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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G7 정상회담

바이든, 文 배려해 뺐던 그것···G7은 北 겨냥해 끄집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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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3일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의 결과물로 채택한 코뮤니케(공동성명)에 담긴 북한 관련 문안은 지난달 21일 한ㆍ미 정상회담 뒤 나온 공동성명의 표현과 닮은 듯 달랐다. 한ㆍ미 성명에는 없는 ‘검증 가능한 비핵화’와 ‘제재 준수’ 등이 G7 코뮤니케에는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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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현지시간) 영국 콘월에서 열린 G7 정상회의에 참석한 각국 정상들이 찍은 단체사진.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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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결과물의 공통분모는 조 바이든 대통령이다. 여기에 G7 코뮤니케는 바이든 대통령이 주도했고, 한국은 회원국이 아니라 문안 조율 과정에 참여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하면 한ㆍ미 성명에선 문재인 대통령의 입장을 배려하기 위해 빠진 내용도 G7 결과물에는 포함됐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北 꺼리는 ‘검증 가능’ 핵 포기 강조



G7 코뮤니케에서 7개국 정상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촉구하며, 모든 관련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 따라 북한이 불법적 대량살상무기(WMD) 및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이 포기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한ㆍ미 정상 공동성명에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고만 표현했는데, G7 코뮤니케에서는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북한의 핵 포기’도 병기한 것이다. 즉, 한ㆍ미 성명에는 없는 검증 및 불가역성이 G7 코뮤니케에는 추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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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공동성명, G7 코뮤니케 북한 문안 비교해보니.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사실 국제사회에서 통용돼온 비핵화 표현은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CVID, Complete Verifiable Irreversible Denuclearization)’였다. 여기서 핵심은 검증을 뜻하는 ‘V’와 불가역성을 뜻하는 ‘I’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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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7 정상회의 뒤 채택된 코뮤니케 중 북한 관련 문안.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북한의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핵포기'를 병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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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북한이 이에 극도의 거부감을 보이자 문재인 정부는 2018년 4ㆍ27 판문점 선언에서부터 ‘완전한 비핵화’라고 표현, ‘C’만 표면에 드러냈다. 지난달 한ㆍ미 정상 성명도 한국의 의견을 반영, ‘완전한 비핵화’로만 표현했다. 그런데 G7 코뮤니케에서는 뒤에 숨겨뒀던 ‘V’와 ‘I’를 앞으로 끄집어낸 것이다.



핵 포기 주체도 '북한'으로 명시



애초에 지난달 G7 외교부 장관급에서 내놓은 결과물에서부터 7개국은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핵 포기(CVIA, Complete Verifiable Irreversible Abandonment)’라고 표현했다. 이번 정상급 G7 코뮤니케에선 한ㆍ미 정상 간 합의물을 존중하는 의미에서 ‘완전한 비핵화’를 추가하면서도, 비핵화 원칙은 ‘CVI’라는 점을 명확히 한 셈이다.

‘북한의 핵 포기’라고 비핵화 주체를 북한으로 명시한 부분도 눈에 띈다. 한ㆍ미 성명에서는 ‘한반도의 비핵화’라고 표현했지만, 사실 이는 북한이 주장해온 ‘조선반도의 비핵화’와 연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제기돼 왔다. 북한은 이를 한반도 주변 핵 전략자산 전개 반대, 주한미군 철수 등과 연결시켜 왔기 때문이다. G7 코뮤니케에서 굳이 ‘북한의 핵 포기’로 못 박은 것도 이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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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7 정상회의 일정을 마무리한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13일(현지시간) 영국 콘월 뉴키 국제공항에서 환송인사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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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ㆍ미 성명에 없는 ‘제재’도 등장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한ㆍ미 정상 공동성명에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고 한 것은 미국이 한국과 북핵 문제에서 이견이 있어보이는 것을 경계한 것뿐이지, 자신들의 목표를 타협해 한국에 맞춘 것은 아니다”라며 “특히 미국 등 국제사회는 비확산 측면에서도 북핵 문제를 경계하고 있기 때문에 G7에서는 ‘북한 핵능력의 해체’를 목표로 삼는 것이 당연하다”고 분석했다.

