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EU 상임의장·집행위원장과 정상회담
무역·기술위, 인공지능·퀀텀 컴퓨팅 표준 조율
G7, 나토 이어 EU 공동성명도 '중국' 거론할 듯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5일 샤를 미셸 유럽연합 상임의장과 우르줄라 폰데라이엔 EU 집행위원장과 정상회담을 하기 위해 만났다.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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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유럽연합(EU)이 중국의 기술 굴기를 견제하기 위한 합동 무역 및 기술 위원회를 신설하기로 15일(현지시간) 합의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취임 후 첫 미·EU 정상회담에서 양측은 중국의 불공한 경제 관행을 논의하고, 이에 대한 우려를 공동성명에 담아 발표할 예정이다.
이로써 바이든 대통령은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와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에 이어 EU 정상회담까지, 유럽 순방 모든 일정에서 동맹이 중국의 부상을 경계하도록 설득하는 외교 성과를 거뒀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벨기에 브뤼셀 EU 본부에서 샤를 미셸 EU 상임의장과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과 정상회담을 열고 '미국·EU 무역 기술 위원회(TTC)'를 설치하기로 합의했다고 백악관이 밝혔다.
이 위원회는 인공지능, 퀀텀 컴퓨팅, 바이오기술 같은 신기술 표준에 관한 중요 정책을 조율하고, 공급망 회복력을 강화하는 방안과 투자 심의 및 수출 통제 등을 논의하게 된다.
기술 플랫폼 규제와 경쟁 정책, 세계무역기구(WTO) 개혁에 관한 의견도 이 위원회를 통해 나누게 된다.
백악관은 이 위원회가 "21세기 경제 통행 규칙을 쓰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측에서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지나 라이먼도 상무장관, 캐서린 타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공동 의장을 맡는다.
미 행정부 고위 당국자는 전날 화상 브리핑에서 "미국과 유럽은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세계 경제 기초를 다졌고, 이제는 다음 세대, 특히 경제 분야와 최신 기술 분야에서 통행 규칙을 만들기 위해 협력해야 한다는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이 당국자는 "중국이 두 분야에서 모두 중대한 도전을 제기하고 있다는 사실을 고려해야 한다"면서 "중국의 비시장적 관행과 경제 남용, 21세기 기술의 통행 규칙을 만드는 노력은 이 위원회의 중요한 임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같은 생각을 가진 민주주의 동반자 국가 및 동맹과 긴밀히 협조하고 공통적인 접근 방식을 개발함으로써 중국과 경쟁을 관리하겠다는 바이든 대통령의 근본 전략과 맞아떨어진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동맹을 규합해 중국을 견제하고, 미·중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겠다는 대중 전략을 구상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5일 샤를 미셸 유럽연합 상임의장과 우르줄라 폰데라이엔 EU 집행위원장과 정상회담을 하기 위해 만났다.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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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미국과 EU는 지난 17년간 통상 갈등 최대 쟁점이었던 항공기 보조금 분쟁을 끝내기로 합의했다.
타이 USTR 대표는 이날 화상 브리핑에서 "양측이 5년간 관세 부과를 유예하는 데 합의했다"면서 "관세는 합의 조건이 유지되는 한 유예 상태로 있게 된다"고 말했다.
2004년 이후 양측은 상대 정부가 자국 항공기 제조업체에 불법 보조금을 지급한다고 주장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행정부는 EU가 에어버스에 불법 보조금을 줬다며 2019년 75억 달러 규모 EU 제품에 관세를 부과했다. EU도 40억 달러 규모 미국산 제품에 보복 관세를 매겼다. 양측은 지난 3월 이후 관세 부과를 유예한 상태다.
타이 대표는 "오늘 발표는 미국과 EU 관계에서 오랫동안 거슬렸던 통상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라면서 "가장 가까운 동맹 가운데 하나와 싸우는 대신, 우리는 마침내 공동의 위협에 맞서 단합하게 됐다"고 말했다. 공동의 위협은 중국을 지칭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도 정상회담 시작 전 "이번 회동은 항공기에 관한 돌파구와 함께 시작됐다"면서 "이것은 우리 관계에 새로운 장을 여는 것이다. 17년 분쟁 끝에 항공기 소송에서 협력으로 이동하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촉발한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른 철강·알루미늄 관세 전쟁은 이번 회의를 통해 해결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가안보 이익을 침해했다는 이유로 EU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각각 25%, 10% 관세를 부과했고, 이에 맞서 EU는 미국산 철강과 땅콩버터, 위스키, 모터사이틀, 청바지 등에 관세를 매긴 게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미 행정부 고위 당국자는 "양측이 근본적인 생산과잉 문제를 논의하고 해법을 찾기 위한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EU가 관세 인상을 6개월 유예하기로 했다"면서 "협상과 논의가 계속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 양측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과 기후변화 문제를 논의한다. 또 민주주의 옹호와 투명성 지지, 부패 척결, 강제 노동 종식, 모든 사람에 대한 인권 보호 등을 약속할 것이라고 백악관은 전했다.
양측은 정상회담 직후 공동 성명을 발표할 예정이다. 고위 당국자는 "미·EU 정상회담 성명에 중국이 언급될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hypark@joongang.co.kr, 김홍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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