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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6 (목)

'완벽한 리듬' 궤도 행성도 별이 죽은 뒤엔 '핀볼게임' 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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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5광년 밖 'HR 8799 행성계' 궤도공명 네 행성 연구 결과

연합뉴스

HR 8799 행성계 상상도
[University of Warwick/Mark Garlick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 기사에 한정 사용]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지구에서 약 135광년 떨어진 곳에는 'HR 8799'라는 행성계가 있다. 형성된 지 3천만~4천만 년밖에 안 된 A형 항성을 네 개의 행성이 돌고 있다. 이 행성들은 모두 태양계에서 가장 큰 목성보다 5배 이상 되는 질량을 가진 대형 행성으로 1:2:4:8의 궤도 공명을 갖고 있다. 가장 바깥 행성이 항성을 한 바퀴 돌 때 안쪽 행성들이 각각 두 바퀴와 네 바퀴, 여덟 바퀴씩 정확히 돌며 균형된 궤도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균형이 영원히 유지될 수 있을까, 균형이 깨진다면 행성들은 어떤 운명을 맞을까.

영국 천문학자들이 이런 질문에 대한 답을 구하기 위해 이 행성계의 항성이 적색거성을 거쳐 백색왜성이 됐을 때, 즉 별이 죽었을 때도 이런 균형을 유지할지를 컴퓨터 모델을 만들어 연구한 결과를 영국 왕립천문학회 월보(MNRAS)에 발표했다.

영국 워릭대학에 따르면 이 대학 물리학과 디미트리 베라스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항성의 죽음으로 중력이 변하면서 행성의 궤도 균형이 깨지고 핀볼게임에서 범퍼에 부딪혀 튕겨 나가는 공처럼 행성이 서로 부딪히는 결과를 얻었다.

이 과정에서 첫 번째 행성 안쪽과 네 번째 행성 바깥쪽에 형성돼 있는 잔해 원반의 물질을 항성 쪽으로 밀어 넣어 백색왜성이 된 항성의 대기를 혼탁하게 만드는 것도 확인했다.

연구팀은 컴퓨터 모델을 통해 HR 8799 행성계가 약 30억 년 뒤까지는 우리 은하의 조력(潮力)이나 다른 별의 접근 등에도 현재의 균형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지만, 항성이 현재보다 수백 배 더 커지며 적색거성이 될 때는 어떤 조건에서든 균형이 깨지는 결과를 얻었다.

적색거성은 질량의 절반가량을 방출하며 백색왜성으로 끝을 맺게 된다.

HR 8799의 행성들은 이때부터 핀볼게임을 시작해 궤도 움직임이 매우 불안정해지며, 초기에 행성의 위치가 1㎝만 바뀌어도 결과가 달라지는 극도의 혼돈 상태에 빠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베라스 박사는 "행성들은 중력적으로 서로를 밀어내는데, 가장 안쪽에 있던 행성이나 세 번째 행성이 행성계 밖으로 밀려나거나, 두 번째와 네 번째 행성이 서로 자리를 바꾸기도 하는 등 약간의 변화만으로도 다른 결과가 나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행성들이 아주 크고 서로 가까이 있어, 현재의 완벽한 리듬을 유지해주는 유일한 요소는 궤도의 위치"라면서 "네 행성이 모두 이 사슬에 연결돼 있지만 항성이 질량을 잃자마자 그 위치에서 이탈해 두 행성이 서로 밀어내고 넷 사이에서 연쇄반응을 유발한다"고 했다.

논문 공동저자인 엑시터대학의 샤샤 힌클리 교수는 "HR 8799 행성계는 13년 전에 처음 발견된 이후 외계행성 과학의 상징적 존재가 돼왔다"면서 "이 행성계의 미래를 들여다보고, 완벽한 균형이 혼돈으로 빠져드는 것을 알게 된 것은 매력적"이라고 했다.

eomn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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