다만 G7 코뮤니케 역시 한·미 정상 성명과 마찬가지로 외교적 관여와 대화를 통한 북핵 문제 해결을 지지했으며, 핵 '폐기'보다는 자발성의 의미를 담은 '포기'라는 표현을 썼다.

G7 코뮤니케에는 한ㆍ미 정상 성명에는 없는 ‘대북 제재’도 명시됐다. 코뮤니케에서 7개국 정상은 “우리는 모든 국가들이 안보리 결의와 관련 제재를 준수할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한ㆍ미 성명에서는 “북한을 포함한 국제사회가 유엔 안보리의 관련 결의를 완전히 이행할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안보리 결의가 제재를 포괄하는 의미이긴 하지만, ‘제재’라는 단어는 직접 쓰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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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1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크랩케이크로 오찬을 하며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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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7이 모호한 ‘국제사회’ 대신 ‘모든 국가’라는 표현을 쓴 것은 북한의 제재 회피를 돕는 다른 국가들을 겨냥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도 ‘모든 회원국’으로 제재 준수의 주체를 명시하고 있다.

신범철 경제사회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코뮤니케에 모든 나라가 제재를 준수해야 한다고 명시한 건 국제사회에 대한 경고이자 중국과 러시아를 겨냥한 메시지"라며 "특히 중국이 대북 제재 이행의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文 정부 ‘제재 유연성’ 입장과 차이



또 G7 코뮤니케가 ‘관련 제재’까지 언급한 것은 유엔 안보리 결의 외에 미국이나 유럽연합(EU) 차원에서 마련한 독자 제재까지 포함하는 의미로도 볼 수 있다.

결국 북한의 의미 있는 행동 변화 전에 제재의 ‘뒷문’을 열어주지 말라는 경고가 담긴 셈이다. 이와 관련, 한국 역시 이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임기 말 남북관계 개선에 몰두하고 있는 문재인 정부는 최근 들어 제재 유연성을 공공연히 거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지난 7일 방송에 출연해 “북한을 비핵화 협상에 빠르게 나오도록 유인하는 의미에서 대북 제재 완화를 촉매제로 활용하자”며 민수 분야의 제재 부분 해제를 주장하기도 했다.

북한 인권 문제도 한ㆍ미 성명과 G7 코뮤니케에서 표현 상 차이가 있었다. 한ㆍ미 정상 성명에선 “우리는 북한의 인권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협력한다는 데 동의한다”고 했다.



“北, 모든 인권 존중하라” 보편성 강조



이에 비해 G7 코뮤니케는 “북한은 모두를 위한 인권을 존중할 것을 다시 한 번 촉구한다”고 밝혔다. 인권은 보편적 가치로, 북한 내에서 성분이나 직급과 관계 없이 모든 주민들의 인권이 존중돼야 한다는 뜻이다. 인권 존중을 해야 하는 주체 역시 ‘북한’으로 명시, 사실상 북한 정권에 책임이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실제 G7 코뮤니케는 “지난달 채택한 장관급 성명의 내용을 기반으로 한다”고도 전제했는데, 당시 장관급 성명에서는 북한이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정치범 수용소까지 거론하며 북한 내 인권 유린 실태에 우려를 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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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1일 오후(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공동기자회견 도중 대북특별대표에 성김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 대행(오른쪽)을 임명한다고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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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 문재인 정부는 미국이 대북정책특별대표를 대북 인권 특사보다 먼저 임명한 데 대해 큰 의미를 부여하는 등 인권 문제로 북한을 자극하는 것 자체를 피해 왔다. G7 코뮤니케와 한ㆍ미 정상 성명 간 북한 인권 문안 차이도 결국 이런 인식 차이에서 비롯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유지혜ㆍ박현주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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