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미국 조지아주 디케이터시의 한 주유소에서 한 시민이 차량에 기름을 넣고 있다.[EPA=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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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의 고공행진이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세계 경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충격에서 벗어나며 수요가 늘어나고 있지만 화석에너지 투자가 줄면서 생산을 적극적으로 늘릴 수 없어서다. 새로운 복병까지 등장했다. 친환경 에너지를 강조하는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의 에너지 정책이 유가 상승에 기름을 붓고 있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70달러대에 안착한 국제유가가 앞으로도 계속 오를 가능성이 있다”며 “월가 투자자들의 관심이 친환경 에너지에 쏠릴수록 오히려 유가 상승을 부채질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국제 유가 변화.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
14일(현지시간) 서부텍사스유(WTI) 가격은 전날보다 0.04% 떨어진 배럴당 70.88달러에 거래를 마쳤지만, 장중엔 71.78달러까지 올랐다. 2018년 10월 이후 최고치다. 브렌트유와 두바이유도 이날 종가 기준으로 각각 72.86달러와 70.78달러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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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친환경 투자에 석유에서 돈 뺀 월가
지난 2016년 미국 로드아일랜드주 블록섬 인근 해안에 있는 풍력발전 터빈의 모습.[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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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분야의 투자 자금 흐름은 크게 달라지고 있다. 미국 정부가 친환경 에너지를 강조하고 나서면서다. 지난 3월 내놓은 2조 2500억 달러 규모의 인프라 투자 계획엔 전기차 보조금, 친환경 에너지 제조, 기후기술 분야에만 2550억 달러를 투입하는 내용이 담겼다.
WSJ은 “최근 투자자들은 풍력과 태양광, 기타 재생에너지에 수조 달러의 자금을 붓고 있다”고 전했다. 월가가 그린 에너지에 베팅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2018년 영국 런던에 있는 석유 기업 로열 더치 셸의 주유소 간판.[AF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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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석유 등 화석에너지 투자는 급감하고 있다. 리서치 회사인 우드 매켄지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의 석유 채굴 비용은 3300억 달러(약 369조원)로 2014년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엑손모빌과 셰브런, 로열 더치 셸 등 글로벌 석유 시추 기업들의 외부 투자 유치도 어려워졌다. 김소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오일 메이저 회사들은 투자자로부터 부채를 줄이는 동시에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거나 신재생에너지 산업으로의 다각화를 요구받고 있다”며 “이로 인해 이들의 투자 재원이 줄어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유가의 급등세를 진정시키는 역할을 담당했던 셰일업계도 지난해 유가 하락으로 많은 업체가 도산위기를 겪으며 과거처럼 생산 확대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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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 수요 여전…IEA “2026년까지 증가”
지난 2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그에서 개최된 한 경제 포럼에서 항공사 직원들이 마스크를 쓴 채 행사에 참여하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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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늘어나는 수요다. 백신 접종이 본격화하며 해외여행이 늘면 당장 항공기 운항 수요가 증가할 전망이다. 항공유는 친환경 에너지로 대체할 수 없는 분야다. 자동차와 항공기 등 운송용 석유 외에도 플라스틱과 섬유 등에 쓰이는 각종 석유 화학 제품 수요도 향후 10년간 높은 증가율을 보일 전망이다.
JP모건은 석유 업계가 2030년까지 수요를 맞추기 위해선 6000억 달러(약 671조 원)의 투자를 더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도 최근 “석유 수요는 적어도 2026년까지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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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에 배럴당 100달러 갈 수도”
지난 5월 미국 메릴랜드주 애나폴리스의 한 주유소에 전시된 휘발유 가격표.[AF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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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유 공급과 수급의 미스매치는 결국 가격 급등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원자재 전문투자회사 게링앤로젠츠와이그를 운영하는 리 게링은 “석유 소비가 생산 범위를 초과함에 따라 가격이 치솟을 수 있다”며 “석유 위기가 올 수 있다”고 말했다.
WSJ은 “2022년 이후에도 석유 수요가 꾸준하게 늘어난다면 화석 에너지 투자를 줄인 에너지 업계가 이에 대응할 수 없을 것”이라며 “일부 선물 투자자들은 내년 말 국제유가가 100달러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했다.
이런 우려가 기우일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WSJ은 “코로나19 여파 속 메이저 석유업체들이 상당량의 석유를 시장에 풀지 않았다고 보는 전문가도 있다”며 “유가가 오르면 석유업체들이 생산 확대를 유도할 수 있는 만큼 가격 급등 폭이 생각보다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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