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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얀센 접종' 30대男 48시간 후 "드디어 열·몸살·오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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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세종=최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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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얀센 백신 접종 이틀째인 지난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의 한 의원에서 시민이 얀센 백신접종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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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오전 예비군, 민방위를 대상으로 제공되는 코로나19(COVID-19) 대상 얀센 백신을 접종한 뒤 가장 고통스럽다는 '마의 48시간'을 보냈다. 다른 백신 접종자들이 참고할만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48시간의 기록을 남긴다.


10일 오전 9시, 접종 예약시간

미리 예약한 동네 병원을 찾았다. 오전 9시 5분쯤 찾았는데 생각보다 대기하는 인원이 많았다. 백신 예약자만이 아닌, 일반 환자들과 순서가 섞인다. 백신 접종자도 1시간 단위로 10명씩 예약을 했는데 선착순으로 접수를 받아줬다.

백신을 맞기 전 문진표를 채운다. 14일 이내에 다른 바이러스 대상 백신을 맞은 적이 있는지, 기저질환이 있는지 등을 묻는다. 다 쓴 뒤 간호사에게 건네고 내 이름을 부를 때까지 기다린다.

나중에 들으니 붐비지 않는 병원을 찾은 사람들은 곧바로 백신을 맞았다는 후기도 있다. 오전 10시에 예약해놓고 9시에 갔는데도 다른 환자가 없으니 곧바로 놔줬다고 한다.


10일 오전 9시48분, 백신 접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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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을 맞고 나면 이런 종이를 나눠준다. 정해진 시간 동안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으면 병원 밖으로 나설 수 있다. /사진=최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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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내 이름을 부른다. 의자에 앉으니 의사가 다시 문진을 한다. 특정 약물에 알레르기 반응은 있는지, 최근 몸 상태는 어떤지 묻는다. 아무런 이상이 없다고 하니 백신 주사를 놔주며 안심 시킨다.

"팔을 그냥 늘어뜨리세요. 별로 아프진 않을 거예요."

방심하고 있다가 고통이 왔다. 어린 시절 맞은 불주사를 연상케 하는 정도의 고통이다. 일반적으로 엉덩이에 맞던 주사보다는 근육주사에 가까운 느낌. 나도 모르게 발을 동동 구르자 의사는 "많이 아프신가보다"며 당황한다.

주사 자체가 주는 고통은 개인차가 있어보인다. 바로 직전에 맞은 남성은 의연하게 걸어나갔다. 반면 그 전에 맞은 남성은 아프다며 엉엉 울었다.

백신을 맞은 뒤 이상반응을 관찰한다며 20분간 병원에 머물라고 한다. 아무런 이상이 없었고, 그대로 병원 문 밖으로 나갔다.미국에선 얀센 백신을 맞은 800만명 가운데 653명이 접종 15분 이내에 실신하거나 졸도했다는데, 다행히 나는 쓰러지지 않았다.

백신을 맞은 지 10분이 지나자 국민비서 구삐에게 카카오톡이 온다. 백신을 예약한 날, 접종 1일 전, 그리고 접종 10분 후까지 총 세차례 구삐 카톡을 받았다.


10일 오후 1시, 접종 3시간 경과

초반에 아플 수 있다던 인터넷 후기들은 해당 사항이 없었다. 다만 소문으로만 돌던 부작용을 경험했다. 공복감이 밀려온다. 지인들과 만나 거하게 점심을 먹고 겨우 허기를 달랬다.

몸에 열도 나지 않는다. 주사를 맞은 왼팔 윗부분에 근육통만이 느껴진다. 몸을 못 움직일 정도는 아니고 뻐근하게 아픈 정도다. 운전을 하고 물건을 나르고 타이핑을 하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다. 백신을 맞고 아무런 부작용이 없다는 사람들도 간혹 있다는데 거기에 해당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져본다.

