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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욱 앵커의 시선] 정치는 성적순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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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설주의보' '북어' 같은, 최승호 시인의 시는, 수능 모의고사에 단골로 출제되곤 합니다. 그래서 시인이 풀어봤습니다. 빵점, 하나도 못 맞혔습니다. 그는 "작가 의도를 묻는 문제를 진짜 작가가 모르면 누가 아는 건지 참 미스터리"라고 했지요. 그러면서 시험이라는 것의 허망함을 이렇게 말했습니다.

"살과 피 같은, 시의 멋과 맛은 음미하지 않고, 주제니 뭐니 논하고 묻는 것은, 가르침이 아니라 가래침입니다"

교단에 섰던 시인도, 시험 구실 못하는 시험을 시로 썼습니다.

"모두가 공부 열심히 하라는 말 외에는, 하지 말라는 것뿐이다. 아이들이 그것을 배워서, 시험에 꼭 나올 부분만 공부하잔다"

그런데 어느 사이 나도 그렇게 공부를 시키고 있더라고 했습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내년 지방선거부터 '공천 자격시험'을 치르게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자료해석, 독해, 표현력, 컴퓨터 활용능력을 측정하는 과목별 커트라인을 다 넘겨야 공천을 해주겠다는 겁니다. 자질 논란이 끊이지 않는 지방의원들부터 적용한 뒤 전면 확대하겠다는 뜻인 듯합니다.

'기원전 공천' 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기준도, 원칙도 없고 전횡만 있다'는 비아냥입니다. '가방 들고 따라다니다 얻는다'고 해서 '가방수발 공천' 이라는 말도 있습니다. 그렇듯 계파와 인연과 충성도에 좌우되는 공천을, 이 대표는 자격시험으로 깨부수고 공정경쟁을 구현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정치인이 갖춰야 할 자질과 능력, 성품과 열정을 시험점수로 가려낼 수 있을까요. 시험 잘 보는 사람이면 정치를 잘할까요. '시험이 가장 공정하다'고 믿는 이 대표를 보며, 그가 서울과학고와 하버드대를 거치며 걸어온 엘리트 코스를, 어쩔 수 없이 떠올리게 됩니다. 보수 정당이 다시 살아나려면 반드시 벗어던져야 할 이미지, 엘리트주의하고도 겹쳐 보입니다. 그동안 시험 잘 보는 분들이 꼭 정치를 잘했는지도 돌아보면 고개를 끄덕이기 어렵습니다.

이 대표도 이런 한계와 문제점들을 모르진 않는 듯 합니다. 스스로도 '거친 발상' 이라고 했습니다.

"변화에 대한 이 거친 생각들. 그걸 바라보는 전통적 당원들의 불안한 눈빛. 그리고 그걸 지켜보는 국민들…"

국민의 눈빛은 늘,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것을 원합니다. 숲속에서는 나무만 볼뿐 숲을 못 보는 법입니다. 공정경쟁을 구현할 길을 찾으려면 지금 갇혀 있는 생각의 숲에서부터 벗어나야 합니다.

6월 16일 앵커의 시선은 '정치는 성적순이 아닙니다' 였습니다.

신동욱 기자(tjmicma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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