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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MZ세대 마음 얻지 못한 ESG는 실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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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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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으로 ESG(환경·사회·지배구조)에 대한 열풍과 함께 MZ세대 또한 꾸준한 관심을 받고 있다. MZ세대는 밀레니얼 세대(1981~96년생)와 Z 세대(1997~2010년생)의 통칭으로 이들은 '디지털 세대'라는 공통점이 있다. 전 세계적으로 기업의 ESG규제가 강화되고 있고 우리 정부도 발맞춰 정책도입을 모색하고 있다.

그런데 슬프게도 우리 청년들이 친환경기업이나 제품에 보이는 관심은 상대적으로 크지 않다. 시장의 변화속도보다 ESG의무가 앞설 경우 기업은 창조력과 혁신이 결여된 ESG를 실행하게 되어 사회가 필요로 하는 소셜 임팩트는 감소될 수 있다. 또한 마케팅에만 집중된 MZ세대 공략은 반쪽 짜리 ESG가 될 수 있다. 기업과 정부는 MZ세대와의 공감지수(EQ)를 높여 사회 전반의 ESG를 개선시켜야 한다.

전 세계적으로 주목 받고 있는 MZ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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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이후 대부분의 국가에서 MZ세대가 성인이 되면서 이들의 정치 및 경제적 영향력이 막대해지자 제이슨 도시와 더니스 빌라는 책 '제트코노미(Z-Conomy)'에서 이들을 새로운 글로벌 트렌드세터(trendsetter)로 소개했다.

블룸버그의 조사 또한 MZ세대가 세계 인구의 63.5%를 차지하고 있음을 시사했고, MSCI 보고서는 전 세계의 MZ세대 중 60%가 아시아에 있고, 그 다음이 아프리카(16%), 유럽(8%), 남미(8%)와 북미(7%), 오세아니아(1%)순이라는 분석을 통해 MZ세대의 시장잠재력을 강조했다.

글로벌 시장의 절반을 차지하는 MZ세대의 위세는 소비와 노동 측면에서 주목해 볼 수 있는데, 실제로 ESG시대에 이 두 영역은 매우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왜냐하면 MZ세대는 기업이 표방하는 가치를 보고 구매하는 성향을 보이기 때문이다.

래리 핑크 블랙록 회장은 2019년도 연례서한에서 MZ세대 직원 중 63% 이상은 기업의 주요 목적을 더 이상 이윤창출이 아닌 사회개선으로 인식한다고 언급했다. MZ세대는 기업이 창출하는 경제성과 외에도 사회적 가치와 명분(social cause)을 중요시한다는 의미이다. 아마존 또한 2030년까지 기업이 소모하는 전력 100%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하겠다고 선포했는데, 이 결정의 배경에는 MZ세대 노조원들의 강한 의지가 반영됐음을 밝혔다.

한국의 MZ세대는 왜 친환경 소비에 무관심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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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세대가 이전 세대와 가장 다른 점은 '가치소비'다. 이 현상을 '미닝아웃 (meaning-out; 신념을 표출시키는 소비행위), 가성비가 아닌 가심비(價心費; 가격 대비 마음의 만족을 추구하는 소비행위), 불매운동(boycott)이 아닌 구매운동(buycott)이라고 부른다. 최근에는 적극적인 구매운동의 일환으로 착한 기업의 제품을 사줘서 돈으로 혼내주자는, 일명 '돈쭐(돈+혼쭐)'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위의 신조어들처럼 MZ세대의 가치소비적인 특성이 우리 사회가 하루빨리 ESG를 실천해야 하는 이유이다. 특히, 교육을 통해 사회가 선진화될수록 ESG항목과 직결된 소비성향은 강화되기 때문에 한국과 같이 교육수준이 높고 세련된(sophisticated) 소비자를 둔 시장의 기업과 정부기관은 ESG를 토대로 민첩하고 현명하게 대처해야 한다.

하지만 ESG의 측면에서 국가별 비교연구를 보면, 우리나라의 청년들이 의외의 결과를 보인 부문이 있었다. 맥킨지앤컴퍼니의 2020년도 설문에 따르면 우리나라 청년들은 친환경 제품에 대한 민감도(친환경 제품에 더 비싼 값을 지불할 의사)가 설문 국가들 중 가장 낮았다. 심지어 중국, 인도네시아, 태국, 일본 등을 포함한 조사 국가 중에서 가장 낮은 관심도를 보인 뜻밖의 결과다.

해당 설문에 따르면 한국 MZ세대의 친환경적인 소비성향은 X세대보다는 약 4~5% 증가한 32%이지만, 50%를 웃도는 중국의 MZ세대보다도 낮았다. 반면 동 분석은 한국의 청년들이 제품을 구매하는 데는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고 분석했다. 즉 한국의 MZ세대는 친환경적인 요소가 아닌 브랜드, 가격, 품질에 가장 까다롭다는 의미다.

MZ세대 입장에서 한국 사회를 바라본 적이 있는가


전 세계의 MZ세대와 한국의 MZ세대는 왜 이런 다른 양상을 보일까? 우리의 청년들은 환경을 사랑하지 않아서일까?

