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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순식간에 2억원 허공에”…‘잡코인’ 투자자의 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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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업비트의 원화 지원 중단 대상이 된 ‘퀴즈톡’ 시세 차트. [업비트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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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 “접수된 피해 사례만 500건이 넘습니다. 한 투자자는 하루 만에 2억원 손해를 봤습니다. 몇 천만원에서 1억원씩 손해 본 투자자도 상당수입니다. 거래소의 일방적인 조치로 투자자 피해가 극심합니다.”(이근우 퀴즈톡 부대표)

국내 가상자산(암호화폐) 1위 거래소 업비트가 5개 암호화폐를 원화마켓에서 제거한다고 밝히면서, 투자자들이 아우성치고 있다. 폭락했던 가격이 다소 반등하고 있지만 이전 가격 회복은 쉽지 않아 보인다. 지원 중단이 결정된 암호화폐업체들은 업비트의 일방적인 조치에 불만을 표하고 있다. 일부 업체는 법적 대응까지 검토하고 나섰다.

지난 11일 업비트는 5개 암호화폐를 원화마켓에서 없애고, 20개가 넘는 코인을 ‘유의 종목’으로 지정한다고 밝혔다. 원화 거래가 중단되는 암호화폐는 ▷마로(MARO) ▷페이코인(PCI) ▷옵저버(OBSR) ▷솔브케어(SOLVE) ▷퀴즈톡(QTCON) 등이다. 5개 코인은 오는 18일 정오를 기해 원화마켓 지원이 중단된다. 업비트는 “원화마켓 페어 유지를 위한 내부 기준 미달”이라고 설명했다.

투자자 비명에 코인업체 진땀…“법적 대응 검토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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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용택 다날핀테크(페이코인 운영사) 대표. [다날핀테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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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자들의 비명에 암호화폐업체 또한 진화·대응에 나섰다. 황용택 다날핀테크(페이코인 운영사) 대표는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업비트 한 곳만 보고 사업하는건 아니다. 기존 사업을 진행하며 대형 거래소 추가 상장, 업비트 원화마켓 재상장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업비트 악재에도 결제 서비스를 포함한 기존 사업 진행에는 문제가 없다는 의미다.

페이코인은 종합 결제 서비스 다날의 자회사인 다날핀테크가 운영하는 암호화폐다. 실제 오프라인에서 페이코인을 통한 결제 서비스를 지원해, 암호화폐 중에서도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편이다. 페이코인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한 결제 서비스 이용자는 150만명이 넘는다. CU·세븐일레븐을 포함한 4대 편의점, 도미노피자·BBQ 등 프랜차이즈, 교보문고와 CGV 등 가맹점도 7만곳에 달한다. 이달 중 비트코인과 페이코인을 스와프·연동한 결제 서비스도 개시할 예정이다.

황 대표는 “업비트의 비트코인 마켓과 다른 국내외 거래소에서 매매가 가능하고 결제 서비스도 지장없다”며 “개당 400원까지 폭락했던 시세가 800~900원까지 회복하는 등 시장은 페이코인에 대한 신뢰를 보여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페이코인은 업비트의 원화거래 지원 중단 발표 직전 개당 1200~1400원에 거래됐다. 현재 페이코인은 코인원, 후오비 코리아, 지닥 등 국내 거래소와 리퀴드, BKEX 등 해외 거래소에서 매매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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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즈톡 [퀴즈톡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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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즈톡’은 더 강경한 대응을 예고했다. 투자자 보호 관점에서 법적 대응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이근우 퀴즈톡 부대표는 “업비트의 조치로 코인원, 빗썸에서 거래 중인 퀴즈톡의 시세까지 동반 폭락해 투자자들이 날벼락을 맞았다”며 “거래소의 일방적인 조치로 향후 블록체인 비즈니스에 악영향이 우려되는 만큼 강경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부대표는 거래소의 불투명하고 일방적인 조치가 ‘해묵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부대표는 “이전에도 사전 공지없이 입출금이 제한되는 등 문제가 많았다”며 “(업비트의) 이번 조치도 내부 기준이 무엇인지 전혀 알 수 없는 ‘깜깜이 상장폐지’”라고 주장했다. 이어 “원화마켓 제거 발표 이전에 (퀴즈톡의) 문제점과 그에 대한 개선안을 투자자에게 미리 공지하는 등 절차가 있었다면 이렇게까지 폭락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퀴즈톡은 블록체인 기반 퀴즈 플랫폼이다. 회사에 따르면 원화마켓 제거 발표 전날인 10일, 하루 거래액은 약 9000억원(80원 기준)에 달했다. 최근 3일간 투자자들이 입은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른다고 전했다. 퀴즈톡은 피해 사례과 피해액을 집계 중이다.

억울한 업비트?…“김치코인 직격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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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비트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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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비트는 원화마켓 거래 지원만 중단되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업비트 관계자는 “(지원이 중단될) 프로젝트들의 사업 성장 가능성과 고객관심도를 고려해 BTC마켓은 유지한다”며 “프로젝트 측과 지원 중단 이유에 대해 자세히 소통했다”고 설명했다.

업비트 내 비트코인(BTC)마켓, 테더(USDT)마켓 거래는 계속해서 이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업비트 내에서 비트코인이나 테더로 암호화폐를 거래할 수 있어 완전한 상장폐지로 보기는 어렵다는 의미다. 향후 상황에 따라 원화마켓 재상장도 가능성도 거론된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대상 암호화폐 상당수가 원화로만 거래되는 이른바 ‘김치코인’이라는 점에서 불안해하고 있다. 현재 페이코인, 마로, 옵저버, 퀴즈톡은 원화로만 거래된다. 솔브케어의 경우 유로화 거래가 있지만 매매의 90% 이상이 원화로 이뤄진다. 투자자들이 사실상 거래소 상장이 폐지된 것이라고 인식하고 있는 만큼 혼란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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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비트의 거래지원 후 가상자산 관리 체계 [업비트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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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자산업계 관계자들은 거래소의 가상자산 상장 관련 기준이 모호하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했다. 업비트가 공지한 거래 지원 종료 사유는 ▷법령 위반, 정부·유관 기관의 지시·정책으로 거래 지원이 어려울 경우 ▷부적절한 실제 사용 또는 사용자들의 부정적인 반응 ▷기술 취약성 발견 시 ▷개발팀으로부터의 기술 지원 중단 ▷협약서 위반 ▷가상자산에 대한 사용자들의 지속적 불만 접수 ▷기타 업비트 사용자 보호 필요 시 등이다.

업비트의 발표는 금융 당국의 특정금융거래정보법(특금법)상 사업자등록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개정 특금법에 따라 거래소들은 오는 9월 24일까지 실명 확인 입출금 계정 등 요건을 갖춰야 거래소 운영이 가능하다. 은행이 거래소를 평가할 때 실체가 불분명한, 이른바 ‘잡코인’ 개수가 많으면 불이익을 줄 여지가 있어 ‘솎아내기’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park.jiye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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