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는 처음으로 아스트라제네카(AZ)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맞은 후 ‘혈소판 감소성 혈전증’(TTS) 진단을 받고 사망한 사례가 나오면서 같은 방식인 AZ와 얀센 백신의 접종 연령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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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아스트라제네카(AZ)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맞은 후 ‘혈소판 감소성 혈전증’(TTS) 진단을 받고 사망한 사례가 처음으로 확인되면서 바이러스 벡터 백신인 AZ와 얀센 백신의 접종 연령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코로나19예방접종대응추진단(추진단)은 16일 잔여 백신 예약을 통해 AZ 백신을 접종한 30대 초반 남성이 TTS 판정을 받은 후 사망했다고 밝혔다. 이 남성은 평소 앓던 기저질환은 없었다고 한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발생한 백신 접종 부작용에 의한 사망 사례다.
유럽의약품청(EMA)과 우리나라는 TTS를 AZ 백신의 이상 반응으로 인정하고 있다. 일반 혈전증과 달리 혈소판 감소를 동반한 뇌정맥동혈전증, 내장정맥혈전증 등으로 나타난다. 예방 접종 후 4일에서 28일 내 발생할 수 있다. 일반 혈전증은 혈액 흐름이 정체돼 생기지만 TTS는 백신과 연관된 자가면역 질환으로 추정된다. 백신 접종으로 인한 자세한 발생 기전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EMA는 지난 4월 TTS를 AZ 백신의 희귀 부작용 사례로 분류했으나 백신 접종으로 인한 이득이 부작용 발생 위험보다 크다며 접종을 권고했다. AZ 백신 연령 기준은 나라마다 다르다. 영국은 30세 미만은 다른 백신을 권고했고 프랑스는 55세 미만은 사용 중단했다. 스페인의 경우 60~64세에만 접종을 허용한다.
'혈전' 발생 논란으로 한동안 접종이 보류·연기됐던 아스트라제네카(AZ)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재개된 지난 4월 12일 서울 중랑구보건소에서 의료진이 백신 접종 준비를 하고 있다.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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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TS로 인한 첫 사망 사례가 발생하며 우리나라에서도 AZ와 얀센 백신의 접종 연령을 더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김윤 서울대의대 의료관리학 교수는 “우리나라는 AZ와 얀센 외에 화이자, 모더나, 노바백스 등 백신을 이미 확보한 만큼 40대 이하에게는 다른 백신을 접종하도록 하고 AZ와 얀센은 50대 이상이 맞을 수 있도록 접종 연령을 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AZ와 얀센 백신은 바이러스 전달체를 이용한 백신으로 독일 프랑크푸르트 괴테대 등이 참여한 연구진은 최근 이러한 종류의 백신을 접종한 사람 가운데 극히 일부에서 돌연변이 단백질 조각이 만들어져 혈전증을 유발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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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전증 위험 여성이 높다?…“아직 데이터 부족”
해외에서는 이러한 백신을 여성이 접종했을 때 희귀 혈전증 발생 가능성이 남성보다 더 높다는 주장도 있다. 얀센 백신 사용을 허가한 미국에서는 나이 제한은 없으나 50세 미만 여성에게서 희귀 혈전증 발생 가능성이 있다는 경고 문구를 붙였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지난달 31일 코로나19 중앙방역대책본부 정례브리핑에서 “현재 미국에서 얀센 백신을 1000만건 정도 접종했다”며 “얀센 백신 접종 후에 혈소판 감소성 혈전증 관련 보고가 있었는데 대부분 남성보다는 여성이 많고, 50대 이하 여성에서 발생이 좀 더 많다고 보고됐다”고 설명했다.
얀센 백신 사용을 허가한 미국에서는 나이 제한은 없으나 50세 미만 여성에게서 희귀 혈전증 발생 가능성이 있다는 경고 문구를 붙였다. 사진은 글로벌 제약사 존슨앤드존슨-얀센의 코로나19 백신의 일러스트. 로이터 자료사진,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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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우리나라에서 보고된 TTS 사례는 아직 남성 사례만 있다. 방역 당국이 현재까지 파악한 2건의 사례 모두 30대 남성이었다. 정재훈 가천대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과학적으로 여성에게 더 위험성이 높다는 데이터가 있지만, 유럽과 미국에서도 성별, 연령, 나이마다 차이 날 수 있다”며 “우리나라는 아직 발생률이 낮아 어느 조건에서 발생률이 높은지 더 지켜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윤 교수도 “여성에게 발생 가능성 높은지 경향성 파악하기엔 자료가 아직 부족하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전문가로 이뤄진 자문단은 코로나19 확진자가 하루에 600명씩 나오고 백신 효과가 6개월간 지속한다고 가정할 경우 30대 이상에서도 백신 접종 이득이 혈전 부작용 위험을 상회한다고 평가한 바 있다. 그러나 접종자에게 TTS 의심증상이 있다면 즉시 의료기관을 찾아 진료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방역당국은 접종 연령 조정에 대해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정 청장은 17일 브리핑에서 "접종 가능한 연령대 관련해서는 코로나19 유행 상황과 부작용 발생 빈도 등을 참조하고 있다"라며 "예방접종 효과까지 종합적으로 분석해서 위험과 이득, 전반적인 (백신)수급 상황을 고려해 전문가 자문을 받고, 예방접종전문위원회의 심의를 거쳐서 계속 업데이트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의 부작용 발생 상황 등을 고려해 지속적으로 검토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추진단에 따르면 접종 후 4주 내 호흡곤란, 흉통, 복부 통증 지속, 다리 부기 등이 나타나면 TTS를 의심할 수 있고 접종 후 두통이 이틀 이상 이어지거나 진통제로도 조절되지 않을 경우, 시야가 흐려지거나 갑자기 기운이 떨어지는 경우, 접종 부위가 아닌 곳에 멍이나 출혈이 생긴 경우도 병원을 찾아 의사에게 검사를 받아야 한다.
이태윤 기자 lee.tae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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