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코인거래소 실명계좌 면책기준 만든다
금융위, 가상화폐 거래소 모니터링 기간 올해 말까지 연장
국내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 업비트의 기습적인 일부 가상화폐에 대한 원화 시장 상장폐지와 유의종목 지정에 투자자들이 그야말로 ‘패닉’에 빠졌다. 업비트의 갑작스러운 처사에 일부 투자자들은 80% 이상의 투자금을 잃고 “투자자가 봉이냐”라고 공분하며 업비트에 해명과 대책을 요구하고 나섰다.
◆업비트발 유의종목 지정에 투자자 패닉
13일 가상화폐 업계에 따르면 업비트는 지난 11일 오후 5시30분 공지를 통해 람다, 코모도 등 25개 가상화폐를 ‘투자 유의’ 종목으로 지정하고 18일 이들의 최종 거래 지원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투자 유의 종목 지정 근거는 내부 평가 기준 미달로 인한 투자자 보호 조치를 위한 것이라는 게 업비트 설명이다. 몇몇 코인은 살아남겠지만, 대다수는 상장폐지가 예고된 셈이다.
여기에 업비트는 마로와 페이코인, 옵져버, 솔브케어, 퀴즈톡의 원화마켓 페어(시장) 제거도 공지했다. 제거 시점은 18일 정오이며, 제거 사유는 ‘원화마켓 페어 유지를 위한 내부 기준 미달’로 공지됐다. 이들 5개 가상화폐는 18일 이후엔 원화 시장을 통해선 거래가 안 되고, 비트코인 시장을 통해서는 거래가 가능하다.
업비트의 기습 공지에 해당 가상화폐들은 대폭락하고 있다. 11일 오전 9시까지만 해도 개당 67.60원에 거래됐던 퀴즈톡은 13일 오후 3시엔 16.90원으로 무려 75.2%나 가격이 빠졌다. 대다수 가상화폐들이 50% 이상 가격이 빠졌고, 80%에 육박하는 가상화폐도 여럿이다.
업비트의 공지에 포함되지 않은 가상화폐들도 확인되지 않은 ‘지라시’에 이름을 올려 조만간 상장 폐지, 투자 유의 종목에 지정될 것이란 소문에 휩싸이면서 가격이 급락하고 있다. 그야말로 11일 오후 5시 30분 이후 가상화폐 시장은 줄초상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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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자들은 업비트의 처사에 구체적인 근거가 부족하다며 해명을 요구하고 있다. 한 투자자는 “업비트의 일방적인 유의 종목 지정에 투자금의 80% 이상을 날렸다. 그런데 사유가 ‘내부 기준 미달’이라는데, 대체 내부 기준이 뭔가. 투명하게 밝혀야 할 것”이라고 분노했다. 일부 커뮤니티에서는 “가상화폐 거래소 자체가 작전 세력 아닐까. 투자자들이 돈을 잃을수록 그들은 돈을 버는 구조다. 모호한 기준을 앞세워 유의 종목으로 지정하고 가격 급락을 유도하는 것 아닌지 의심된다”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가상화폐 업계에서는 거래소가 절대적인 갑으로 군림하는 상황에서 이번 사태는 예견된 일이라는 반응이다. 주식시장이 한국거래소의 객관적 기준에 따라 상장과 폐지가 운영되는 것과 달리, 가상화폐 시장은 하루에 10조 이상이 거래될 정도로 성장했지만 상장 관련 규정은 여전히 자의적으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가상화폐 업계의 한 관계자는 “거래소와 가상화폐 프로젝트팀이 모종의 담합을 하고 투자자들의 돈을 가로채도 이를 입증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고스란히 피해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은행, 코인거래소 실명계좌 면책기준 만든다
개정 특정금융거래정보법(특금법)에 따라 사실상 가상화폐 거래소에 대한 ‘종합 검증’ 역할을 떠안게 된 시중은행들은 특정 가상화폐 거래소에 실명계좌를 발급해줬더라도, 고의나 과실이 없는 한 해당 거래소에서 자금세탁 등 사고가 발생해도 은행에는 책임을 묻지 않는 이른바 ‘면책기준’ 마련을 위한 논의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시중은행과 은행연합회 등은 금융위원회와 유관기관들이 꾸린 가상화폐 거래소 관련 태스크포스(TF)에 참가해 가상화폐 거래소 실명계좌 발급과 관련한 여러 가지 법적 문제, 애로사항 등도 당국과 논의할 계획이다.
TF는 5개 작업반으로 나눠 운영되는데, 은행과 은행연합회는 주로 컨설팅반, 신고수리반 등에서 당국, 유관기관들과 함께 거래소 관리 방안을 논의하게 된다.
당장 금융위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은 다음 주부터 가상화폐 거래소들을 상대로 특금법 신고 관련 보완 사항을 안내해주는 ‘컨설팅’을 진행할 예정으로, 일부 시중은행도 사실상 '실사'와 비슷한 성격의 이 작업에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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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은행권은 이런 TF 등의 채널을 통해 가상화폐 거래소 실명계좌 발급과 관련한 여러 가지 법적 문제, 애로사항 등도 당국과 논의할 계획이다. 이미 은행권은 최우선 논의 과제로서 실명계좌 발급 후 은행의 책임 논란을 피하기 위한 ‘면책기준’의 필요성을 당국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금융위는 오는 7월9일까지였던 ‘가상통화 관련 자금세탁 방지 가이드라인’의 유효기간을 올해 12월31일까지로 연장한다고 최근 공고했다. 이 가이드라인은 금융회사가 자신의 고객이 가상화폐 취급 업소일 경우 자금세탁 등의 위험이 높은 고객으로 분류해 한층 더 강화된 고객 확인 및 금융거래 모니터링을 시행하도록 하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금융회사 등은 특금법에 따라 불법 의심 거래를 FIU에 보고하고 고객이 신원확인 요구 등을 거부할 경우 거래를 거절해야 한다. 가상화폐 거래소는 오는 9월24일까지 실명확인 입출금 계정 개설, 정보보호 관리체계 인증 등의 요건을 갖춰 FIU에 신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신고 후에는 FIU의 감독 및 검사를 받는다. 신고 심사에 통상 3개월이 걸리는 만큼 연말쯤에는 가상자산 사업자 신고 절차가 마무리될 전망이다.
남정훈·김준영 기자 ch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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