업·기업마다 ESG 리스크의 양상이 달리 나타나는 만큼 자사 및 자기 업종에 특유한 ESG 리스크를 제대로 파악해 전략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조언도 내놓는다. 조 교수는 "ESG 투자를 제대로 하려면 먼저 중요한 ESG 이슈가 무엇인지 파악할 필요가 있다"며 "산업마다 중요한 ESG 이슈는 분명 다른데 온실가스 배출이 전력산업에서는 중요한 이슈이지만 금융산업에서는 그렇지 않다"고 강조한다.
또 "특정 기업이 모든 ESG 이슈를 잘 해결하겠다고 덤벼든다면 ESG 등급은 잘 받을지도 모르지만 그로 인해 발생하는 비용에 비해 실제 수익성 제고 효과는 미미할 것"이라며 "반면 중요한 이슈만을 골라서 집중적으로 대응하는 기업은 좋은 성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이어 "남들이 쉽게 모방할 수 없는 남다른 ESG 활동들을 엮어낼수록 더 많은 사회적 가치와 이윤을 창출할 수 있다"며 "그렇지 않으면 기업들이 서로를 모방하게 되고 결국 모든 기업의 ESG 활동이 유사해진다. 모방과 제로섬 경쟁의 악순환이 벌어지면 ESG 활동을 통해 남들보다 더 많은 가치를 만들어내는 것도 불가능해진다"고 했다. 올해 들어 갑작스레 ESG 이슈가 불거지며 우왕좌왕하는 기업들에 시사하는 부분이 많은 대목이다.
아울러 진화하는 자본주의에 맞춰 스스로 변신하지 못하는 기업이 도태될 수 있다는 경고도 잊지 않는다. 저자는 "기존의 비즈니스 모델에 집착하다가 ESG 트렌드에 적응하지 못하고 도태되는 기업이 속출할 것"이라며 "100여년 동안 혁신적 기술과 마케팅 역량으로 뛰어난 성과를 자랑했던 코닥이 디지털 기술에 의한 파괴적 혁신을 이겨내지 못하고 무너져 버렸던 것을 기억하라"고 했다.
또 "파괴적 혁신에 희생되지 않기 위해서는 기존 사업까지 포기하고 새로운 창업을 하는 각오로 남보다 먼저 혁신을 실행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넥스트 자본주의, ESG / 조신 지음 / 사회평론 / 1만6000원
황국상 기자 gshwang@mt.co.kr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