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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0 (금)

친문 겨냥 “민심과 유리 안돼”…송영길, 강성 당원들과 거리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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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길 교섭단체 대표연설

“조국의 시간, 국민의 시간으로 전환”

일부 당원들 반발에 분명한 선긋기

‘당 중심 당청관계 재정립’ 거듭 강조

‘이준석 돌풍’에 맞서 정책 승부수

당 안팎 “반전카드로는 미흡” 평가

野선 “각론 없는 뜬구름 잡기” 혹평

세계일보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가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취임 후 첫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남정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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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초 취임 이후 숨 가쁜 ‘반성 행보’를 이어온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는 16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선 취임 이후 성과를 자평하며 당내 강성 지지층과 ‘밀당’(밀고 당기기)에 나섰다. 그간 송 대표가 4·7 재보궐선거 참패 이후 어수선한 당을 수습하는 ‘리빌딩’에 주력했다면, 이번 연설에서는 당 대표로서 당에 대한 그립(장악력)을 강화하고 대선 정국을 이끌어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송 대표는 이날 연설에서 친문(친문재인) 중심의 강성 당원에 휘둘리지 않겠다는 속내를 내비쳤다. 송 대표는 “특정 세력에 주눅 들거나 자기 검열에 빠지는 순간 민주당은 민심과 유리되기 시작하는 것”이라며 재보선 이후 문자폭탄을 고리로 재조명된 강성 당원의 당심 과다 대표 문제를 지적했다.

송 대표가 “조국의 시간을 국민의 시간으로 전환시켰다”고 긍정적으로 자평한 것 또한 강성 당원의 반발에 선을 그은 것으로 읽힌다. 이달 초 송 대표가 이른바 ‘조국 사태’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하자, 강성 친문계에서는 “당이 사과할 부분이 아니다”라며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일부 당원들은 ‘송영길 탄핵’ 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다만 송 대표는 강성 지지층이 바라는 검찰·언론개혁 추진 의지를 드러내면서 당심에 노크하기도 했다. 송 대표는 ‘검찰 옴부즈맨 도입’을 예고하고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추진 의지를 밝혔다. 언론개혁과 관련해서도 “언론들이 정론경쟁이 아닌 클릭경쟁에만 매몰돼 사회적 책임이 방기되고 국민과는 멀어졌다”며 강한 수위의 비판을 쏟아냈다.

송 대표는 기존 정부 기조와 충돌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는 자신의 정책적 신념도 밀어붙였다. 앞서 천명한 당 중심의 당청관계 재정립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 국정 운영을 책임지는 여당 대표로서의 소신을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송 대표가 연설에서 언급한 북핵 해결을 전제로 소형모듈 원자로(SMR)를 통한 북한 전력 공급 지원 필요성, 핵융합발전 상용화 목표 ‘한국형 인공태양 프로젝트’, 원자력과 재생에너지를 포괄하는 에너지 믹스 정책 등은 정부의 탈원전 기조에 어긋난다는 평가가 나온다. 송 대표는 취임 전부터 꾸준히 친(親)원전 주장을 이어왔다. 지난 2월 펴낸 저서 ‘둥근 것이 강한 것을 이긴다’에서도 “원자력 기술을 발전시켜야 한다”고, 지난해 페이스북에는 “신한울 3,4호기 원전 건설을 재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연설에서 ‘이준석 돌풍’을 의식해 내놓은 청년 정책으로는 ‘청년특임장관 신설’ 제안이 꼽힌다. 송 대표는 지금을 “청년 재난의 시대”라고 규정하며 장기적·종합적 청년 대책을 전담하는 보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송 대표가 연설에서 ‘청년’이라는 표현만 21번 사용한 것 또한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청와대는 집권여당 대표가 제안한 만큼 논의는 있을 것이라면서도 공식 입장을 내지는 않았다.

다만 당 안팎에선 “판을 뒤집을 ‘반전 카드’라고 보기엔 평이한 대책”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앞서 정치권에서는 민주당이 최근 국민의힘과 쇄신 경쟁에서 수세에 몰리고 있는 만큼, 송 대표가 연설에서 획기적인 청년 맞춤형 대책을 내놓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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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무위원들이 16일 국회 본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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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설에 대한 당내 총평은 엇갈렸다. 한 초선 의원은 통화에서 “거시적인 어젠다 제시보단 당장 처리가 시급한 주요 현안을 중심으로 디테일하게 말했던 점이 기존 대표연설과 다르게 느껴졌다”며 “송 대표의 실용주의적인 측면이 잘 드러난 연설”이라고 긍정 평가했다.

양이원영 의원은 SMR 제안에 대해 “탄소중립이라는 옳은 방향에 닿기 위한 해결책의 초점이 잘못됐다”고 정면 비판했다. 양이 의원은 연설이 끝난 뒤 기자회견을 열고 “SMR를 통한 북한 전력공급은 과거 김영삼정부 당시 시작했던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 경수로 지원사업과 같이 핵확산 논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대안으로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야권은 혹평을 쏟아냈다. 국민의힘 전주혜 원내대변인은 논평에서 “의지는 있으나 변화해야 할 방향을 여전히 제대로 짚어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국민들은 큰 기대를 가지기 어려울 것 같다”며 “이번 연설은 총론만 있고, 각론 제시는 없는 뜬구름 잡는 연설이었다”고 지적했다. 국민의당 안혜진 대변인은 “악어의 눈물로 포장한 정치적 연설문”이라고, 정의당 이동영 수석대변인은 “실체적 과정과 목표를 제시하지 않은 채 앞으로만 가겠다는 것”이라며 “한마디로 ‘브레이크 밟고 전진 기어 넣는 격’”이라고 평가했다.

이동수 기자 d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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