오전에 백신을 맞은 친구들과 정보를 나눠본다. 대부분 주사 맞은 부위 근육통을 호소하는데, 평상시 주사를 많이 맞아본 친구들은 그조차도 아프지 않다는 경우가 있다.


10일 오후 8시, 접종 10시간 경과

드디어 부작용이 시작됐다. 편하게 누워 TV를 보던 중 손끝부터 열감이 느껴진다. 으레 느껴봤던 몸살감기 느낌이다. 미리 준비해둔 타이레놀 2알을 처음으로 먹고 이른 취침을 시도한다.

친구들 연락해보니 비슷한 시간에 몸살 기운이 덮쳐온다. 동네 약국마다 타이레놀이 품절이라며 징징대는 친구들에게 아세트아미노펜으로 만든 다른 약을 먹어도 효과는 똑같다며 위로해줬다.

사실 타이레놀과 다른 대체약들은 완전히 '똑같은' 약이다. 타이레놀을 선호하는 이들은 그저 브랜드에 대한 알 수 없는 믿음이 있을 뿐.

이를 부추기는 데 정은경 질병관리청장도 한몫 했다. 정 청장이 지난 3월 한 브리핑에서 "백신 맞은 뒤 열나면 타이레놀 같은 해열제를 먹으라"며 제품명을 '콕' 찝어 말했다. 이 때문에 사람들이 약국에 들어가 타이레놀이 있냐고 물어보고, 없으면 대체약도 안 산 채 다른 약국을 돌아다니는 것이다.

최진혜 대한약사회 기획이사는 "약은 오리지널의 특허 보호가 풀리면 다른 제약사에서 같은 성분을 복제해 만들고, 국가에서 성분과 효능이 똑같다는 허가를 내주면 팔린다"며 "아세트아미노펜 계열 해열진통제는 모두 같은 것이니 안심하고 드셔도 된다"고 말한다. 이어 "환자들이 브랜드 선호도는 존중하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질병청이 처음에 상품명을 언급해 환자나 약국 모두에게 불편과 불안을 가중시킨 면이 있다"고 아쉬워했다.

타이레놀 대신 사먹어도 무방한 아세트아미노펜 해열진통제는 써스펜8시간이알서방정, 크린탈정, 타세놀정/타세놀8시간서방정, 트라몰8시간이알서방정, 나스펜연질캡슐, 마하펜연질캡슐, 솔루아펜연질캡슐, 스피드싹연질캡슐, 이지엔6에이스연질캡슐, 타미노펜연질캡슐, 게보린쿨다운정, 하이펜정, 다아펜정 등이 있다.


11일 오전 1시, 접종 15시간 경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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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레놀의 대체약들. 성분이 똑같다. 타이레놀 없다고 약국 나서지 말고 이런 약들을 찾도록 하자. /사진=경기도약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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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을 도통 못 자겠다. 보통 해열진통제 먹으면 졸립게 되기 마련인데 열도 나고 식은땀이 나면서 잠이 싹 달아났다. 몸살 감기 특유의 증상처럼 등쪽 날갯죽지에서 근육통이 몰려온다. 친구들 중에는 두통이 심해진다는 사례도 있었다.

오랜만에 두꺼운 겨울 이불을 꺼내서 덮어봐도 계속 뒤척이게 된다. 몸에 열이 나는데 추운 느낌이 든다. 무엇보다 땀이 심하게 나서 못 참겠다. 저녁부터 이어진 공복감은 여전하다. 진통제를 먹기 전 저녁 폭식을 했는데도 허기가 또 생긴다.

역설적이게도 공복감과 함께 배탈의 기운이 공존한다. 화장실을 몇차례 들락거렸다. 설사가 이어진다는 증언이 다른 친구들로부터도 나온다. 설사를 동반한 몸살감기, 최악이다. 나상훈 서울대 의대 교수가 백신 접종 이후 단기적인 몸살 같은 게 심리적으로 만들어질 수 있다고 했는데, 아닌 것 같다. 이건 심리적인 게 절대로 아니라는 느낌이다.


