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단에 인사하는 법 모르냐”며 상품권 상납 강요
“누님 먹을 빵, 배송 보내라” 요구도 이어져
“센터장 채용공고 때 명시 없다가 계약직 채용” 주장도
재단 측, “정규직 전환 안 시켜주자 갑질 폭로” 반박
16일 오전 서울 강남구 역삼동 불교총지종 총지사 앞에서 전국돌봄노동조합 등이 총지종 사회복지재단의 산하 키움센터 노동자에 대한 '갑질'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연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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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신주희 기자] 불교 종단 중 하나인 총지종의 사회복지재단이 위탁 운영 중인 키움센터 직원에게서 수십만원 상당의 백화점 상품권을 상납받는 등 ‘갑질’이 있었다는 폭로가 나왔다.
전국돌봄노동조합은 16일 오전 10시 강남구 불교총지종 총지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수탁기관인 재단의 갑질을 고발했다. 아이돌봄센터인 키움센터는 구별로 사회복지재단, 비영리법인 등 민간에 위탁해 운영되고 있으며, 해당 키움센터는 서울 강남구청에서 총지종 재단에 위탁 운영을 맡긴 곳이다.
해당 센터에서 비정규직 센터장으로 일하고 있는 A씨는 지난해 9월 추석 무렵, 재단 내 수탁 사업을 담당하는 B과장으로부터 명절 인사로 백화점 상품권을 준비하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B씨는 A씨에게 “그동안 센터장하면서 (재단에)인사하는 것은 안 배웠냐”며 재단의 수탁기관 중 하나인 어린이집 원장에게 물어보라고 했다. 이에 원장 C씨는 “보통 신세계 상품권을 드리며, 과장님, 이사님, 총무원장님 이렇게 봉투 3개를 준비해야 한다”고 했다.
다음 날 B씨는 카카오톡으로 A씨에게 “선물은 생각해봤느냐”며 “D백화점 상품권 보다 E백화점이 편하면 E로 (구매)하세요”라며 구체적으로 상품권 상납을 요구했다. 그러면서 “카카오톡(메시지를) 지우세요, 휴대폰을 버리던가”라며 상품권은 카드가 아닌 현금으로 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결국 A씨는 백화점 상품권 70만원을 구입한 뒤, 봉투 3개로 나눠담아 B씨에게 건넸다.
올 설에도 B과장은 같은 방식의 상납을 요구, 재단이 수탁하고 있는 기관의 센터장들은 법인 인사비용이라며 각 시설 당 20만원 정도씩을 모아 상품권, 화분, 과일을 구매해 B씨에게 전달했다.
B씨의 부당한 요구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본인 누나가 맛있다고 한 팥빵을 택배로 주문하라고 요구해 A씨는 일면식도 없는 B씨의 누나에게 3만5000원 상당의 빵을 보내는 일도 있었다.
A씨는 총지종 사회복지재단이 키움센터 센터장 채용공고에는 계약직이라고 명시하지 않고 A씨를 계약직으로 채용했다고도 주장했다.
재단 측이 1년 계약직으로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자 A씨는 “채용공고 내용과 다르다”고 항의했지만 재단 측은 “다른 수탁기관도 다 그렇게 한다”며 정규직 채용을 거부해왔다.
총지종 재단은 갑질 논란과 관련, “A씨가 정규직으로 전환되기 위해서 이러는 것”이라며 반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돌봄노조 측은 재단 차원의 공식적인 사과와 상납 받은 금품에 대한 전액반환, A씨에 대한 정규직 전환, 금품상납 행위를 포함한 갑질 행위에 대한 즉각 중단과 재발방지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joo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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