우리 기업과 정부가 면밀히 살펴볼 부분이 바로 이 지점이다. 추정컨대 한국의 MZ세대는 먼 미래의 환경문제보다도 당장의 먹거리와 치열한 경쟁, 그리고 복지와 공정을 더 시급한 문제로 느끼는 것이 아닐까. 최근 청년들이 차별과 불공정에 보이는 날 선 시선과 대립각은 한국 사회가 당면한 현재의 문제점이 어디에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이런 현실을 잘 고찰해보면 우리가 당장 실천할 ESG에 대한 실마리를 찾아 볼 수 있을 것이다.

MZ세대의 대학·청년기를 그들의 입장에서 상상해본 적이 있는가? 물론, 그들은 50년대의 한국전쟁이나 60-70년대의 가난과 민주화의 격동, 80-90년대의 산업화와 IMF를 겪진 않았다. 하지만, 이들이 겪은 캠퍼스 풍경은 이전 세대가 경험한 낭만적인 대학시절과도 사뭇 다르다.

평범한 한국의 MZ세대는 치열한 수능을 뚫고 진학한 대학에서 노심초사 경쟁하며 학점 지키기에 급급하다. 방학 중에는 스펙을 쌓기 위해 몰두한다. 이로 인한 개인주의와 혼밥문화 등은 이전 세대의 낭만적인 캠퍼스 생활과는 꽤나 거리가 있다.

사회에 진출해서도 MZ세대의 어려움은 여전하다. 치솟는 부동산 값은 내 집 마련의 꿈을 일찌감치 포기하게 만들었고, 열심히 공부해서 성취한 학벌과 학점이 사회정책에 따라 블라인드 처리되는 경험은 그들에게 충격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기준과 정책이 수시로 바뀌거나 모호해지는 등 이들의 입장에서는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외부환경적 요인에 치이면서 무기력함이 쌓여가는 것이다. 이런 무기력함이 축적되어 한국의 MZ세대는 N포세대로 불리기도 한다.

우리가 다른 국가들과 달리 한국의 MZ에게 집중해야 할 이유는 그들의 독창성과 유별남이 아니다.

한때 90년대생과 MZ세대에 대한 연구분석들이 유행했다. 마케팅적으로 MZ세대를 이슈화하는 것도 이해하지만 우리가 청년들의 이슈에 주목해야 할 본질은 그들의 목소리와 라이프스타일에 우리 사회의 문제가 담겨있기 때문이다. 기업과 정부는 이 점을 꿰뚫어보고 그들의 눈높이에서 공감하면서 풀어가야 한다.

우리 회사가 ESG를 얼마나 잘하고 있는지는 젊은 직원들에게 물어보자


우리는 직장에서 서로 소통하고 있는지, 그리고 일하기 좋은 문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지 진솔하게 물을 시기가 온 것 같다. 직장 내 괴롭힘 방지 제도가 시행된 지 2년이 되어가는 현재, 당신이 속한 조직의 문화는 최근 나아졌는가? 특히, ESG를 선언하거나 목표로 삼고 있는 조직이라면 엄중하게 돌아보길 바란다.

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됐고, 올해는 중대재해 처벌법을 비롯해 근로자의 처우개선을 위한 법안들이 제정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여러 사태들을 보면 여전히 풀어야 할 과제들이 있어 보인다. 조직문화는 내부 구성원과 관련자들이 함께 공감하면서 시작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특히 사회가치를 중시하는 디지털 원주민인 MZ세대에게 조직문화와 직원관리의 문제는 더 큰 파급력으로 조직에게 부메랑처럼 돌아올 것이다. 디지털 매체를 통한 구매 혹은 불매운동은 매우 빠르게 기업의 수익과 생존에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일시적인 보여주기식 대처로는 리스크가 장기화될 수 있다.

그렇다고 업무의 효율과 책임감을 등한시하라는 것은 아니다. MZ세대 또한 시간에 대한 가치와 기업이 추구하는 목적을 중요하게 여긴다. 결국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과 업무방식을 통해 취하는 운영의 방향성은 높은 보수 외에도 경쟁력있는 인재를 유치하는데 필수적인 요소이다.

특히나 앞으로 우리 사회를 이끌 지식산업인 창조산업과 서비스산업은 직원 개인의 역량과 협력이 갈수록 중요해진다. 사회가 선진화되고 산업이 고도화될수록 이런 산업에서 더 활약하게 될 MZ세대의 동기부여, 효과적인 의사소통과 만족도는 그들이 창출해내는 제품 및 서비스 품질과 직결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궁극적으로는 소비자의 만족도 및 재구매·유지기간(retention)과 같이 기업이 꾸준하게 개발해야 할 지속가능성으로 직결되고, 이미 많은 연구들이 이를 입증한다. 디지털과 ESG시대에 특히 MZ세대에게 조직문화와 구매 및 경쟁력은 매우 큰 효과로 귀결될 수 있음을 명심하자.

기업 문화를 바꾸는 것은 어렵고 추상적인 일 같지만, ESG선포와 거창한 경영혁신을 논하기에 앞서 MZ세대와 공감하려는 노력부터 하자. 이것이 말미에는 ESG의 임팩트를 가장 빠르고 효과적으로 달성하는 방법이다. 트렌드세터로 활약하는 MZ세대와 공감지수를 높임으로써 단순 연예인을 통한 브랜드 홍보차원의 마케팅을 넘어 높은 수준의 조직문화와 경쟁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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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연우 법무법인 태평양 전문위원, 국제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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