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68865213 0022021061868865213 09 0902001 column 7.1.3-HOTFIX 2 중앙일보 53204111 false true false false 1623943920000

이슈 윤석열 검찰총장

[이가영의 시선]이준석 현상이 윤석열에게 일러주는 것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공정과 상식은 이제 기본 전제

국민은 ‘패러다임의 전환’ 주문

미래지향적 비전과 행태 보여야

중앙일보

윤석열 전 검찰총장(왼쪽)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연합뉴스·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정치 참여 선언이 얼마 남지 않은 듯하다. 그의 정치는 곧 대권 도전이다. 문재인 정권에 맞서다 ‘공정과 상식’의 아이콘으로 떠오르며 정권에 실망한 국민의 지지를 끌어냈다. 각종 대선 후보 여론조사에서 1~2위를 달리게 되면서 여야 정치권의 윤 전 총장을 향한 공세도 거세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여권의 공격이야 예견된 일이지만, 이준석 대표 선출 이후 국민의힘 등 보수 정치권의 견제도 상당하다. 이 대표는 연일 윤 총장을 겨냥해 “이미 입당했어야 하는데 지금도 늦었다. 속히 입당해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으라”는 취지의 발언을 쏟아낸다. 국민의힘 대선 주자인 유승민 전 의원은 “간보기 제발 그만하고 링에 오르라”고, 하태경 의원은 “안철수의 전철을 밟지 말라”고 펀치를 날리고 있다. 이에 윤 전 총장은 17일 대변인을 통해 “여야의 협공에는 일절 대응하지 않겠다. 국민이 가리키는 대로 큰 정치를 하겠다”며 “내 갈 길만 가고 내 할 일만 하겠다”고 응수했다. 민주당의 비판과 국민의힘의 압박을 ‘협공’으로 치부하고, 우선은 국민 속에서 자신의 길을 찾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지금 당장 윤 전 총장이 기존 정치권과 거리를 두는 것에 대해선 찬반 양론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최근 국민의힘 전당대회 과정에서 드러난 민심과 시대 정신을 윤 전 총장이 간과해선 안된다. 그가 말하는 ‘국민이 가리키는 큰 정치’의 단초가 녹아있기 때문이다.

윤 전 총장의 부상은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한 민주화 세력의 무능과 ‘내로남불’에 대한 국민적 반감에서 출발했다. 지지자들은 윤 전 총장을 공정을 부르짖으며 반칙과 특권을 일삼는 진보 진영으로부터 정의를 수호할 인물로 보고 있다. 이명박ㆍ박근혜 전 대통령 등 과거 권력뿐 아니라 서슬퍼런 현재의 권력에도 칼끝을 겨누는 그의 모습에서 희망을 봤다. 너무나 당연한 가치로 여겨졌지만 집권세력이 철저히 깔아뭉갠 공정과 정의, 상식을 바로 세울 인물로 윤 총장을 ‘픽’한 거다.

그런 윤 전 총장이 이준석 대표의 당선에서 살펴야 할 대목은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인 공정·정의·상식이 이제 더이상 윤 전 총장 혼자 독점 혹은 독식할 수 있는 가치가 아니게 돼버렸다는 점이다. 이 대표 역시 윤 전 총장과는 결이 다르긴 하지만 ‘공정’을 얘기했고, 국민은 이에 호응했다. 공정과 정의에 목말라 있던 국민이 이제는 이것들을 기본 전제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 대표는 여기서 나아가 정치권의 역동적 변화를 희망하는 국민의 기대를 소화해 냈다. 비록 구체적 정책을 제시하진 못했지만 여의도식 정치 문법에 질린 국민은 이 대표의 신선함을 선택함으로써 기존 정치 질서의 해체를 주문했다. 정치권에 패러다임의 전환을 요구한 거다.

이 대표의 당선은 정권 교체를 원하는 이들에게 희망과 기대를 안겨주고 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유력 대선 주자로 여겨져온 윤 전 총장에겐 도전적 상황으로 다가왔다. 경선 기간 내내 이 대표는 정치적 유ㆍ불리를 생각하기 보다는 어떤 현안에서든 자신의 입장을 분명히 밝혀 기성 정치인과 차별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자동차 대신 백팩을 매고, 따로 선거 조직과 캠프를 두지 않는 3무 운동으로 기존의 경선 공식을 완전히 무너뜨렸다.

윤 전 총장은 이런 이 대표의 손을 들어준 민심에 주목해야 한다. 윤 전 총장은 산업화세력이 떠난 자리를 메운 민주화세력 역시 기득권 세력에 불과하다는 현실을 국민에게 보여주는, 큰 역할을 했다. 또 국민이 보수와 진보의 이념 경쟁이 판치는 정치권을 더이상 용납할 수 없다고 판단하는 길을 열어줬다. 그러나 여기까지다. 국민이 바라는 모습을 보여주진 못하고 있다. 공정·상식·정의가 기본 전제가 된 상황에서 우리 사회를 어떻게 바꿀지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지 못했다. 대선 출마선언을 하지 않은 만큼 절제된 행보를 보이려 노력하는 것을 이해할 수 있지만, 자칫 '부자 몸조심’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이 대표가 윤 전 총장과 각을 세우는 모습이 이어지면 윤 전 총장이 상대적으로 구시대 인물로 비칠 수도 있다. 아직은 큰 변화가 없는 민주당이 조국과 열성 지지자들의 늪에서 빠져나와 윤 전 총장이 선점한 공정과 상식의 가치를 인정하고 대대적인 쇄신을 꾀한다면 윤 전 총장이 지금껏 구축한 이미지가 퇴색될 가능성도 크다.

윤 전 총장이 미래를 여는 발판을 마련한 인물에 머물지, 그 미래를 담당할 인물로 받아들여질지는 국민이 주문한 새로운 정치에 대한 비전을 어떻게 제시하느냐에 달려 있다. 이준석 대표의 당선에서 그 단초를 찾을 수 있다. 논설위원

중앙일보

이가영 논설위원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