11일 오전 5시, 접종 19시간 경과

겨우 잠들었는데 이른 시간에 눈이 떠진다. 몸이 아프고 열이 나서 더 잘 수가 없다. 우선 일어나서 타이레놀을 1알 더 먹는다. 공복감에 어쩔 수 없이 아침거리를 찾아 먹었는데, 설사 기운도 여전해 다시 화장실을 찾는다.

화장실을 다녀오니 또 공복감이 생긴다. 허기와 졸려움, 배탈기운 사이에서 잠시 더 잠을 청해본다. 제대로 눈이 감기진 않는 상황에서 비몽사몽 오전 시간을 다 보낸다.


11일 낮 12시, 접종 26시간 경과

지인과 점심을 먹으러 바깥으로 나섰다. 에어컨을 세게 켠 차 안에서도 땀줄기는 멈추지 않는다. 식당에 도착하고나니 또 열감이 확 밀려온다. 급히 타이레놀 1알을 먹었다.

점심 역시 폭식이다. 이 끝없는 공복감이 정말로 백신 부작용인지, 아니면 심리적인 요인에 의한 것인지는 확인할 수 없다. 다만 백신을 맞고 허기가 진다는 증언은 다수의 친구들로부터 나온다.

점심식사를 마치고 집에 돌아와서도 땀이 줄줄 난다. 화장실을 들락거리는 빈도도 높아졌다. 더 이상 공복감에 굴복했다가는 배탈이 심하게 날 느낌이다. 저녁을 먹지 않기로 결심한다.


11일 오후 9시, 접종 35시간 경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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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OV(코로나19 전자예방접종증명) 앱을 설치하면 언제 어디서든 접종 사실을 증명하기 편하다. /사진=최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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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강의를 듣던 중 컨디션이 점점 떨어지는 게 느껴져 타이레놀 2알을 먹었다. 땀도 여전히 나고, 등에서 몰려오던 몸살 기운은 이제 어깨까지 감싼다.

저녁을 안 먹어서인지 배탈 기운은 어느 정도 사라졌다. 대신 배고픔은 여전하다. 오후 11시에 잠드는 걸 목표로 삼았는데 잠이 안와 뒤척이다 자정이 다 돼서야 잠들 수 있었다.


12일 오전 5시, 접종 43시간 경과

토요일인데 이른 아침에 눈이 떠진다. 몸은 좀 찌뿌둥한데 거짓말처럼 몸이 가볍다. 잠들기 전 느끼던 불쾌감이 상당 부분 사라졌다. 무엇보다 열이 안 난다. 땀은 좀 났는데 밤새 흘린건지 아침에 흘린건지는 확인할 수 없다.

이대로 부작용이 사라졌기만 기대한다. 다만 배탈기운은 여전히 있다. 아침부터 또 화장실을 들락거린다. 대신 공복감이 많이 사라졌기에 아침식사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


12일 오전 10시, 접종 48시간 경과

드디어 마의 48시간을 채웠다. 여전히 이틀 전 주사를 맞았던 부위에 근육통이 남아있고, 배탈 기운도 완전히 없어졌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많이 괴롭히던 열감과 몸살기운, 오한이 전부 사라졌다. 백신을 맞기 전 컨디션으로 돌아간 느낌이다.

이대로 면역이 생긴다면 좋겠다. 나라에서 허락하는 유일한 군 혜택 얀센 백신. 최근 부활을 추진하는 싸이월드 시절의 감성을 담아 얀센의 효능을 기원한다.

난 지금 면역되고 있다.

이 주사기에 내 모든 몸과

영혼을 맡겼다.

얀센만이 나라에서 허락하는

유일한 군 혜택이니까.

이게 바로 지금의 나다.

세종=최우영 기자 you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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